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영 재미없다는 사람이 있다. 유튜브를 켜면 농기구만 뜬다고 한다. 그는 농사와 정원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유튜브에서 농기구를 검색하곤 했다. 영특한 유 선생이 이걸 놓칠 리 있나. 그를 농기구의 세계로 안내했다. 그는 남들이 이야기하는 재미있는 것들도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그걸 찾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는 원치 않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포로 신세라고 할 수 있다.
탄핵 대통령에 대해 정말 궁금한 것은 왜 느닷없는 계엄이었느냐는 것이다. 무엇을 그를 계엄, 그 험한 길로 몰고 갔을까. 그는 반 국가 세력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한 구국의 일념이었음을 강변한다. 하지만 계엄의 뒤에 유 선생의 알고리즘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상당하다. 황당하고, 극단적인 보수 유튜브에 매몰됐다는 주장이다. 그 증거로 특정 유튜버 말이 대통령 담화에 그대로 담기는가 하면, 일반 국민 생각과는 동떨어진 음모론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 등을 든다.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또 듣고 하면 세상에 그런 사람, 그런 생각만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이념의 장벽에 갇히게 되고, 언로가 막힌다. 바쁜 대통령에게 누가 늘 보는 유튜브처럼 조근조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웬만한 다른 이야기는 귓전으로 흘려들을 수 있다. 맞춤형 콘텐츠를 알아서 척척 대령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편리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위험하다. ‘반 윤’ 저격이 많은 시사 토크쇼를 자주 본다면 MBC 뉴스, 뉴스타파, 김어준의 뉴스공장 류만 앞다퉈 뜰 것이다. 소셜 미디어의 가스 라이팅이 확신을 키우고 양극화를 심화시키게 된다.
대통령이 말하는 계엄의 원인은 야당의 초법적 입법독재다. 이 주장은 지지층에서 호응을 받고 있다. 대통령으로 뽑았으면 일하게 해줘야지, 사사건건 이런 식 이어서야 선출한 국민 뜻과도 어긋나는 것 아닌가. 이 같은 논쟁은 그러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시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닭싸움인 것이다. 야당의 탄핵 남발에 대한 비난도 있다. 전에도 탄핵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상도의 상’ 아주 드물게 쓰였다. 야당에서는 ‘쓰고 보니, 이것 괜찮네’, 그 효용성을 알게 됐는지 모른다. 습관적 탄핵이 정치 일상이 된다면 적정 제동장치가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이나, 탄핵 남발 전에 대통령의 턱없는 인사가 있었다. 무슨 원한에 사무친 듯한 극우 성향 인사들만 뽑아 앉힌 인사는 더 문제였다.
거부권도 탄핵처럼 남발됐다는 지적을 외면할 수 없다. 거부권 역시 전에도 사용되던 것이지만 탄핵처럼 아주 드물게 빼 들던 방패였다. 이제는 밥 한 숟갈 퍼먹은 뒤, 김치 한 조각 집어먹듯 아주 일상화됐다.
예산을 다 깎는 바람에 마약 사범이 활개치게 됐다고 아우성이나, 업무용으로 준 돈을 왜 떡값, 고깃 값에 썼느냐고 따지면 할 말이 없어야 한다. ‘장 받아라’, 하면 ‘멍군이요’ 가 반복되는 장기판 앞에서 누구 편을 들 것인가.
말이 나온 김에 300만원짜리 명품 백인가 뭔가 하는 일로 나라가 시끄러운 것도 그렇다. 부자 사모님 앞에 300만원짜리 백 하나 놓고 나온 후 이를 정쟁의 고비로 삼는 유치하고 수준 낮은 정치공세가 해외 언론에 거론될 때마다 민망하다. 싸워도 뭐 좀 그럴듯한 일로 싸워야지, 수준이 읽힌다.
이번 계엄은 아무리 좋은 말로 정당화해도 굽은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였다. 그 어리석음이라니-. 모두의 부끄러움이 됐고, 그로 인한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