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함께 또 따로’의 자연섭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10-16 11:15:31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LA미주본사 논설위원,함께 또 따로,자연섭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 정벌에 나섰을 때 인더스 강 지류에서 그를 맞은 건 인도군의 ‘신 병기’였다. 코끼리 200마리, 전차 부대인 셈이다. 유럽 군대의 인도 원정은 그 때가 처음이어서 코끼리의 참전은 전투 시뮬레이션에 들어 있지 않았다. 창과 활의 시대였으니까 코끼리 부대 위용은 대단했다. 대왕은 훗날 양동작전으로 불린 신 전략으로 이 거대 군단을 격파한다. 코끼리 위에 앉아 전투를 지휘하던 인도 왕은 집중 공격을 받아 빈사 상태에 빠졌다. 바닥에 널브러진 왕을 잡으려고 하자 왕을 태웠던 코끼리가 긴 코로 그를 말아 올려 진지로 돌아갔다. 적이 손대지 못하게 한 것이다. 대왕은 코끼리에게 감탄했다. 

대왕에게도 이 코끼리 같은 애마가 있었다. 머리가 소처럼 생겼다고 해서 부케팔로스, ‘소 머리’라고 불리던 말이다. 이 말은 소년 알렉산더 말고는 누구에게도 등을 내주려 하지 않았던 일화로 유명하다. 당시 군함인 삼단 갤리선 13척을 건조할 수 있는 값을 쳐 주고 이 사납고 용맹한 말을 손에 넣은 후 둘은 17년간 인마일체의 삶을 살았다. 서로에게 목숨을 맡기고 사선을 넘나 들었다. 부케팔로스는 치열했던 인도군과의 전투가 끝나자 대왕을 막사 앞에 내려준 뒤 무너지듯 쓰러져 숨을 거뒀다. 2,400여년 전 일인데 동물과 사람 간의 이런 관계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상어는 흉포한 바다의 포식자로 알려져 있으나 순한 강아지처럼 되기도 한다. 바하마 군도 산호초의 상어들이 이탈리안 여성 다이버 크리스티나 제넷을 만나면 그렇게 된다. 다이버는 다가온 상어를 쓰다듬고 토닥여 주기도 한다. 지난 25년 동안 그녀는 상어 입 속에 박혀 있던 낚시 바늘 300개 이상을 뽑아내 줬다. 상어는 이런 그녀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상어를 잡아 지느러미만 자른 후 바다에 던져 버리는 잔혹한 탐욕이 있는 반면, 바다 생명의 치명적인 고통을 없애 주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도 있다. 

서울 남산에는 꿩이 많았다. 남산에 관저가 있던 남미의 한 대사는 콩을 뿌려 꿩을 불러들였다. 그런데 꿩만 나타나면 관저 경비를 서고 있던 전경대원들이 돌팔매질을 했다. 대사가 경찰에 항의했다. 야생 동물이라면 우선 잡아먹을 생각을 하던 때였다. “한국 사람 때문에 사할린 까마귀 씨가 마르겠어요.” 사할린에 갔을 때 들은 말이다. 과한 표현이지만 한국인들 때문에 그 곳 까마귀가 수난을 당한 것은 사실이다. 까마귀 고기가 남자에게 좋다는 말이 돌았기 때문이다.

영리한 까마귀는 접근이 불가능한 새가 아니다. 찾아 들면 먹이를 나눠 주기도 하는 시골 할머니와는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산다. 스님이 부르면 풀숲을 헤치고 나오는 꿩도 있다. 해치려는 사람이 아님을 아는 것이다. 사나운 날짐승인 황조롱이가 아파트 베란다로 날아 들고, 야생 참새가 사람 주위를 돌며 방 안에서 춤을 추기도 한다. 동영상 플랫폼이 퍼지면서 이런 광경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물과 사람 관계가 늘 이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두 개체의 친밀한 교유가 언제나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영역이 겹치면 생기는 부작용들이 있다. 요즘 다시 조류 독감이 퍼지고 있다. 물가에 사는 조류에 기숙하던 조류 인플루엔자(H5N1)에 감염된 포유류는 개, 고양이 등 100종이 넘는다. 돌고래도 포함돼 있다. 조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도 미국에만 20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주로 소나 가금류 농장 인부들이다. 아직 치명적인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것은 다행이나 코로나로 호되게 당했던 보건당국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코로나나 조류독감 같이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오는 인수공통감염병에는 재앙적인 것이 많다. 또 다른 팬데믹 지뢰는 곳곳에 널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무분별한 동물 접촉을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제인 구달의 침팬지 관찰로 유명한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의 침팬지들은 인간에게서 옮겨온 홍역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나무도 식생이 너무 조밀하면 잘라내 적당한 거리를 갖게 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껏 자라고 더 건강한 숲이 된다.

‘함께 또 따로’는 생명체의 세계에서는 숙명, 자연의 섭리로 보인다. 각 개체는 ‘생존 기계’다. 이 원칙은 사람에게도 다르지 않다. 그걸 생각하지 못해 불필요한 갈등과 불화가 생기고, 겪지 않아도 될 어려움을 겪게 된다. 

<안상호 LA미주본사 논설위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 고영민  주말 저녁 무렵아내가 내민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러밖에 나왔는데아파트 옆 동 쪽으로 걸어가는할머니의 뒷모습에 깜짝 놀랐다영락없는 내 어머니였다돌아가신 지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첫날은 허탕을 쳤다. 미리 주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은 둘인데 주문 26건이 밀려 있었다. 지금 주문하면 한 시간 반쯤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25센트 동전 하나에

[전문가 기고] 한국의 전문간호사와 미국의 NP

최근 한국의 의료사태와 관련해 간호법이 국회에서 통과 공표되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의사협회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다며 적극 반대했는데도 여야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간

[삶과 생각] 책임감
[삶과 생각] 책임감

책임감, 이거 없는 사람들 꽤나 있다.오늘 신문을 보니 후배의 부인상(喪配) 부고가 나왔다. 적어도 금혼(金婚)은 지났으리라.처음엔 사랑이요, 중반에 친구로, 후반엔 동반자로서 사

[삶과 생각]  애틀랜타 k – 글로벌 엑스포
[삶과 생각] 애틀랜타 k – 글로벌 엑스포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지난해 미주 상공인 총연합회장(이경철) 취임식을 애틀랜타에서 거행한 뒤 첫 사업으로 해외 최초로 한상대회를 LA오렌지 카운티에서 개최해

[시와 수필] 정직은 최선의 정책이다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모래 한 알에서 세계를 볼 수 있고 들꽃 한 송이에서 하늘 나라를 보고우리의 손바닥에서 무한한 영겁을그리고 한순간 속에서 영원을 본다   ( 시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

최선호 보험전문인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배우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에 그를 미국 대통령으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