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균희 신경정신과 전문의 강연회 지상중계


‘암’이란 진단을 받으면 환자는 ‘충격, 부정, 분노, 포기하고 받아들임’ 등 다양한 심리 단계를 거친다. 여성에게 가장 위협적인 암으로 잘 알려진 유방암은 암이 주는 충격도 만만치 않지만, 유방이 갖는 여성성과도 관련이 깊어 암으로 진단받으면 ‘우울증’이라는 정서장애를 겪을 수도 있다. 

전 UCLA 교수이자 현 실로암 병원에서 진료하고 있는 정균희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암 때문에 우울증이 생겼다기보다는 이미 우울증이 있는 상태에서 암으로 투병하면서 증상이 심해졌다고 본다. 그러나 스트레스 받지 말고, 주변 도움과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로 우울증 약을 적절히 쓰면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매달 두 번째 목요일 굿 사마리탄 병원에서 모임을 가져온 한인 유방암 환자 서포트 그룹 ‘샤인’(회장 캐서린 김)은 6월 정기모임에서 정균희 신경정신과 전문의를 초청해 ‘유방암 환자의 정서 장애(Mood disorder) 예방과 치료’에 관한 강연회를 열었다. 이날 강연회 내용을 정리했다.




우울증은 생긴 것 아닌

잠복했던 게 악화된 것

감정기복은 누구나 경험

증상 심하면 약 처방을




#기분(Mood)이란

정 전문의는 “정신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지속적인 감정/정서로 일반적으로 우울함, 기분 상승을 말한다”며 “어느 날은 기분이 좋고, 기분 나쁜 날은 가족에게 화를 내기도 하는 감정은 정상 수준이다. 우울증은 감정, 정서(emotion)의 일부인데, 동양에서는 ‘희로애락’이라 표현한다. ‘희’는 한자어로 지금 기쁘다는 뜻이며, ‘락’은 지속되는 기쁨, ‘로’는 노여움, ‘애’는 슬픔으로 표현된다. 동양에서는 불안이 없다. 서양에서는 희와 락은 ‘행복’ 한가지로 표현되며, 불안이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유방암 환자에게 우울증은

정 전문의는 “유방암 환자라서 우울증이 더 생긴다고 생각지 않는다. 물론 당연히 우울하다. 그러나 우울증 자체가 생긴다기보다는 이미 우울증이 있었던 상황에서 암까지 찾아와 우울증이 더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울증은 통계상 전체 인구의 30%가 경험하지만 정서 장애로 정의하는 병(우울증, 조울증 등)은 전체 인구의 5~10%에 해당한다. 정 전문의는 “미국에서 76년부터 42년간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다보니 우울증, 조울증은 폐렴 같은 내과질환처럼 딱 정의가 떨어지는 장애가 아니라고 본다. 사실은 섞여있는데, 우울증, 조울증, 조울 장애, 정서 장애, 불안 장애, 공황장애로 편의상 이름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서장애로 분류될 때는 보통사람이 경험하는 감정 범위보다 비정상적 감정 범위를 겪는 것이다. 보통 우울한 정도가 아주 깊게 우울하거나, 기분 좋은 조증은 ‘하이’(high)로 감정의 범위가 정상 범위를 뛰어 넘는다.  

정 전문의는 “사전적 의미로 건강(healthy)의 정의는 병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병(disease)은 건강하지 못한 상태다. 남들은 건강한데 왜 나에게는 병이 찾아왔을까 하기보다는 병 자체는 살아있는 증거다, 라고 위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여성에게 우울증 더 많아

꼭 암환자가 아니더라도 최근 우울증, 조울증 등의 유병율은 증가 추세다.

정 전문의는 “몇년 전 UC샌디에고 조사 결과 조울증 유병률이 5%로 100명당 5명꼴이라는 보고가 있었지만 일반적인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의 정서 질환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사실 의사들도 잘 모른다. 다만 이전보다 병 자체가 많아졌다. 딱히 대책도 없이 현대 의학에서는 자꾸 병명을 만들어 내고, 숫자가 많아졌다. 

