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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냉전 이후 가장 위험한 순간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10-16 1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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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의 긴장이 걷잡을 수 없이 고조되고 있지만 이 곳은 국제 질서를 물구나무 세우려는 수정주의자들이 판치는 지구상의 3개 지역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유럽에서는 치열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위험하기 그지없는 새로운 역동성이 작동하고 있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 생각해보면 우리는 지금 냉전종식 이후 국제적으로 가장 위험한 시기를 살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중동의 긴장은 이스라엘과 일부 걸프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과 이란 사이의 반목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이란은 수 년간 지원과 원조로 뒤를 보아준 헤즈볼라, 후티 반군, 하마스 및 이라크와 시리아내 무장단체들과 연합한 후 이들을 통해 이스라엘과 맞서는 비대칭적 수단을 사용했다. 지난해 10월 7일의 하마스 공격 이전에도 이란의 비호를 받는 무장 그룹들은 이스라엘은 물론 때로는 페르시아만 연안의 군주국들에게도 소규모 공격을 가했다.    

이같은 압박의 효과는 현실로 나타났다. 이스라엘과 걸프연안의 아랍국들은 경계를 늦추지 못한 채 불안해 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이 지역의 상업활동은 더욱 어려워졌다. 금년 6월 현재, 홍해를 통과하던 화물선의 약 70%가 항로를 바꾸었고 이스라엘, 에미레이트와 두바이에 기반을 둔 여러 항공사들이 운항을 중단했으며 최근에는 이란과 이라크 행 비행편을 모두 취소했다. 게다가 후티 반군이 사우디 원유시설에 또 한차례 공격을 가한다면 원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다.      

중동의 질서가 압박을 받는 것처럼 유럽 또한 유사한 처지에 놓여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가 풍부하게 보유한 전통적 수단을 이용한 전통적인 침략전쟁이다. 그러나 이 전쟁은 미국의 주도로 서방국들이 이끄는 유럽의 안보시스템을 뒤집으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만약 러시아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1945년에 구축돼 1989년 이후 확대된 유럽의 안정적인 안보 구조 전체가 현저히 약화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루지아, 몰도바와 발트 연안국은 물론 폴란드까지 제국주의적 야망의 제물로 삼으려 들 것이다.     

아시아에서도 우리는 아차하는 사이에 잔뜩 몸집을 키운 위협과 서로 얼굴을 맞대고 있다. 미국의 베테랑 외교관인 로버트 매닝이 최근에 쓴 글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나는 지난 30년간 정부의 안팎에서 한국의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금 한반도의 상황은 1950년 이래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고 불안정해 보인다.”     

지난 2019년,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난 이후 평양은 한층 강화된 호전적 정책을 채택했다. 2021년에 이르러 김정은은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를 확대하고 현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올해 1월, 그는 남한과의 통일이라는 70년간 이어진 국가적 목표를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잠재적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김정은은 남한을 “주적”으로 지명하고, 그의 부친이 세운 통일탑마저 무너뜨리는가 하면 통일 계획을 수립하는 기관을 폐쇄함으로써 전쟁을 감수할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 있다.      

좀 더 시야를 넓히면, 중국은 아시아에서 미국과 맞먹거나 미국을 대신해 이 지역의 지배력을 장악하기 위해 주로 경제적으로 ? 그러나 군사적으로도 - 압력을 행사해 왔다. 이로 인한 긴장감은 타이완에서 가장 뚜렷하게 느낄 수 있지만 필리핀에서 남중국해에 이르기까지 여러 곳의 핫 스팟이 존재한다. 

이 정도로는 부족한 듯 수정주의 세력의 “축”으로 꼽히는 러시아, 이란, 중국과 북한은 상호 조율과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 이란, 북한과 러시아 등 이른바 “혼란의 4인조”가 적극적으로 무기와 물자를 교환하는 것은 물론 대단히 중요한 노하우까지 서로 나누고 있다고 지적한다. 테헤란과 평양은 모스크바에 드론을 공급하고, 모스크바는 드론의 시그널을 방해하고 위치추적장치를 무력화하는 방법에 관한 정보를 테헤란과 공유한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수중에 넣은 서방의 군사 무기를 테헤란에 보내 분석하게 한다. 최근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수입하는 마이크로전자 상품의 90%와 기계류의 70%가 중국산이라고 밝혔다. 이들 중 상당부분은 언제건 무기로 전환이 가능한 이중적인 용도를 갖고 있다. .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들 사이의 조율 노력을 좌초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우선 미국과 동맹국들부터 하나로 뭉쳐야 한다. 결속을 이룬 동맹국 정부들은 수정주의 세력의 축을 이루는 국가들을 사이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 사실 수정주의 국가들은 서로에 대한 불신과 긴장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특히 중국은 다른 3개국과들과는 다소 다른 면을 보인다. 러시아, 이란과 북한 등 세 개의 불량국가는 적극적으로 불안정성을 숙성시키려 시도했다. 반면 중국은 타 국가들과의 무역과 상호의존을 통해 커다란 이득을 챙겼다. 중국은 현재의 국제 시스템에 의해 보장되는 세계화와 평화에 힘입어 굴기를 이루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의 러시아 지원은 베이징이 세계질서를 흔들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 뿐 완전히 뒤엎으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은 적대적인 동맹체와 마지막으로 마주했던 냉전시대에 유고슬라비아, 루마니아 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무엇보다 중국을 소련과 분리하는 방법으로 공산 세계 내부에 효과적으로 반목의 씨를 뿌렸다. 그러나 세계를 단순히 흑과 백으로 바라보는 오늘날의 워싱턴이 예전처럼 복잡하고 세련된 전략을 추구할만한 외교적 역량과 지략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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