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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마음의 필터를 살펴보다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책을 읽다가 마음이 울리는 문장 하나를 만났다.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되고, 소가 마시는 물은 우유가 된다.” 마치 매일 마주하는 인간관계와 소통의 모습을 선명하게 표현한 것 같았다. 이 짧고 멋진 구절의 출처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글이었다. 생각해 볼수록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똑같이 맑은 물줄기일지라도 그것을 들이키는 존재의 특성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되고, 다른 이에게는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영양분이 된다는 가르침, 결국 소통의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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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 돌산 나그네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회장) 천인무성 (千人無聲)침묵 ㅡ 침묵이 답이다 억겁의 세월속에 아프게 달려온 돌산의 답은 그래도 침묵 호수를 껴안은 맑은 물에 물오리가 유유자적  행복함이여ㅡ  자연은 산과 물이 흐르고부족함이 없다 자연은땅을 더 차지하려 전쟁도 없다.사시 사철 하늘이 주신 선물로 생명의 넋이숨어 살고 있다사람만 이념이나  내일 위해  싸우느라 주어진 행복한 삶을  살수 없다자연속에 내하루를 담그면 어서 오라고 손짓하며  반긴다그냥 오늘 하루 행복한 삶을 살아요---물오리들도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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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버팀목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여우비가 한차례 스치고 지나간 오후, 뒤뜰 숲을 바라본다. 구름 한 점 없이 씻긴 파란 하늘 아래, 잔디 위로 쏟아지는 투명한 햇살이 마음의 결까지 씻어 내리는 기분이다. 온통 초록으로 물든 숲의 정적 사이로 유독 시선을 붙드는 것이 있다. 소나무 둥치를 타고 올라 주홍빛 꽃등을 내건 능소화다. 그 빛깔이 어찌나 선명한지, 멀리서 보면 마치 소나무 자체가 주홍색 꽃을 피워낸 듯 착각이 들 정도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 왔던 해 겨울을 기억한다. 뒷마당을 살피다 숲으로 이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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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내 인생의 가장 찬란한 봄날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계획했던 은퇴를 실행에 옮겼다. 얼마 전 여든 중반의 선배와 전화를 하던 중에 그 소식을 전하자, 아직은 돈을 더 벌어야 하는 나이인데 왜냐고 물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돈이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넌 돈 고생을 안 해봐서 그래.” 툭 던진 말은 가시처럼 날카로웠다. 막 은퇴를 선언하고 느려진 삶의 속도를 즐기며 만족하던 참에 들은 그 말은, 내 평온한 마당에 툭 하고 떨어진 낯선 돌멩이 같았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나오려던 말들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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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빈 잔으로는 누구의 갈증도 채울 수 없다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도대체 왜 이래요?”점심시간, 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고함과 함께 접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직감적으로 강 할머니가 계신 곳으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강 할머니가 먹다 남긴 반찬을 옆 사람 그릇에 인심 쓰듯 옮겨 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다. 양로원에서 어르신들과 지내다 보면 베풂이라는 선행 뒤에 숨겨진 모순을 자주 목격한다. 평생 ‘보여주기식’ 삶에 길들여진 강 할머니에게 나눔은 그저 선함의 제스처다. 상대방에게 그것이 필요한지, 혹은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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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나답게 산다는 것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알람처럼 지저귀는 새소리에 새벽잠에서 깨어나, 커피포트의 물 끓는 소리로 하루를 연다. 투명한 햇살이 눈부신 아침, 정성스레 내린 커피 한 잔을 들고 뒤뜰 숲을 마주하기 위해 선룸으로 향한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창밖을 오래도록 바라보다 보니 우리 집 뒷마당에도 나름의 자연의 법칙과 질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날개를 파닥이며 나뭇가지 사이를 빠져나온 새들이 담장 위 물그릇에 부리를 담갔다 푸드득 하늘로 솟구치면, 지붕 위에서 눈치를 살피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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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작가‘재미수필 신인상’공모

재미 수필문학가협회미발표 3편 6월말까지 미주 한인 작가들을 위한 신인 수필 공모전이 열린다. 재미수필문학가협회(회장 한영)는 제21회 ‘재미수필 신인상’ 작품을 오는 6월30일까지 접수한다. 응모 자격은 미주 한인으로, 문단에 등단하지 않은 신인에 한한다. 원고는 미발표 신작 수필 3편(A4 2매 내외, 200자 원고지 약 15매)이어야 하며, 제출 시 원고 마지막에 본명과 주소, 전화번호를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심사를 통해 당선작 3~5편을 선정하며,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400달러가 수여된다. 입상자는 7월

