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최대 샤핑시즌이다. 온라인 샤핑이 대세라고는 해도 이것저것 살피고 만져보고 비교해보며 샤핑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은 실물 샤핑 센터. 샤핑몰 주차장마다 밀려드는 차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주차 공간 찾느라 이리저리 돌다보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일단 주차하고 샤핑 센터에 들어가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옷을 고르고 신발을 신어보는 소비자들마다 얼굴에 화색이 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물건 사는 걸 좋아하는 걸까. 필시 옷장에 옷들이 가득하고, 신발장에 신발들이 즐비하며, 몇 번 써보지도 못한 접시며 찻잔들이 그득할 텐데도 우리는 왜 옷을 사고 신발을 사며 예쁜 그릇을 보면 안 사고 못 배기는 걸까.
첫째는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갖고 싶던 물건 사고 나면 기분 좋아지는 건 누구나 경험하는 바이다. 특히 여성들은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우울할 때면 샤핑을 간다. 샤핑 가서 상품들을 들여다보고 마음에 드는 뭔가를, 그것도 할인가격에 사고 나면 언제 그랬더냐 싶게 기분이 전환된다. 행복감과 보상감을 유발하는 호르몬,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건 그 행동이 우리 몸에 이롭다고 뇌가 인식한다는 것. 뇌가 샤핑을 이로운 행동으로 분류하는 건 진화와 상관이 있다. 수렵채집으로 살아가던 원시인들은 어느 하루도 공으로 먹을 게 주어지는 날이 없었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사냥을 하거나 열매를 따야 그날의 먹을거리가 보장되었다. 그러니 산과 들을 헤집고 다니다 맛있는 과일이나 열매를 발견하고 손에 넣었을 때 그 희열이 얼마나 컷을 것인가. 샤핑의 즐거움은 그 태곳적 기쁨을 뿌리로 한다는 해석이다.
심리학자들이 꼽는 두 번째 이유는 억제할 수 없는 충동. 샤핑의 많은 부분은 충동구매이다. 세일이라고 하면 필요 없는 물건이라도 일단 사고 보는 심리가 작동된다. 언젠가는 필요할 테니까, 조금만 살을 빼면 입을 수 있을 테니까, 누군가에게 선물하면 좋을 테니까 … 이유는 다양하지만 심리적 바탕은 충동, 손에 넣고 싶은 충동이다.
구매습관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심리학자, 라이언 하웰 박사는 이를 고대인들의 생존본능에 연관시킨다. 사냥감이 눈앞에 나타나면 이것저것 따지기 전에 일단 잡아야 먹을거리가 생기고 생존이 보장되는 조건이었다. 그 절박함이 본능으로 내재돼 현대인들에게 충동구매를 일으킨다는 분석이다. 일단 사두고 본다.
셋째는 새 것을 원하는 심리. 뭔가 새로운 걸 보면 흥분되고 손에 넣고 싶어진다. 멀쩡한 셀폰을 두고 새 모델이 나올 때마다 계속 새로 사게 되는 심리이다.
그렇다면 이 연말에 어떻게 샤핑을 할 것인가. 가족 친지들에게 선물을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선물의 4대 원칙에 준해서 샤핑할 것을 전문가들은 권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 걸칠 것(옷이나 액세서리), 읽을 것으로 요약된다.
아울러 10여 년 전부터 조용히 번지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안사기 운동이다. 이웃들이 공동체를 구성해 서로 안 쓰는 물건들을 나누고 교환함으로써 최대한 재활용하고 구매를 줄임으로써 쓰레기도 줄이자는 운동이다.
연말 샤핑시즌에 아무 것도 안 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상대방이 원할 만한 것, 필요로 할 만한 것을 직접 만들어 선물한다면 가장 가슴 따뜻한 선물이 될 것이다. 뜨개질한 목도리나 모자 혹은 조끼, 평소 잘 만드는 쿠키나 케익, 크리스마스 장식품 등. 복잡한 샤핑몰에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신 차분하고 의미 있게 연말의 날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