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베리아 도시 이르쿠츠크에서 메틸알코올이 함유된 피부 보습용 스킨 토너를 보드카 대신 마신 현지 주민 40여 명이 집단으로 사망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연방수사위원회 이르쿠츠크 지부는 19일 “현재까지 화장용 토너를 마시고 숨진 주민이 49명으로 파악됐다”며 “일부는 병원에서 사망했고 일부는 집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은 모두 57명이 문제의 제품을 마신 것으로 파악됐고 피해자 중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현지 수사·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르쿠츠크 노보레니노 구역 주민들은 지난 17일부터 이틀 동안 단체로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인 뒤 사망했다. 일부 환자들은 응급차로 병원에 실려 오는 과정에서 숨지거나 병원 도착 후 곧바로 사망했으며, 또 다른 주민들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35~50세 사이의 빈곤 계층에 속한 남녀 주민들로 파악됐다. 당국의 확인 결과 이들은 현지 상점들에서 피부 보습용이나 사우나용으로 판매되는 스킨 토너 화장수 ‘보야리쉬닉’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산사나무 추출 수액으로 만들어진 이 제품에는 메틸알코올과 냉동 방지제 등이 함유된 것으로 성분 분석에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제품 안내문에 음료로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있었으나 이를 무시했다. 현지 주민들은 그동안 비싼 보드카 대신 값이 싼 알코올 함유 화장수나 의료용 알코올 제품 등을 물에 타 보드카 대용으로 마셔온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은 해당 제품을 판매한 상점 2곳을 압수수색하고, 제품을 유통한 거래상 7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상점 100여 곳도 점검해 2톤 이상의 ‘보야리쉬닉’ 제품을 압수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알코올 함유 액체 제품들의 판매 상황을 일제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사건에 대해 보고받았다며 이번 사건을 “무서운 비극”이라고 평가했다.
이르쿠츠크 시 정부는 사건과 관련 관내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한편 모든 비 음료용 알코올 함유 제품의 판매를 잠정 중단시켰다. 시 정부 직원들은 또 주로 빈곤층이 밀집한 지역 아파트를 돌며 관련 제품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에선 보드카를 살 형편이 못 되는 빈곤 계층 주민들이 값싼 공업·의료용 알코올이나 가짜 보드카 등을 마시고 실명하거나 사망하는 사건들이 종종 발생해 왔으나, 이번처럼 한 구역 주민이 한꺼번에 중독돼 대규모로 사망한 사건은 이례적이라 충격을 주고 있다.
주민들이 ‘가짜 보드카’를 많이 찾게 된 데는 지난 2010년부터 술 소비세가 배 이상 인상되면서 보드카값이 크게 오른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단체는 의료용 알코올이나 화장수 등을 마시는 주민이 약 1,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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