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뉴스칼럼] 헤어질 결심, 물러날 결단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7-03 17:12:23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뉴,헤어질 결심,물러날 결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남가주의 회사원 P씨는 아버지 걱정에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80대의 아버지가 운전을 하다가 자주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주차 중 옆 차를 긁거나 주행 중 신호를 못 봐서 앞차를 들이 받는 등 접촉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신호등이 파란색인데 갑자기 정차를 하기도하고, 프리웨이에서 시속 30마일로 ‘쌩쌩’ 달리니 언제 어떤 사고가 날지 알 수가 없다.

그중 불안한 것은 음주운전. 모임에서 한잔 한 후에도 노인은 기어이 운전을 한다.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이제 운전을 그만 하실 때가 되었다”고 가족들이 아무리 말해도 노인은 막무가내. 자동차 열쇠를 움켜잡고 있다.

노년에 내려야 할 중대한 결단 중 하나는 운전 포기이다. 어느 시점이 되면 자동차 열쇠를 스스로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언제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권리, 수십년 누려온 권리를 포기하는 게 쉬울 수는 없다. 한낱 자동차 열쇠가 그러하다면 백악관 열쇠는 어떠할까.

지난 주 대선후보 첫 TV 토론 후 지금 미국은 ‘바이든’ 이슈로 뜨겁다. ‘바이든’이라는 이름이 이렇게 자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은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정치해설가나 칼럼니스트들은 요즘 입만 열면 ‘바이든’이다. 대중의 지지를 먹고 사는 정치인으로서 이름이 많이 불린다는 것은 더 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그 다음에 따라붙는 동사가 문제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디어 그리고 정치 칼럼니스트 중 열의 아홉은 바이든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민주당 성향인 그들 그리고 민주당 유권자들은 싫든 좋든 바이든을 지지해왔다.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 들어가 나라의 근본을 뒤흔드는 재앙을 막으려면 바이든이 재선에 승리해서 백악관을 지키는 길밖에 없다고 믿었다. 그런데 후보 토론이 분위기를 확 바꿔 놓았다.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들었다. 바이든의 노쇠한 모습이 TV 화면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성난 파도처럼 들끓고 있다.

“바이든이 중도 사퇴하는 것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살리는 길이자 애국하는 길이며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부통령으로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보좌하고, 미국 최초로 유색인종 여성을 부통령으로 영입하면서 바이든은 정치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 아름다운 업적을 이어가는 길은 지금 물러나는 것이다” 등등. 바이든과 ‘헤어질 결심’들이 확고하다.

반면 바이든은 물러날 생각이 없다. 완주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바로 다음달. 대선후보를 결정할 대의원 지지 99%를 확보했고, 천문학적 선거자금도 마련했다. 이제 와서 중도사퇴라니 … 그로서는 어불성설일 것이다.   

바이든이 재선에 출마하지 말라는 말을 들어온 것은 백악관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나이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꿋꿋하게 재선에 도전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넘쳐서일 수도 있고, 트럼프를 막을 인물은 자신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울러 짚어지는 것은 권력의 마력. 자동차 열쇠가 권리라면 백악관 열쇠는 권력이다. 한번 맛보면 내어놓기 어렵기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미국의 여러 대통령들은 그 유혹을 뿌리쳤다. “권력은 매혹적이다. 도박이나 돈처럼 사람의 핏속으로 파고든다.” - 해리 트루먼이 1950년 재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쓴 말이다. 민주당 진영의 헤어질 결심 앞에서 바이든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기다려 본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벌레박사 칼럼] 엄청 큰 주머니 쥐(possum)가 나타났어요

벌레박사 썬박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변에 가끔씩 보이는 동물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파섬이라고 불리는 큰 주머니 쥐 종류의 동물이다. 파섬은 일반적으로 덩치도 크고, 공격적인 성향이

[법률칼럼] 추방재판후 입국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법 INA §212(a)(6)(B)에 따르면, 추방재판 출두 통보서를 받은 외국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민법정에 출두하지 않고 출국했을 경우, 해당 외

[행복한 아침] 송구영신 길목에서

김정자(시인·수필가)          송구영신 길목이다. 한 해를 바르게 살아왔는지 가슴에 손을 대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답변이나 해명을 제시해야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어디에도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접촉점을 찾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그가 일본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오늘과 내일] 스트레스를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

정신과의사 엘리자벳 퀴블러-로스 박사의 책 <인생수업>에는 열여덟 살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매일 저녁 집에 돌아오면 아들이 여자 친구에게서 받은 보

[뉴스칼럼] 연말의 숙제, 선물 샤핑

연중 최대 샤핑시즌이다. 온라인 샤핑이 대세라고는 해도 이것저것 살피고 만져보고 비교해보며 샤핑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은 실물 샤핑 센터. 샤핑몰 주차장마다 밀려드는 차들

[뉴스칼럼] 계엄… 알고리즘과 닭 싸움

유튜브가 영 재미없다는 사람이 있다. 유튜브를 켜면 농기구만 뜬다고 한다. 그는 농사와 정원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유튜브에서 농기구를 검색하곤 했다. 영특한 유 선생이 이걸

탄핵 정국 속 전세계가 주목한 ‘K-민주주의’
탄핵 정국 속 전세계가 주목한 ‘K-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비서방 국가로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이룬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정국, 한국전쟁, 독재 정권을 거치는 동안 좀처럼 경제적 빈곤과 정치적

[삶과 생각]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길을 잘못 든 모양이다. 불빛이 보이지 않아 사방이 어둡다. 산길을 벗어나 옥수수밭 사이로 난 길을 30여 분 달렸다. 도무지 우리가 예약한 호텔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들판이 이어

[신앙칼럼] 출입문의 모략(Conspiracy Of Entrance, 신명기Deuteronomy 18:15)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 가운데 네 형제 중에서 너를 위하여 나와 같은 선지자 하나를 일으키시리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을지니라.” 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