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모두 스포츠 선수 출신
일본 야구 영웅이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 우승의 주역 오타니 쇼헤이(28). 투수와 타자 역할을 모두 최고의 실력으로 해내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를 앞두고 팀원의 사기를 높이는 리더십, 예의 바르고 겸손한 언행으로 ‘인격까지 완벽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청년으로 자랐을까. 지난달 29일 발매된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週刊文春) 최신 호는 오타니의 부모, 학창 시절 지도자들을 인터뷰해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전했다.
오타니는 1994년 7월 일본 이와테현 오슈시에서 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 도오루는 야구 선수, 어머니 가요코는 배드민턴 선수 출신이다. 오타니는 부모에게 운동 신경과 큰 키(193cm), 온화한 성격도 물려받았다.
오타니가 야구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다. 25세 때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은퇴한 도오루는 아들이 입단한 리틀야구팀의 감독을 맡아 주말마다 함께 땀을 흘렸다. ‘야구를 시작할 때는 야구의 즐거움과 재미를 알려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오타니를 비롯한 아이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팀 코치였던 사사키 가즈오는 어린 오타니가 “마운드에 있을 때 팀원들이 실수해도 전혀 짜증 내지 않았다. 잘하면 ‘나이스 플레이!’라고 칭찬하면서 팀의 기운을 북돋았다”고 회상한다. 고등학교 야구부 시절 오타니를 지도한 사사키 히로시 감독도 “고등학생이 그렇게 잘하면 우쭐해지는 게 보통인데 오타니는 달랐다. 연습도 솔선수범했고 불평불만도 없었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면서도 고교시절 성적이 전 과목 평균 80점 이상이었다.
오타니의 부모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오타니를 특별하게 길렀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해 왔다. 분슌은 그럼에도 오타니 가족의 가정교육에 세 가지 특징이 있었다고 짚었다.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중요시했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 방이 있었지만 공부는 식탁에서 하는 등 거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가요코는 “공부하라고 잔소리하지 않았지만 누나가 공부하는 걸 보며 자연스럽게 배운 것 같다”고 말한다. 오타니는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누나와 함께 앉아 공부했다.
아이들 앞에서는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고, 아이들을 꾸짖지도 않았다. 도오루는 오타니를 혼냈던 기억은 오타니가 유치원에 들어가던 때쯤 딱 한 번뿐이라고 말했다. 오타니가 아끼던 해리포터 공책의 일부가 구겨졌다고 “누가 만졌냐”고 화를 냈는데, “겨우 그 정도로 소리를 지르느냐”며 꾸짖었다고 한다.
‘끝까지 노력해 이뤄내는 것’의 중요성을 가르쳤다. 아버지는 오타니에게 “네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야구를 하고 있으니, 게임하고 싶거나 놀러 가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고 말했다. 야구를 가장 좋아했던 소년은 정말로 야구에만 집중했다. 용돈과 세뱃돈을 받아도 어머니에게 맡기고 야구 용품을 구입할 때만 썼다. 분슌은 “프로 입성 후 큰돈을 벌었지만 오타니는 지금도 돈 관리는 부모에게 맡긴다”며 “낭비 없는 생활을 하며 야구에 전념하는 그의 모습은 아버지 손에 이끌려 리틀야구의 문을 두드렸을 때와 다르지 않다”고 평했다.
<도쿄=최진주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