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뉴스칼럼] 분노 부추기는 선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4-17 16:15:46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선거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거친 말들로 소란스러웠던 한국의 총선이 끝났다. 야당은 ‘윤석열 정권 심판’, 여당은 ‘이조(이재명과 조국) 심판’을 기치로 온갖 사나운 말들을 쏟아냈고, 결과적으로 민심은 정권심판을 택했다. 참패한 윤 정부와 국민의힘은 자성하는 분위기이고, 대승한 더불어민주당도 자숙하며 숨을 고르는 분위기. 덕분에 정국은 오랜만에 조용해졌다. 아마도 잠시 그러할 것이다.

선거운동이란 특정 후보자를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인을 대상으로 벌이는 활동. 후보자의 인격과 자질, 경력, 정치철학, 정책방향 등을 알림으로써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선거전이 과열되기 시작하면 ‘우리 후보’ 홍보는 뒷전이고 ‘상대 후보’ 공격에 치중하는 것이 수순. “내가 이런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긍정의 메시지보다는 “저 후보는 문제 많다, 당선되면 세상을 엉망으로 만들 것”이라는 부정의 메시지가 선거운동의 핵심으로 들어앉는다. 상대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켜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전략, 네거티브 캠페인이다.

네거티브가 성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전략이 먹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심리가 “그 사람 이렇게 훌륭하다”라는 긍정적 정보보다는 “저 자는 정말 못됐다”는 부정적 정보에 훨씬 더 잘 끌린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이다.

미국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의 고전으로 꼽히는 것은 데이지 광고이다. 지난 200여년 크고 작은 선거에서 노골적이고 야비한 네거티브 캠페인은 무수히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단 한방의 TV 광고로 전 국민을 두려움에 빠트림으로써 가볍게 대선승리를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데이지 소녀’ 광고는 단연 독보적이다. 

때는 1964년. 1963년 11월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후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한 린든 B. 존슨이 대선에 나섰을 때였다. 존슨의 인기는 높지 않았다. 미적지근한 표심을 끌어들일 방안으로 존슨 캠페인 전략팀은 상대인 배리 골드워터 공화당 대선후보의 군사적 강경주의에 주목했다.

미소 냉전시대였던 당시 미국민들은 쿠바 미사일 위기까지 겪으면서 핵전쟁에 대한 공포감이 깊었다. 그런가하면 베트남전이 진행 중이던 때. 골드워터는 베트남전 종식을 위해 필요하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었다. 

광고는 세 살짜리 순진무구한 소녀가 평화로운 들판에서 데이지 꽃잎을 하나 둘 …다섯 여섯 세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어 소녀가 ‘아홉’을 세었을 때 갑자기 분위기는 바뀐다. 뒤에서 열, 아홉, 여덟… 카운트다운 소리가 들리고 ‘제로’와 함께 핵폭발이 일어난다. 핵으로 인한 세상의 종말을 암시하는 60초짜리 광고는 핵 공포감을 무섭게 자극하면서 골드워터로 향하던 민심을 돌려놓았다. 대선은 존슨의 압승으로 끝났다.

2024 대선도 네거티브 전략이 판을 칠 기세다. 민주 공화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이나 도널드 트럼프나 알려질 대로 알려진 인물들. 이들에 대해 국민들은 속속들이 알고 있다. 긍정보다는 부정의 메시지가 힘을 가질 토양이다.

현재 지지율로는 트럼프가 약간 우세. 하지만 자금 면에서는 바이든이 막강하다. 천문학적 선거자금을 격전지에 쏟아 부으며 반 트럼프 캠페인을 전개할 것은 불문가지. 예를 들면 낙태정책과 관련, 로 대 웨이드 재판에서 트럼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상기시키는데 민주당은 이미 수백만 달러를 쓰고 있다. 트럼프에 대한 적의와 분노에 불을 붙이는 전략이다. 선거 때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분노를 부추기니 정치적 양극화는 깊어만 간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벌레박사 칼럼] 엄청 큰 주머니 쥐(possum)가 나타났어요

벌레박사 썬박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변에 가끔씩 보이는 동물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파섬이라고 불리는 큰 주머니 쥐 종류의 동물이다. 파섬은 일반적으로 덩치도 크고, 공격적인 성향이

[법률칼럼] 추방재판후 입국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법 INA §212(a)(6)(B)에 따르면, 추방재판 출두 통보서를 받은 외국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민법정에 출두하지 않고 출국했을 경우, 해당 외

[행복한 아침] 송구영신 길목에서

김정자(시인·수필가)          송구영신 길목이다. 한 해를 바르게 살아왔는지 가슴에 손을 대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답변이나 해명을 제시해야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어디에도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접촉점을 찾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그가 일본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오늘과 내일] 스트레스를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

정신과의사 엘리자벳 퀴블러-로스 박사의 책 <인생수업>에는 열여덟 살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매일 저녁 집에 돌아오면 아들이 여자 친구에게서 받은 보

[뉴스칼럼] 연말의 숙제, 선물 샤핑

연중 최대 샤핑시즌이다. 온라인 샤핑이 대세라고는 해도 이것저것 살피고 만져보고 비교해보며 샤핑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은 실물 샤핑 센터. 샤핑몰 주차장마다 밀려드는 차들

[뉴스칼럼] 계엄… 알고리즘과 닭 싸움

유튜브가 영 재미없다는 사람이 있다. 유튜브를 켜면 농기구만 뜬다고 한다. 그는 농사와 정원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유튜브에서 농기구를 검색하곤 했다. 영특한 유 선생이 이걸

탄핵 정국 속 전세계가 주목한 ‘K-민주주의’
탄핵 정국 속 전세계가 주목한 ‘K-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비서방 국가로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이룬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정국, 한국전쟁, 독재 정권을 거치는 동안 좀처럼 경제적 빈곤과 정치적

[삶과 생각]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길을 잘못 든 모양이다. 불빛이 보이지 않아 사방이 어둡다. 산길을 벗어나 옥수수밭 사이로 난 길을 30여 분 달렸다. 도무지 우리가 예약한 호텔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들판이 이어

[신앙칼럼] 출입문의 모략(Conspiracy Of Entrance, 신명기Deuteronomy 18:15)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 가운데 네 형제 중에서 너를 위하여 나와 같은 선지자 하나를 일으키시리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을지니라.” 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