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관심 부족
10분당 유아 1명 사망
유엔 지원 호소
내전의 수렁에 빠진 아랍 최빈국 예멘의 기아 사태가 지구 최악의 인도적 재앙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민 절반 이상이 생존 위기에 처한 예멘을 돕기 위해 유엔 주도로 국제사회가 발 벗고 나섰다.
유럽에 난민 사태 등 직격탄을 안겨주며 국제적 관심사가 된 시리아 내전과 달리 아라비아반도 남단에서 벌어지는 예멘 내전은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고 속으로 인도적 재앙을 증폭시키고 있다.
유엔과 유니세프, 세계식량계획 등은 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예멘 지원 기금 조성 회의를 열어 올해 목표로 세운 21억달러의 절반이 넘는 11억달러의 기부 약속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예멘에서 10분 마다 5세 이하 어린이 한 명이 죽어가고 있다”며 “”오늘 하루 회의를 하는 동안에도 50명의 예멘 어린이가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예멘 식량 위기는 3년째 접어든 내전으로 더욱 악화하고 있다.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과 연대해 수도 사나를 통제하는 반군 후티와 축출된 아베드라보 만수르 하디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 치열한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가 자국에 망명한 하디 대통령을 복위시키기 위해 2015년 3월 미국의 지원 아래 아랍동맹군을 결성해 군사 개입하면서 내전이 국제 대리전 양상으로 번졌다. 시아파 이슬람 국가인 이란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사우디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군 후티를 저지하는 게 주목적이었다.
유엔과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에 따르면 2년 넘게 지속된 내전으로 어린이 1,500명을 포함, 최소 1만명이 숨지고 수십만 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산된다. 또 2,700만 인구의 절반이 넘는 1,900만명이 식량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이 가운데 730만명은 기아 직전 상태다. 식수 부족으로 1,400만명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피해가 특히 크다. 최소 300만명의 어린이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빠져 있고, 전체 1,200만명의 어린이 가운데 80%가 인도적 기초 물자 부족으로 하루하루 고통을 겪고 있다.
시리아 내전에 가려 심각성을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예멘 내전으로 2015년 이후 약 330만명이 고향을 등지고 피란길에 올랐다. 공항과 육·해상 국경이 사우디에 의해 통제돼 시리아 난민처럼 대규모로 국외 탈출할 기회도 원천 봉쇄됐다. 병원 등 의료시설과 학교, 시장 등이 내전 당사자들의 공격에 노출됐고, 도로와 기타 인프라도 파괴됐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정상 가동되는 의료시설은 45%에 불과하고 필수 의약품 공급도 70%나 줄었다.
어린이 등 예멘 시민들이 수도 사나에서 구호물품을 서로 달라고 손을 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