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재정 위기에 직면한 대학이 갈수록 늘고 있다. 대학뿐이 아니다. ‘사립학교’들도 운영 자금을 비싼 등록금에 의존하는 탓에 휴교가 길어질수록 파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재정이 튼실한 일부 학교야 막대한 돈을 들여 감염예방 시설을 구축하는 등 어떻게든 학교 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영세한 다수는 폐교나 합병 등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영미권 사립학교들이 파산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난 2일 진단했다. 앞서 5월 영국 더타임스의 교육부문 주간지 TES도 “향후 몇 년 안에 전체 사립학교의 30% 가량이 파산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미 온라인 수업 확대로 수업료가 낮아진데다 외국인 학생들의 등록이 눈에 띄게 줄고 있어서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교원 연금 분담금의 학교측 부담이 43% 늘어 재정 압박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적 긴장도 악재가 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과 인권 문제 등으로 국제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 당국이 자국민의 교육열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은 대만 대학으로의 유학을 금지했고, 코로나19 사태에서 중국에 각을 세우는 호주 유학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인 유학생들을 “스파이”라 칭한 이후 많은 중국인들이 미 기숙학교 입학을 꺼리고 있다는 보도도 쏟아졌다.
사립학교들은 위기 타개를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기숙학교들이 갈등 고조에도 중화권 학생 유치에 발벗고 나서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영국사립학교협회 조사 결과, 부모님 없이 영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학생 중 중국 및 홍콩 출신 비율이 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잡지 않고선 재정 확충이 어렵다는 얘기다.
그러나 학생들은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신규ㆍ재등록을 극구 꺼려 학교 측 애를 태우고 있다. 이에 영국 사립학교 수백 곳은 중국 항공사에 특별 항공편 편성을 의뢰하고, 중국인 학생 전용 격리시설을 짓는 등 유치 총력전을 펴는 중이다.
감염 위험성을 줄이려 ‘맞춤형 서비스’를 도입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정부 시책에 따라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는 공립학교와 달리 차별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학생과 학부모를 끌어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의 유명 기숙학교는 종이 교과서를 없애고, 기숙사를 1인 1실 체제로 바꿨다. 또 하와이 호놀룰루의 한 사립학교는 감염병 학자를 고용하고 곳곳에 열상 스캐너를 설치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코로나19 확산 탓에 국제화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일부 명문 사립학교의 경우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윈스턴 처칠 전 총리를 배출한 영국 해로우 스쿨, 이튼 칼리지 등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중국 등에 설립한 분교의 정상적 운영이 어려워지자 공립학교 학생 대상 온라인 강좌를 개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