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격이나 신체의 모양등과 같은 몇 가지 유형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방식은 깊이가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사람의 개성을 한마디로 압축해 주는 묘미는 있다. 그 가운데 하나로 ‘아폴론형’과 ‘디오니소스형’으로 사람을 나누는 방식이 있는데, 니체가 <비극의 탄생>이란 작품 속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이기도 하다. 아폴론은 태양의 신이요 디오니소스는 술의 신을 상징하는 것으로, ‘아폴론적’이라는 말은 이성과 지식을 나타내는 반면, ‘디오니소스적’이라는 말은 술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의 집합체로 본능과 광란 등을 나타내는 말로 흔히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말을 처음으로 사용한 니체는 “극단으로 가는 길은 지혜의 궁전에 이른다”고 믿을 만큼 이성적인 아폴론적 인간보다는, 일상적인 범위와 한계를 완전히 파괴함으로써 존재의 가치를 추구하는 광적인 디오니소스적 인간을 선호한 철학자로 유명하다. 그의 이런 생각을 신봉했던 자가 바로 수백만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했던 나치 독일의 히틀러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한마디로 디오니소스적 사람의 생각을 광적으로 모방했던 디오니소스적인 인간에 의해 저질러진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최근 <베트맨>이란 한 공상과학 영화를 보고 이를 본떠 수많은 사람을 총으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사건 용의자 홈스는 자신을 영화 속 악당으로 나오는 ‘조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디오니소스적 사람들이 만든 공상과학 영화를 보고 이를 그대로 모방해 이런 참극을 저질렀다는 말이 된다. 가짜를 진짜로 믿는 광적인 믿음이 부른 또 다른 참극이 아닐 수 없다.

영상학의 발달로 컴퓨터 게임이나 공상과학 영화들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와는 별도로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공상과학, 즉 가짜 과학에 속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상과학이란 것도 따지고 보면 공상적인 이론을 현실 가능한 사실로 묘사한다는 점에서 일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디오니소스적인 영역에 속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이 영화에서처럼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해 권선징악을 앞세운 거짓윤리의 꼬드김과 공상과학 이론을 교묘한 방법을 첨가해 사람들에게 엄청난 대리 착각을 심어주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눈을 감고 호들갑을 떠는 매스컴에 온 세상이 조정 당하고 있다는 느낌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조미정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