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삶과 생각]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6-05 11:05:59

삶과 생각,김용현,한민족평화연구소장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캘리포니아의 도로는 거의 모두가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며 동서 간, 남북 간 반듯하게 신설한 계획도로여서 운전하기 간편하고 초행 길 찾아가기에도 쉬운 특징이 있다.

그에 비해 뉴저지의 도로는 연방 고속도로나 주 간 고속도로를 제외하고는 기존 주거지나 자연환경을 우선하느라 좁은 골목길이 많고 고속도로도 산길을 돌아가며 곡선으로 만든 도로가 대부분이다.

그 길에 지금 온통 풋풋한 향기와 색채가 넘쳐난다. 차를 운전해 집만 나서면 사위(四圍)가 어린아이 손 같이 부드러운 연초록 나뭇잎들로 뒤덮여있어 어디로 가던 깊은 산 속이거나 공원 한가운데를 지나는 느낌이다. 거기에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반복되는 소나기와 햇볕의 변화무쌍한 날씨는 도로변 수풀만이 아니라 텃밭의 채소들마저 덩달아 춤을 추게 만든다.

지난해 6월에 왔으니 어느새 1년이다.

나는 서부에서 동부로 왔는데 그 반대로 내가 오자마자 여기에서 그쪽으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 교회에서 만난 김 집사님은 LA 사는 딸네와 같이 살고 싶다며 공교롭게도 바로 내가 살던 그 동네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고 자동차 정비소의 남 사장님도 자녀들이 기다리는 애틀랜타로 간다며 서둘러 비즈니스를 정리했다.

오는 사람이 있으면 가는 사람도 있는 법이지만 옛날 사람들은 당장의 이별이 서러워 가는 사람은 한사코 붙잡는 것이 인정이었다. 백난아 씨가 부른 ‘아리랑 낭랑’에서는 오죽하면 ‘가는 님은 밉상이요 오는 님은 곱상이라’고 했겠는가. 그러나 이제 생각하면 ‘가는 사람 붙잡지 말고 오는 사람 막지 말라’고 한 맹자의 가르침이 맞는 말인 것 같다.

이 다양한 세상에 머무는 동안 장소나 사람과의 인연을 너무 고집하는 것은 순리가 아니다. 살다 인연이 다하면 떠나는 것이고 또 다른 인연이 생기면 오는 것이다. 그런데 거짓말을 일삼고 자기 자리만 지키려다 국민 밉상이 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용서를 빌며 바로 떠나는 것이 옳지 버티면 추해진다. 불가에서는 인연의 물길 따라 집착 없는 마음으로 살라 했다. 

양심과 지조를 지키는 건 그와는 다르다. 선거철을 거치면서 새로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는 사람도 있고, 더러는 눈앞의 이익을 쫓아 머물던 곳을 배신하는 철새 정치인들도 있다. 이들 배신자들은 자기가 떠난 결심을 정당화하고 돌아갈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결기를 보인다며 과하절교(過河折橋)라고, 떠나온 곳을 마구 비난하고 돌아갈 길을 없애버리는 허접한 사람들도 있다.

오는 27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첫 TV토론이 열린다. 이어서 7월11일에 있을 트럼프의 유죄평결 최종선고가 지나고 나면 다음 해 백악관에 누가 오고 누가 가는지 대강 짐작이 설 것이다. 다만 트럼프에게 지금 마음속에 걸리는 일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도 3년 전, 왜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의사당 난입사건에 책임논란을 일으켰었나 하는 일일 것 같다.

LA에 두고 온 친구 가운데 함께 교회를 다니며 가깝게 지나던 동료들이 있다. 그들 중 4 가정이 오는 단풍철에 동부 여행을 오겠다고 해 벌써부터 설렘을 준다. 다시는 못 만날 것 같던 다정한 사람들을 1년여 만에 재회하다니-- 세월이 흘러도 좋은 인연은 남아있는 것이 기쁘다.

<김용현 한민족평화연구소장>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벌레박사 칼럼] 엄청 큰 주머니 쥐(possum)가 나타났어요

벌레박사 썬박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변에 가끔씩 보이는 동물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파섬이라고 불리는 큰 주머니 쥐 종류의 동물이다. 파섬은 일반적으로 덩치도 크고, 공격적인 성향이

[법률칼럼] 추방재판후 입국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법 INA §212(a)(6)(B)에 따르면, 추방재판 출두 통보서를 받은 외국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민법정에 출두하지 않고 출국했을 경우, 해당 외

[행복한 아침] 송구영신 길목에서

김정자(시인·수필가)          송구영신 길목이다. 한 해를 바르게 살아왔는지 가슴에 손을 대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답변이나 해명을 제시해야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어디에도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접촉점을 찾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그가 일본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오늘과 내일] 스트레스를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

정신과의사 엘리자벳 퀴블러-로스 박사의 책 <인생수업>에는 열여덟 살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매일 저녁 집에 돌아오면 아들이 여자 친구에게서 받은 보

[뉴스칼럼] 연말의 숙제, 선물 샤핑

연중 최대 샤핑시즌이다. 온라인 샤핑이 대세라고는 해도 이것저것 살피고 만져보고 비교해보며 샤핑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은 실물 샤핑 센터. 샤핑몰 주차장마다 밀려드는 차들

[뉴스칼럼] 계엄… 알고리즘과 닭 싸움

유튜브가 영 재미없다는 사람이 있다. 유튜브를 켜면 농기구만 뜬다고 한다. 그는 농사와 정원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유튜브에서 농기구를 검색하곤 했다. 영특한 유 선생이 이걸

탄핵 정국 속 전세계가 주목한 ‘K-민주주의’
탄핵 정국 속 전세계가 주목한 ‘K-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비서방 국가로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이룬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정국, 한국전쟁, 독재 정권을 거치는 동안 좀처럼 경제적 빈곤과 정치적

[삶과 생각]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길을 잘못 든 모양이다. 불빛이 보이지 않아 사방이 어둡다. 산길을 벗어나 옥수수밭 사이로 난 길을 30여 분 달렸다. 도무지 우리가 예약한 호텔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들판이 이어

[신앙칼럼] 출입문의 모략(Conspiracy Of Entrance, 신명기Deuteronomy 18:15)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 가운데 네 형제 중에서 너를 위하여 나와 같은 선지자 하나를 일으키시리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을지니라.” 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