사회 |한인작가‘재미수필 신인상’공모 |

[수필] 삶이라는 악보 위의 불협화음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평생을 정갈하고 조화로운 것들 속에 머물고 싶었다. 글을 쓸 때도, 악기를 다룰 때도, 사람을 사귈 때도 도-미-솔처럼 안정적인 협화음만이 인생의 정답이라 믿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며 비로소 깨닫는다. 때로 음정이 깨지고 찌그러진 듯한 ‘불협화음’은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곡에 팽팽한 긴장과 생동감을 불어넣는 필수적인 ‘텐션’이라는 것을. 날카로운 불협화음이 존재하기에, 뒤따라오는 화음의 존재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것을.‘봄의 제전’이라는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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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내 인생에 대한 예의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이솝 우화의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자기 합리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배고픈 여우가 높은 가지에 매달린 포도를 따려다 실패하자, “저 포도는 분명 실거야”라고 외치며 돌아서는 장면이다. 자신의 능력 부족이나 실패를 인정하기보다, 목표물에 결함이 있다는 구실을 만들어 자존심을 지키려는 지극히 인간적인 방어 기제다.하지만 이어령 박사가 재해석한 현대판 ‘신포도’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기어코 그 포도를 따 먹은 여우가 타인의 부러운 시선 때문에 입안을 찌르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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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호감과 비호감 사이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일과를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향하던 길에 잠시 마트에 들렀다.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려면 며칠 전 떨어진 간장을 사야 했다. 진열대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데 한 노신사가 내게 도움을 청했다. 그가 찾는 것은 가락국수 국물을 만드는 간장이었다. 적당한 제품을 골라주며 물을 배합해 사용하는 법까지 일러주다 보니, 어느새 십 오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마트를 나서며 "이 바쁜 시간에 간장 한 병 사러 왔다가 웬 오지랖이람."하며 혼자 웃음을 지었지만, 사실 그것은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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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내 곁을 지켜준 정직한 진심에 대하여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기회주의라는 단어는 참으로 묘한 이중성을 지닌다. 이익을 찾아내는 영리함이라는 찬사와, 원칙 없이 이익만 쫓는 비열함이라는 비판이 동전의 양면처럼 맞붙어 있다. 어제는 진보를 외치다 오늘은 보수의 깃발을 들고, 전통을 말하던 입으로 혁신의 선봉에 서는 정치적 세계에만 기회주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 안에서도 기회주의는 아주 노골적인 얼굴로 고개를 들이민다.오랜 시간을 함께한 가까운 사람이라고 믿었건만, 어느 순간 그 관계가 철저히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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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슬픔의 에너지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여든 네 살 할머니가 스스로 양로원을 찾았다. 남은 생을 먼저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며 덧없이 흘려보내지는 않겠다는 할머니만의 결단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서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삶의 숭고함을 느꼈다. 누군가는 이를 고독한 뒷걸음질이라 할지 모르나, 내게는 남은 삶을 제 힘으로 가꾸겠다는 뜨거운 의지로 읽혔다. 할머니의 삶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남편은 전쟁 후유증으로 마음의 병을 앓던 사람이었다. 아픈 남편을 대신해 가장으로 살아오며 겪었던 눈물이 터질 것 같은 그 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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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내 삶의 축, 북극성을 찾아서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지나온 길을 돌아보기 적절한 때는 언제일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아진 시점에 이르고 보니, 지나온 발자취를 한 번쯤 깊게 반추해보고 싶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옛 생각에 혼자 미소 짓는 일이 잦다. 나이 듦의 징조겠으나, 다행히 갈피마다 튀어나오는 기억들이 대부분 고운 추억들이라 감사하다. 매 순간 치열했노라 자부할 순 없어도 떠오르는 장면마다 온기가 번지는 것을 보면, 나의 삶은 제법 행복한 궤적을 그려온 모양이다.노인들과 생활하다 보면 삶의 여러 단면을 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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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마음의 산소마스크를 먼저 쓰라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부는 오만이며 풍요는 타락이라 믿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의 본질은 오직 마음뿐이라 믿었기에, 부를 과시하는 이들에게는 냉소적인 시선을 보냈다. 