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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에세이] 삶의 원동력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6-10 17:13:58

전문가 에세이,천양곡 정신과 전문의,삶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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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덱스 운송회사의 한 직원이 크리스마스 시즌에 비행기로 출장을 떠났다. 비행 중 폭우와 폭풍을 만나 비행기는 바다에 추락하고 그는 구명보트에 몸을 맡긴 채 표류하다 간신히 외딴 무인도에 닿았다. 낙심되어 삶을 놓아버리고 싶었지만 공항에서 약혼녀에게 받은 사진이 든 시계를 보며 마음을 접었다. 짐칸에서 떠내려 온 배구공에 윌슨이라 이름 지어 친구로 삼고 무인도에서 거의 4년 3개월을 지냈다.

외딴 섬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뗏목을 만들어 마지막 남은 소포를 싣고 넓은 바다로 나왔다. 다시 태풍을 만나 배구공 친구도 잃고, 피로와 목마름으로 실신 직전 근처를 항해 중이던 선박에 구조되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페덱스 사는 사고 비행기 탑승 전원의 장례식을 치러주었고, 약혼녀는 옛 직장 동료와 결혼하여 아이까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옛 약혼녀를 찾아가 재결합을 요구하고 약혼녀도 이에 동의하지만 그는 그녀를 남편과 아이가 있는 가정으로 돌려보낸다. 그 후 마지막 남은 소포에 적힌 수신인 집 주소를 찾았다. 집 문간에 소포와 메모를 남겨두고 돌아오는 길목에서 이제 어디로 갈까 서성거린다. 탐 행크스 주연의 영화 ‘캐스트 어웨이(Cast away)’의 줄거리다. 

무엇이 탐 행크스에게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게 했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감정이다. 감정은 단지 느낌뿐 아니라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움직임도 포함된다. 정신과는 감정과 정서를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서 일어나는 자극에 대한 생리적 반응, 신체적 변화 그에 대응하는 행동양상과 주관적 느낌 등 복잡한 심리상태가 감정이다.   

1990년대부터 감정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이란 단어가 정신과와 심리학 영역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감정지능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처리하는 능력은 물론 타인의 감정도 이해하고 적절히 반응하는 정신적 능력을 의미한다. 감정기능은 개인의 성장과 대인관계에 중요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기본 덕목이다. 우리 모두 작은 부분의 감정지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 후 성장과정에서 학습과 강화를 통해 감정지능을 올릴 수 있다. 최근 심리상담에서 자주 이용되는 정서치료는 감정지능 지수, EQ를 높여주는 기술을 훈련하는 방법이다.  

외딴섬에서 살았던 영화 속 탐 행크스의 감정지능 지수는 꽤 높았을 것이다. 용솟음치는 사랑의 아픔을 이겨내고 눈앞의 유혹을 뿌리친 그의 용기 덕분이다. 그는 약혼녀와 보냈던 행복했던 사랑의 기억이 그녀를 차지하고 싶은 집착보다 더 소중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그가 마음의 응급처치인 감정조절을 잘한 후 선택한 결정에 세로토닌, 노올 에피네프린, 옥시토신, 오피움,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 물질 등이 관여했을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도파민으로, 도파민은 쾌감, 보상, 기억, 인지기능 외에 행복, 의욕, 용기, 동기부여 등 더 나은 선택과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을 준다.

정신과 수련의 때 에릭 프롬이 쓴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을 인상 깊게 읽었다. 프롬은 정신분석 심리학자로 사랑이란 첫눈에 반하는 열정이 아닌 약속과 의지를 학습하고 실천하는 기술이라 했다. 이를 위해 먼저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해야한다는 자기애에 중점을 찍는다.

영화 속 주인공의 삶의 원동력은 약혼녀의 선물과 하나밖에 남지 않은 소포를 전해주려는 직업의식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에릭 프롬이 말한 자기애적 생활방식이다. 그는 자신을 사랑했기에 결코 삶을 버리지 않았다. ‘캐스트 어웨이’는 강한 자기애와 도파민 신경전달 물질의 상승이 삶의 원동력이 되어 사랑의 아픔을 진정한 희생으로 승화시킨 삶의 고백을 들려주는 얘기다.

<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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