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주말 에세이] 숨은 쉬어야 산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8-02 13:09:26

에세이,김홍식 내과의사 수필가,숨은 쉬어야 산다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오랜 만에 만난 지인과 더위를 식히기 위해 수영을 했다. 나도 수영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지인이 수영하는 모습은 왠지 힘들어 보였다. 호흡이 매끄럽지 못하니 몸에는 힘이 들어가고 몸부림을 칠수록 몸은 가라앉는다. 우선 물속에서 힘 빼는 법을 가르쳐 드리고 호흡을 할 수 있는 동작과 순간을 차근차근 가르쳐 드리니 매우 유쾌해하시고 고마워하셨다.

물속에서 인간은 왜 숨을 쉬지 못하고 물 밖에서 공기를 마셔야 하는가? 인간도 엄마 자궁 속에 있는 태아시절은 물속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 기간 동안 인간의 태아는 자궁의 태반과 탯줄을 통해 산소를 공급 받는다. 태아의 폐는 임신 12 주경 허파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점차 진행되어 임신 20- 24주경에 폐포관이 형성되며 24 주부터 폐포상피세포가 표면 활성제를 생성하기 시작하여 호흡운동을 시작하며 임신 34주 정도 되어야 자가 호흡을 하고 살 수 있는 시기가 된다. 태아는 자궁 안에서 호흡운동은 조금씩 계속하지만 한편으로는 호흡억제기전에 의해 호흡이 억제되어있고 성인과 같은 산소가스의 교환은 일어나지 않는다.

출생하면서 탯줄을 자르면, 비로소 첫 울음을 통해 자궁 안에서 양수로 채워져 있는 폐포는 공기로 대체되면서 독립적인 호흡을 하게 된다. 태내에서 태아의 폐는 액으로 차있고 공기가 없어 폐포들이 찌부러진 상태였는데 첫 호흡의 시작은 폐포의 확장으로  연결된다. 마치 접혀 있던 낙하산이 순간적으로 펼쳐지는 것으로 상상할 수 있다. 이 시점이 생과 사를 가르는 순간이다, 이 첫 호흡은 출산 전후 기계적 자극, 온도변화, 촉각과 같은 자극으로 일어난다고 보고되어 있는데, 필자는 이 순간에 조물주가 한 인간에게 생기를 넣어 주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궁 내에서 가지고 태어난 폐의 체액이 다 나오고 상기도에 공기가 유입되면 흉곽이 부풀어 오르며 호흡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고 폐포 벽을 통해 산소를 혈액 내로 이동시키기 시작하여 새 생명은 생동한다, 이때 매우 중요한 물질이 ‘표면 활성제’이다. ‘표면 활성제’는 공기가 들어왔을 때 폐 확장을 최대한 쉽게 할뿐만 아니라, 숨을 내쉴 때 폐포가 완전히 쭈그러들지 않게 하여 폐가 어느 정도 팽창된 상태를 유지시켜주어 연속적인 호흡이 가능하게 해준다. 미숙아인 경우 표면 활성제가 부족하여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경우는 인공호흡기로 산소를 공급하면서 표면 활성제를 투여하여 치료한다. 

그럼 물고기와 달리 사람은 왜 물속에서 숨을 쉬지 못하는가?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는 그 양이 공기 중의 30분의 1로 매우 적고 물을 폐 속으로 넣었다가 배출하는 속도는 공기가 폐 속으로 들고 나는 것보다 매우 느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람은 물속에서 충분한 산소 교환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물고기는 모세 혈관이 풍부한 아가미를 통해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를 몸 안으로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가스 교환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나는 수영할 때 호흡을 잘 하지만 대기 중에서 가만히 호흡하는 것은 더 쉽고 즐겁다. 내가 태어나 첫울음을 터트렸을 때 폐포가 펴지도록 찰나에 맞추어 생기가 들어왔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산소 섭취를 위해 물고기처럼 계속 돌아다닐 필요가 없으니 나에게는 그만큼 시간이 더 주어졌다. 숨 못 쉬는 분들을 도와 드리며, 대기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노력에 동참하며, 육체뿐 아니라 영혼의 호흡이 막혀 있는 분들을 위로하며 시간 보내기를 기도한다.

<김홍식 내과의사·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 고영민  주말 저녁 무렵아내가 내민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러밖에 나왔는데아파트 옆 동 쪽으로 걸어가는할머니의 뒷모습에 깜짝 놀랐다영락없는 내 어머니였다돌아가신 지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첫날은 허탕을 쳤다. 미리 주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은 둘인데 주문 26건이 밀려 있었다. 지금 주문하면 한 시간 반쯤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25센트 동전 하나에

[전문가 기고] 한국의 전문간호사와 미국의 NP

최근 한국의 의료사태와 관련해 간호법이 국회에서 통과 공표되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의사협회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다며 적극 반대했는데도 여야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간

[삶과 생각] 책임감
[삶과 생각] 책임감

책임감, 이거 없는 사람들 꽤나 있다.오늘 신문을 보니 후배의 부인상(喪配) 부고가 나왔다. 적어도 금혼(金婚)은 지났으리라.처음엔 사랑이요, 중반에 친구로, 후반엔 동반자로서 사

[삶과 생각]  애틀랜타 k – 글로벌 엑스포
[삶과 생각] 애틀랜타 k – 글로벌 엑스포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지난해 미주 상공인 총연합회장(이경철) 취임식을 애틀랜타에서 거행한 뒤 첫 사업으로 해외 최초로 한상대회를 LA오렌지 카운티에서 개최해

[시와 수필] 정직은 최선의 정책이다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모래 한 알에서 세계를 볼 수 있고 들꽃 한 송이에서 하늘 나라를 보고우리의 손바닥에서 무한한 영겁을그리고 한순간 속에서 영원을 본다   ( 시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

최선호 보험전문인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배우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에 그를 미국 대통령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