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네스튜디오 등 유명 브랜드 3인치 이상 
내년 봄 여름 컬렉션쇼엔 6인치 이상 킬힐도  
한인은 “아직 하이힐보다는 키높이” 보수적

‘남자에게도 하이힐을 허하라.’ 남자의 신발 굽이 높아지고 있다.  가을 유명 디자이너들의 런웨이에 굽 높은 남자 신발이 대거 등장했다. 이탈리아의 브랜드 디스퀘어드2는 ‘2017년 봄/여름 컬렉션’ 쇼에서 6인치 높이의 글램록 부츠를 모든 남성모델에게 신겼다. 저걸 신고 도대체 걸을 수는 있단 말인가 싶게 어마어마한 높이지만 런웨이 모델들은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갈수록 높아만 지는 남자 하이힐 트렌드를 살펴보자. 



▶유명 브랜드들 남성 하이힐 가세 
‘남성 하이힐’이 본격화되는 데는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앞다퉈 구두 굽을 높이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았다. 
패션피플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스웨덴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의 경우 내년 상반기 남성 컬렉션에 3.5 인치 높이의 ‘이기부츠(Iggy boots)’를 선보였다. 지난해 여성복 화보에 소년 모델을 등장시켜 ‘젠더 뉴트럴’의 최강 전사임을 입증한 바 있는 패셔너블하고도 정치적인 브랜드다운 행보다. 발렌시아가도 3.2인치 안팎의 부츠를, 비비안 웨스트우드와 찰스 제프리도 높지만 넓다란 굽의 플랫폼 슈즈를 일군의 남성 모델들에게 신겼다. 가디언은 이 같은 현상을 다룬 ‘플랫폼의 귀환: 남성용 신발, 새로운 높이에 이르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복고의 영향, 특히 올해 잇단 부고로 전 세계에 충격을 준 팝 가수 프린스와 데이비드 보위의 죽음이 이 같은 새로운 트렌드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런 ‘남성 하이힐’은 런웨이에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미 주요 남성 브랜드 매장에는 2인치 안팎의 굽 높이가 상륙해 있다. 여자의 송곳처럼 아찔한 스킬레토힐은 아니다. 스니커즈 전반에 통굽을 대거나 높다란 판 위에 신발을 올려놓는 플랫폼 슈즈, 청키 힐(Chunky heelㆍ정사각형에 가까운 굵은 굽)을 단 첼시부츠 등이 대부분이다. 
‘평범하지만 엣지 있게’를 모토로 하는 놈코어의 트렌드 속에 스니커즈에도 다채로운 여성적 코드가 가미된 것이다. 1.5~2인치 통굽에 징을 박거나 나비 등 애니멀 패턴을 입힌 알렉산더 맥퀸과 띠어리의 남성용 스니커즈가 대표적이다. 사이즈가 클 뿐 디자인으로는 여자 신발과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젠더 뉴트럴한 신발들이다.

▶남자의 하이힐, 키냐 스타일이냐
물론 런웨이의 모델들이 입고 신는다고 해서 스트릿 패션이 바로 호응하는 것은 아닐 지도 모른다. 아무리 이곳이 할리웃이라고 해도 남자의 높은 굽은 아직까지는 일부만 즐겨 신는 급진적인 아이템이다. 
사실 한인 남성들 사이에서는 하이힐 대신 키 높이 구두를 선호한다. 키 5피트 8인치의 한 한인은 “키가 1.5인치만 더 크면 좋겠다 싶어 2인치 정도되는 깔창이 깔린 키높이 신발을 신고 다닌 적은 있다”면서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높은 굽은 매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아크네 이기부츠에 대해서는 “할리웃의 록스타 정도가 아니고 일반인이 이런 킬힐을 따라하기 너무 부담스럽다”며 “티 안 나게 깔 수 있는 2인치 정도의 깔창이 수두룩한데 굳이 남성용 하이힐을 신을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말한다. 
또 다른 남성도 “키가 작아 남성 하이힐이 끌리기는 한다”면서도 “아무리 미국이라고 해도 한인사회에서는 많은 시선이 있어 못 신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들이 높은 굽 신는 것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자유로워진다면 당연히 신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용 하이힐은 사실 패션 외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봐야 할 것 같다. 패션피플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 패션이 여성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 모두 제각각의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키만이 아닌 자유의 표현 
남성들이 하이힐을 신는 것이 단지 키 커 보이려는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키 5피트 9인치의 40대 중반 한인은 “남성이 높은 굽 신는 것을 이상하게 보지만 않는다면 나도 신어볼 것”이라며 “높은 굽 신발을 신으면 자세도, 핏도, 기분도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지 키가 커 보이고 싶다기보다는 그런 기분을 자유롭게 느껴보고 싶다”며 “어떤 선택에 제약에 없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동의하는 여성들도 많다. 한 여대생은 “남자들도 굽 있는 신발 신는 것 저는 너무 좋은데요”라며 “남자든 여자든 자기 단점 보완하겠다는데 고정관념 갖고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냥 성별 구분 없이 다 신을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하지만 근본적으로 키가 작은 걸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웃긴 것 같다. 키가 크든 작든, 남자든 여자든, 자기가 신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신고, 입어도 괜찮은 사회가 건강한 것 아닐까”라고 나름의 결론을 냈다. 
사실 남성용 패션과 여성용 패션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더없이 촌스러워진 시대다. 여성복의 고전 샤넬 트위드 재킷은 일부 아이돌의 시그니처 룩이 된지 오래다. 키와 관계없이 자신만의 패션을 통해 자아를 표현할 수 있기 위해서는 남성 패션에 가해진 지나친 제한을 완화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남자들에게도 하이힐을 허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성은 오히려 굽 낮은 신발
남성의 신발굽이 높아지기 이전에 여성의 신발은 ‘낮게, 더 낮게’를 지향한 지 오래다. 날렵한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걷고 있노라면 어딘가 유행에 뒤쳐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스니커즈와 플랫슈즈가 대세가 됐다. 전 세계 패션계를 뒤덮은 놈코어와 애슬레저(운동+여가)의 태풍은 잠잠해질 기미가 없이 클래식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수트 정장에도, 플리츠 스커트에도, 와이드 팬츠에도 플랫슈즈다. 돌체앤가바나, 아크네 스튜디오, 마르니, 스텔라 매카트니 등 유명 브랜드들도 ‘여성복 런웨이=하이힐’이라는 등식을 무너뜨리며 스니커즈, 슬립온, 슬리퍼 등 플랫슈즈를 자주 등장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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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높은 굽을 신을 수 없다는 것도 편견이 되고 있다.  최근 선보인 디스퀘어드2의 2017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에서 한 남성 모델이 킬힐을 신고 런웨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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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동원이 한 영화 시사회에 신고 나온 엄청난 높이의 킬힐은 패션계에서 한동안 화제가 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