또 남녀 발병률은 비슷하나 남자는 기분 좋은 하이(High) 상태에서 시작하면 여성은 로우(low) 상태에서 시작한다. 또 남성은 조울증(양극성 장애) 진단이 많고, 여성은 우울증이 남성보다 3배 높다”고 설명했다.


#우울증 약 치료는 중요

정신과적으로 우울증이나 조울증이 삶을 파괴할 정도라면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전문의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는 것이 중요하다.




정 전문의는 “항우울제는 에피네프린, 아드레날린, 세로토닌 등 뇌의 신경화학물질의 균형을 맞추는 기전”이라며 “정신과적 치료를 받을 때 한인들은 약에 대한 거부감이 높지만, 적절한 약을 복용하면 첫 에피소드(삽화,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는 기간)에서 빨리 회복될 수 있고, 재발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또 약을 복용하면 정서적 안정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 복용 없이도 낫는 사례는 물론 있다. 우울증은 6개월~2년 안에 자연스레 없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울증 약을 치료에 사용하면 6개월 증상에 시달릴 것을 3주, 혹은 3개월으로 단축시키거나, 증상이 잘 조절되면 2년 안에 서서히 끊을 수도 있다. 또 증상이 2년까지 가지 않거나, 그 다음 에피소드 발병을 막는다. 또 약 복용은 환자에 따라 6개월에 걸쳐서 용량을 줄이거나, 약 가짓수를 줄이면서 점점 끊을 수 있다.

또 약을 쓰는 것은 자살 예방에도 도움 된다.


#정신과에서 피검사를 하는 이유는

정 전문의는 “정신과에서 혈액검사, CT 스캔 같은 신체적 검사를 하는 이유는 환자가 다른 질병 없이 정신과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갑상선 장애가 있거나, 아드레날린 장애, 종양 등 때문에 정신과적 증상이 나올 수도 있다. 환자 중에서 뇌 중앙에 종양이 생겨 전반적인 우울증이 나타난 사례가 있었다. 종양을 치료한 뒤 우울증 증세가 없어졌다. 또 갑상선도 치료하면 괜찮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편두통 환자도 많은데, 다른 병이 없고 우울 및 정서장애가 함께 섞여 있다면 편두통 치료가 아니라 조울 장애 치료를 하면 편두통이 낫기도 한다.


#환자 서포트가 중요

가장 가까운 남편이나 친척, 친구의 도움은 정신 건강 및 암 극복에 매우 중요하다. 

정 전문의는 “사람은 어차피 한번은 죽는다. 암 자체는 최근 많이 극복되는 질병이다. 치료하면 살아가는데 문제없다. 오히려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은 빨리 사망할 수도 있다. 또 치매는 두렵고 비참한 병이다. 대장암, 유방암 환자들은 의사 말을 잘 따르고 잘 치료하면 환자에 따라 오래 사는 사례가 많다. 또 암환자 서포트 그룹도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종교를 갖는 것도 좋다. 나에게 찾아온 암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라”고 덧붙였다.

‘샤인’의 캐서린 김 디렉터는 “지난 2006년부터 샤인에는 200명 이상 한인 여성 환자들이 회원으로 모여있다. 매번 200명씩 모이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한인 유방암 환자들이 겪는 고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샤인은 시작됐다. 여성성을 상실하기도 해서 유방암 환자는 우울증에 빠질 환경이 되기 쉽다. 남편의 지나가는 말이 상처가 될 수도 있고, 가발을 쓰면 누군가 나만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가족과 서포트 그룹이 노력하면 우울증이라는 지속적인 숙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인 유방암 환자 서포트 그룹 ‘샤인’은 매달 두번째 목요일 굿사마리탄 병원(637 S.Lucas #602, LA)에서 유방암 진단부터 회복까지 정보를 나눠오고 있다.

문의: 실로암병원 정균희 신경정신과 전문의 (213)386-5002, 샤인 캐서린 김 (323)229-2725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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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우울증이라면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적극적으로 약물, 상담 치료를 받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