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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에세이] 남동생 장가보내던 날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8-23 12: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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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남동생을 장가보냈다. 우리 오남매 중 넷째로 집안의 네 번째 결혼이다. 시애틀에서 군복무중인 남동생이 식 사흘 전에 와서 막바지 결혼준비를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식 이틀 전에 리허설을 하고 양가 온 가족이 모여 저녁식사를 하였다. 오남매 중 벌써 넷이 가정을 이루고 첫째인 나와 둘째는 각자 둘씩 아이도 있으니 식당이 우리 가족들만으로도 꽉 찼다. 서로 잘 부탁드린다며 인사를 하고 새로 가족이 됨을 축하했다.

우리 누나들도 나름 미국 결혼식에 있어서는 경력직이기에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미리 말은 했으나 올케가 꼼꼼하게 준비하여 사실 크게 손가는 일이 없었다. 금전적으로도 결혼식 물가가 너무 올라 걱정했는데 남동생 부부가 슬기롭게 잘 비용을 치렀다.

나와 나이 차이가 열한 살이나 나는 동생은 내게는 자식 같기도 한 동생이다. 내가 기저귀도 갈아주고 우유도 먹여주었다. 녀석을 유아차에 태워 동네 산책도 많이 다녔다. 돌잔치는 내가 인생 처음으로 만든 통장에 모아둔 용돈과 세뱃돈 약 백만 원으로 치렀다. 커서는 학비를 보태준 적도 있다. 지금도 우스갯소리로 그 돈 언제 갚느냐고 남동생에게 묻는다.

골프장에서 치른 결혼식에는 155명이 넘는 하객들이 동생 부부의 앞날을 축복하기 위해 모였다. 해군 장교인 남동생의 동료들도 다들 멀리서 와주어 인종도 다양했다.

상대적으로 일찍 결혼하는 탓인지 친구의 결혼식을 처음 와보는 젊은 하객들이 많았다. 그래도 새신랑, 새신부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한껏 멋을 부리고 온 젊은 친구들이 하나같이 예쁘고 멋지게 반짝거렸다. 오늘 여기서 새로운 커플들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주인공들은 식전부터 사진 촬영을 하고 하객맞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나 또한 화동을 맡은 큰 딸내미를 챙기느라 분주했다. 작년 셋째 동생의 결혼식에서도 화동을 맡았으나 낮잠 시간과 겹쳐 결국 사촌언니만 화동 역할을 했던 전적이 있던 터라 걱정이 되었다. 걱정도 잠시, 일 년 사이에 많이 컸는지 사촌언니와 손잡고 버진로드에 꽃을 야무지게 뿌리며 화동 역할을 잘 해내주었다.

큰 딸과 작은 딸을 각각 무릎에 앉혀 우리 부부도 가족석에 앉았다. 옆에 앉은 엄마, 아빠가 처음으로 자식을 결혼시킬 때보다 더 주름이 깊게 패인 것을 보니 세월이 야속했다. 그래도 이렇게 두 분 모두 건강하게 부모님 자리를 지키고 장성한 아들을 장가보낼 수 있음이 감사한 일이다.

식사가 나오고 전문 사회자의 사회로 부부의 첫 댄스, 신부와 신부 아버지의 댄스, 신랑과 신랑 어머니의 댄스가 이어졌다. 나는 아이들을 먹이느라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식사를 마쳤다.

신랑 친구의 감미로운 축가와 부부의 친구들의 축사가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가 눈시울을 붉히게도 했다. 홀 창 밖 너머로 이들의 앞날을 축복이라도 하는 듯 오늘따라 더 도드라지게 붉은 노을이 지고 있다.

즐거운 게임과 선물 증정식이 이어지고 취기가 오른 하객들은 디제이의 음악에 맞춰 댄스 플로어로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딸들도 어느 틈에 가운데로 나와 그 작은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고 있다. 누굴 닮아 이렇게 무대를 즐기는지. 축제의 현장이다.

신혼여행을 떠난 올케로부터 감사의 문자가 왔다. 나는 한 것도 없는데 바쁜 와중에 문자까지 보낸 올케가 기특하고 고마웠다. 아니라고 이럴 시간에 여행에 집중하라며 답장을 보냈다. 남동생이 집안에 세상에 둘도 없이 예쁘고 싹싹한 올케를 데려 왔으니 나한테 진 빚은 다 갚았다.

<이보람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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