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경동나비
엘리트 학원

[나의 생각] ‘위기’라고 쓰고‘기회’라고 읽는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4-22 14:22:42

나의 생각, 박주리, GMS 선교사, 위기, 기회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20세기 최고의 변증가 C.S.루이스의 저서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고참 마귀가 신입 마귀에게 전수하는 ‘인간을 유혹하는 전략’을 편지형식으로 기술한 것이다. 인간사의 다양한 일들을 마귀의 시각으로 조명한 루이스의 뛰어난 통찰력이 담겨있다. 고난에 대한 해석도 흥미롭다.

경험이 없는 신입 마귀가 고난을 통해 인간을 괴롭히려고 할 때, 노련한 고참 마귀는 성공을 향해 달리는 사람들에게 절대 고난을 주지 말라고 충고한다. 인간을 망하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쉬지 않고 일하며 성공의 푯대를 향해 달려가게 하는 것이라고. 달리는 말에서 떨어지면 주위를 돌아보고 자기의 방향성을 확인할 것이기에 그런 기회를 주지 말라고. 고난이 바로 그런 기회가 된다고…

그 말이 옳다. 지난 2년여 뇌종양 치병의 여정은 나에게 배움과 성장의 기회였다. 갑자기 덮친 위기 속에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동안, 강도 높은 ‘인생 강좌’를 수강하는 것 같았다. 일상이 평온하고 형통할 때는 미처 몰랐던 인생의 다른 면들이 보였다. 삶이 내 뜻대로 안되고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내 앞을 막아서면, 낯선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 좌절, 분노, 절망의 감정이 거친 비바람처럼 스스로를 후려친다. 견뎌내지 못할 것 같던 폭풍의 끝자락에 이를 때 즈음, 격하게 저항하던 자아의 힘이 빠지고 마음이 낮아지면서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낯선 현실에 적응하고 나면 그 안에서 새로운 일상이 형성되고 그 일상을 통해 기쁨, 기대, 감사의 감정들이 재생된다는 것이다. 이전의 일상과 새로운 일상의 가치 비교는 무의미해지고 어떤 상황에서도 삶은 여전히 소중한 선물임을 깨닫게 된다.

인생은 형통한 날들과 곤고한 날들로 어우러져있다. 형통함을 고집하고 곤고함을 거부하는 것은 삶의 본질과 어긋나는 것이다. 마치 씨줄과 날줄이 교대로 엮어져 천이 되듯, 인생이 베를 짜는 길쌈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형통한 날들이 아쉬움을 남기며 속히 지나가듯, 영원할 것 같은 곤고한 날들도 오래 버티진 못한다. 위기의 순간들을 딛고 나의 내면이 더 단단하게 발돋움할 것을 기대하며, 눈치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 같은 고난을 애써 반겨본다.

<박주리 GMS 선교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벌레박사 칼럼] 엄청 큰 주머니 쥐(possum)가 나타났어요

벌레박사 썬박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변에 가끔씩 보이는 동물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파섬이라고 불리는 큰 주머니 쥐 종류의 동물이다. 파섬은 일반적으로 덩치도 크고, 공격적인 성향이

[법률칼럼] 추방재판후 입국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법 INA §212(a)(6)(B)에 따르면, 추방재판 출두 통보서를 받은 외국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민법정에 출두하지 않고 출국했을 경우, 해당 외

[행복한 아침] 송구영신 길목에서

김정자(시인·수필가)          송구영신 길목이다. 한 해를 바르게 살아왔는지 가슴에 손을 대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답변이나 해명을 제시해야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어디에도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접촉점을 찾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그가 일본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오늘과 내일] 스트레스를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

정신과의사 엘리자벳 퀴블러-로스 박사의 책 <인생수업>에는 열여덟 살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매일 저녁 집에 돌아오면 아들이 여자 친구에게서 받은 보

[뉴스칼럼] 연말의 숙제, 선물 샤핑

연중 최대 샤핑시즌이다. 온라인 샤핑이 대세라고는 해도 이것저것 살피고 만져보고 비교해보며 샤핑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은 실물 샤핑 센터. 샤핑몰 주차장마다 밀려드는 차들

[뉴스칼럼] 계엄… 알고리즘과 닭 싸움

유튜브가 영 재미없다는 사람이 있다. 유튜브를 켜면 농기구만 뜬다고 한다. 그는 농사와 정원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유튜브에서 농기구를 검색하곤 했다. 영특한 유 선생이 이걸

탄핵 정국 속 전세계가 주목한 ‘K-민주주의’
탄핵 정국 속 전세계가 주목한 ‘K-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비서방 국가로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이룬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정국, 한국전쟁, 독재 정권을 거치는 동안 좀처럼 경제적 빈곤과 정치적

[삶과 생각]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길을 잘못 든 모양이다. 불빛이 보이지 않아 사방이 어둡다. 산길을 벗어나 옥수수밭 사이로 난 길을 30여 분 달렸다. 도무지 우리가 예약한 호텔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들판이 이어

[신앙칼럼] 출입문의 모략(Conspiracy Of Entrance, 신명기Deuteronomy 18:15)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 가운데 네 형제 중에서 너를 위하여 나와 같은 선지자 하나를 일으키시리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을지니라.” 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