고결함을 지켜야 한다는 선민의식은 나를 지탱하는 힘이었으나, 동시에 나를 가두는 견고한 감옥이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신조의 민낯을 마주했다. 그것은 초라한 내 처지를 가리기 위한 방패였다. 넉넉지 못한 형편이 열등감이 되지 않도록 '도덕적 우월감'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무장했던 셈이다. 마음이라는 가치에 집착했던 배경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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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우리에게 불행해질 권리는 없다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삶의 귀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던 순간이 있었다. '암'이라는 날 선 선고를 받던 그날, 나는 텅 빈 머릿속을 떠다니던 죽음의 공포에 떨었다. 일상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졌고 그날 이후 내 이름 앞에는 '암 환자'라는 무거운 수식어가 붙었다. 수술을 마치고 꿈결처럼 눈을 뜬 회복실, 천장의 흐릿한 형광등 불빛은 마치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내 미래처럼 뿌옇게 번져 있었다. 이어지는 항암 치료는 육체와 영혼을 동시에 갉아먹는 처절한 싸움이었다. 혈관으로 퍼지는 항암제의 이질적인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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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 우리 민족의 명문가의 여인들

박경자 (전 숙명여대 미주총회장) 문화와 환경이 다른 타국 땅에서 살면서 우리 마음을 든든히 보듬어 주는 것은 옛 어른들의 삶의 궤적이다. 함부로 살아가는 요즘 시대에 다시한번 옛 어른들의 발자취가 더욱 그리워진다.우리 나라에 명문가는 있었는가? 그명문가는 누구였으며, 그 명문가의 여인들의 삶은 어떠했는가? 명문가하면 지위나 명예 화려한 저택을 연상할지 모르지만 그보다 먼저 그 집안의 선조들의 삶이 어떻게 살았느냐 하는 점이다. 명문가의 삶은 과연 무엇이 달랐는가이다. 조상의 삶의 Royalty, 그 조상의 얼을 가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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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슬픔의 교향곡이 흐를 때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애틀랜타의 붉은 흙 위에서 어느덧 사십 년 가까운 세월을 살았다. 이민자의 삶이라서 일까, 늘 채워지지 않는 허기를 메우려 애썼던 긴 여정이었다. 청춘은 생존을 위해 분주했고, 어느 시절엔 홍두깨처럼 느닷없이 들이닥친 병마와 사투를 벌이며 위태로운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어느새 노년에 들어서는 나이, 은퇴가 코앞이지만 나의 일상은 여전히 일터를 향한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삶을 즐기는 친구들이 가끔 부럽기도 하지만, 나는 이 치열한 현실 속에서도 나름의 풍요를 누려왔음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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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등 돌린 인연이 남겨준 것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알고 보니 참 좋은 분이네요.” 몇 달 전에 알게 된 지인이 어느 날 대화 중에 툭 던진 말이었다.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말만 믿고서 그동안 나를 잘못 알고 있었다는 고백이었다. 그 ‘누군가’ 가 누구인지 굳이 묻지 않아도 언뜻 뇌리를 스치는 얼굴이 있었다. 어느 날 카페에 들어서면서 여럿이 담소하는 자리를 지나친 적이 있다, 그 중에 잘 아는 얼굴이 있어 서로 반갑게 인사를 건넸는데, 순식간에 좌중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버리는 것을 느꼈다. “왜들 저러지?” 그 상황이 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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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잠시, 멈춤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갑자기 찾아온 추위가 도시의 움직임을 얼려 버렸다. 창밖 풍경은 잿빛 하늘 아래 얼음 서리와 고드름뿐, 사람들은 저마다의 요새로 숨어버린 듯하다. 나 역시 모든 일정을 접고 집안에 머물기로 한다. 평소 같았으면 해야 할 일을 못 한다는 조바심에 날씨를 원망했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굳게 닫힌 문 안에서 나는 오히려 낯선 해방감을 맛본다. 그것은 바로 느려진 하루가 주는 뜻밖의 선물이었다. 그동안 가속 페달을 밟는 자동차처럼 달려왔다.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 혹은 주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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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간병의 굴레, 마음의 낙상을 경계하라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우편함에 꽂힌 엽서 한 장이 눈길을 붙잡았다. 낙상 예방 콘퍼런스에서 온 초청장이었다. 그 위에 적힌 “Don't Let a Fall Get You Down (추락이 당신을 주저앉게 하지 마세요)” 라는 슬로건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문장에 매료되어 지체 없이 참석 전화를 걸었다.평소 부모님의 간병에 관한 상담 전화를 자주 받는다. 내용은 대개 양로원을 찾기 위한 행정적인 절차를 묻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대화의 끝은 늘 치매나 낙상 사고를 당한 부모를 부양하는 자녀들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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