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유목민’ 급증
25%가 3번 이상 해지
구독료 인상, 비용 부담
업체,‘번들 판매’대응
테크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한인 최모씨는 최근 공개된 한국 드라마를 보기 위해 디즈니 플러스에 신규 가입을 했다. 이미 3개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하고 있던 터라 또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이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최씨가 택한 전략은 2주 동안만 가입해 보려던 한국 드라마를 섭렵한 뒤 스트리밍 서비스를 해지하는 것이었다.
최씨는 “특정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 신규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은 돈 낭비라고 생각한다”며 “일시적으로 가입하고 시리즈를 다 시청하고 나면 해지하는 방법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이어서 가입과 해지, 그리고 재가입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OTT)들은 최씨처럼 가입과 해지를 반복하면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스트리밍 유목민’이라고 부르고 있다. 업계가 이들 스트리밍 유목민들을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 최근 들어 그 증가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구독서비스 시장조사업체인 안테나의 조나단 카슨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년 동안 스트리밍 유목 구독자 수가 크게 늘었다”며 “스트리밍 유목 구독 형대는 틈새 시장에서 벗어나 주류 경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OTT 업체들 사이에 미국 내 시장 점유율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독과 해지, 재가입을 반복하면서 OTT를 번갈아 이용하는 이른바 ‘스트리밍 유목민이 급증하면서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안테나에 따르면 지난 2년간 3개 이상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3번 이상 구독 해지한 수가 2,900만여명에 달하는데, 이는 전체 가입자의 25%에 해당하는 수치다. 더욱이 이중 3분의 1은 해지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6개월 내 재가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스트리밍 유목민 증가세는 이전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경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엔 1개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해 충성도를 보여주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라는 것이다. 안테나에 따르면 지난해 스트리밍 서비스 신규 가입자와 해지자의 40%가 스트리밍 유목민들이 자치할 정도로 대세가 됐다.
스트리밍 유목민들이 증가한 것은 가입 구독료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진 탓이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독하고 있는 가입자의 비용 부담은 월 평균 61달러로 지난해 48달러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고물가에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료마저 오르다 보니 지금보다 5달러 이상 상승하면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의 절반이 해지를 할 것이라고 답할 정도다.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의 여파다.
여기에 팬데믹 이후 사회 활동과 야외 활동이 증가한 것도 스트리밍 유목민 수 증가에 기여한 또 다른 요인으로 꼽혔다.
OTT 업계는 이제 대세로 부상하고 있는 스트리밍 유목민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스트리밍 유목민을 잡기 위한 전략 중 대표적인 것이 2개 이상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함께 묶어 제공하는 소위 ‘번들 판매’ 전략이다. 지난해 12월 초 버라이즌은 넷플릭스와 맥스의 광고 포함 플랜을 번들로 묶어 17달러의 월 구독료를 10달러로 인하해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디즈니의 경우 디즈니 플러스와 훌루, ESPN 플러스를 함께 묶어 판매해 성공을 거뒀다. 디즈니는 폭스와 워너 브라더스 등을 추가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디스커버리도 올 가을부터 스포츠 관련 스트리밍 서비스를 추가해 번들 판매에 나설 것이라고 공표한 바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