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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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시] 발자국

선잠깨 아직 낯빛이 어두운 새벽을 데리고 바닷가를 걷는다.  먼저 간 발자국은 슬프다.그를 신새벽 바닷가로 이끈 고뇌로,바닷새 하나 없이 혼자였을 테니.  외줄로 이어진 발자국은 영원이다.그 발자국에 내 발을 덮으려니본 적 없는 누군가의 상념이 전해지고,뒤따르는 자의 발자국이 또 나의 그것을 덮을 테니.  발자국은 그리움이다.육지 깊은 곳에 머물러 내 곁에서 먼 그들,그들과 함께 한 일상이 파도에 사무치게 실려오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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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

 구름은 솜사탕 머리에 얹고 두둥실 흐르고,녹색 모자 난쟁이들  숨바꼭질하는 나무를 잡고바람이 산들 왈츠를 추는 여름날. 개구리 점프로 꽃잎에 입맞춤 하자,꽃은 잎을 모아 수줍게 얼굴을 가리고, 청솔모 제 꼬리짓에 놀라 멈칫하는 또 여름 날. 사랑은 구름처럼 멀고또 사랑은 나무를  스치고 사라지는 바람인 것을 한번도 버섯의 손길을 받지 못한 백년의 이끼이며,갈대와 진흙모아 둥지를 만들고도짝을 찾지 못한 들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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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시] 긍정의 손을 잡고

사람들의 입이 마스크로 가려졌다.어둑한 곳에서 보니 네모요정들이 공중을 떠다니는 것이동화같은 세상이다.  한가한 도로가 추수감사절 같다.칠면조는 오븐에 사우나 중이고호박파이는 가족들과 격한 키스예감에 볼이 발그스레 들떠있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열이 나면 아이스커피 끝에 타이래놀을, 목이 아프면 도라지원액을 마시고톤이 낮은 노래로 편도를 위로 하리라.  그래도 긍정으로 극복이 어려운당신과의 결별은 초긍정으로 견딜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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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시] 겨울 단상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누구도 그립지 않은 날 우정은 간밤 와인 잔향처럼 아스라하고 사랑은 그믐 달빛처럼 희미한 것을 겨울날 나는 북풍한설에 날려 온 갈잎 하나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한마리 기러기 아니 오랫동안 행인들 시선조차 받지 못한비정한 노점의 조악한 물건이다. 허나 멀고 먼 그대가 그리운 겨울 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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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시] 문병

[내 마음의 시] 문병 큰 아들은 물건 납품일 빠듯해가야 한다고 했고,작은 아들은 중요한 약속이 있다며제발 약을 제 때 드시라고 채근했다. 셋째 아들은 시차 적응이 안된다며박카스를 두병 째 마셨고,손수건으로 코를 훌쩍 거리던딸은 김치 절여놓은 것 숨 너무 죽겠다며안절부절했다. 더듬 더듬틀니를 찾아 끼운 어미는"어서들 가봐라 난 괜찮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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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시] 안착

송구영신 호들갑도 떨어보고,한 해 동안 즐거웠노라고입에 발린 인사도 나누고,남이 전해 준온라인 연하장 대신글자로 된 전화기 연하장을 보내면서내것은 정성이 들어간거란위안도 해 본 연말.사이 서먹한 지인에게신년을 빌어 어색한 인사로관계개선도 해보고,가족에게 적당한 거리를두어 서로 덜 부대끼기를 다짐도해보는 새해.TV, 신문이고마트, 음식점이고 온통 부산하던연말연시가 지나고다시 찾아온 일상이오래된 연인처럼 편하고 쉬워서아늑하고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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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의시] 콘서트 7080

반백의 사회자는 한때밴드에서 기똥차게 기타를 치던 사람이었지.요즘 젊은이들 말로 아재 개그로 분위기를 띄우니고단한 듯 의자에 반쯤 드러누운 관객들이탄식하듯 웃음을 적선한다.어느 가수는 호흡이 딸려고음도 반음쯤 안 올라 가고,'아침 저녁으로 수영하면 호흡에 도움이 될텐데'하는생각을 했다.한때 우리들 맥박을 요동치게 했던 댄스가수의 춤은어째 흐느적거리는 게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뒤로 멀리 온 듯 촌스럽고 ,이 절 고음 부분에서는 마이크를객석으로 넘겨 위기를 모면한다.흥이 넘치는 아주머니는 아예 객석에서 일어나육 덕진 둔부를 흔들어 대니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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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시] 좌욕

자다가 서너번씩 일어나변기에 머리를 조아리는 이유가전립선이 비대해서라며처방전을 써주는 의사가,좌욕은 이제 시작하는치질에도 좋을거란다.샤워 끝물에 따끈한 물을 받아물풍선처럼 물렁해진 엉덩이를 담그니,뻣뻣하던 아랫도리가무릉도원인 양 조건없이흐믓하다.길어진 샤워시간이 궁금했던지부쓰를 들여다 보던 아내가"샤워 하다가 웬 알 품어요?"라는 한마디에 못된 짓하다 들킨 틴에이져처럼벌떡 일어나니,약해진 오줌발처럼엉덩이 사이를느추하게  흘러 내리는 물이종아리를 간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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