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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오늘 하루도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9-27 08:29:38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 한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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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시인·수필가)

지난 24일 국립 기상청은 메트로 애틀랜타를 포함한 조지아 전역에 허리케인 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조지아 메이컨 북쪽, 컬럼버스 지역에 25일 오후부터 27일 오후까지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이어 25일 캠프 주지사는 조지아 전역에 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 전역에 두루 흩어져 뉴스에 접한 딸네들의 염려와 사랑이 담긴 따뜻한 당부로 심려까지 끼치면서 가족 비상 사태를 빚어낸 면구스러움에 방콕을 자청하게 되었다. 창밖 주시와 뉴스 집중으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열대성 폭풍에서 3등급 허리케인으로 강화된 헬린이 목요일 오후 8시에 120마일 속도로 조지아 남부에 상륙해서 북상 중인 폭풍의 진로를 지켜보고 있다. 금요일 오후 8시쯤에야 조지아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긴 하루를 경직된 긴장감 속에서 보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께서도 연방 차원지원을 발표했다. 27일 오전에는 애틀랜타를 포함한 조지아 북부 지역을 강타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오후부터 27일 오후 사이에 가장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루 하루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이토록 길게 느껴지는 것은 마치 벌을 받아야 할 일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처럼 돼 버렸기에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동안 하루의 소중함이 절실하게 어필되면서 오늘 하루는 오늘로써 다시 돌아오지 않는 오늘로 끝난다는 실황이 적절한 포인트를 짚어내면서 하루라는 주제에 생각이 실린다. 오늘 하루도 긴장가운데 흘러 가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서성거린다. 주말이면 유난히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한 두 군데 들리다 보면 하루가 다 흘러가버린다. 하루가 36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푸념도 무색할 만큼이다. 해가 갈수록 하루를 달리는 마일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하루라는 시간이 자꾸만 줄어드는 것 같다. 하루를 좀더 유용하고 유익하게 보내기 위해 시간 분배를 계획하고 메모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달리는 속도를 따라잡기는 버겁기만 하다. 부지런히 움직여도, 가끔씩 게으름 흉내를 내본다지만 하루는 어찌 그리 속절없이 끝나는지. 생애 중 하루만이라도 상습적인 무상이나 아무것도 없는 온전한 비움, 무가치하고 무의미한 절제와 공허함이 없는 꽉 채운 보람 있는 날이 있어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이라서 생각없이 무심하게 흘러가는 하루들에게 매달리고 싶어진다. 노년의 허전함과 쓸쓸함, 형상이 없어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우주 본체의 미제까지 포함된 어마어마한 시선에서 바라다본 어이없고 하찮은 보잘것없는 나를 재발견하게 되는 날이 잦아진다.

계절 길목에 서있는 9월의 한낮은 무더위로 이어져 해가 기울면 더위가 식어질까 하는 기대감으로 열기와의 사투를 감내했는데 대통령 선거열풍, 한인회 회장 열풍, 코페 열풍, 다시 고개 든 코로나 열풍 속에 하루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하루의 아침이 열리면 언제 그랬냐는듯 늘 해오던 인사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항상 나누는 인사말이 ‘안녕하세요’ 인데 조금은 의미를 부여해 ‘건강하세요’ 혹은 ‘행복하세요’가 ‘건강 합시다’ ‘행복합시다’로 격상되었다. 누구나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해지고 싶은 결연한 바램이 표현되는 것일 게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번도 없다지만 하루가 가면 살아내야 할 하루가 다시 열린다. 노구의 몸임에도 하루가 권태롭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 같은 순간들이 스쳐가기도 하지만 결코 반복 없는 하루들 앞에서 경외의 심정으로 오늘도 하룻길을 나선다. 지금 한 순간도 오늘 하루도 모험과 설렘의 가슴으로 열어가려 한다. 수없이 서성였던 시간들 마저도 부끄러움 없는 실수로 인정하고, 잘해온 것에 대한 인정 만큼 잘못된 것에 대한 꾸중도 받아들이다 보면 어느 틈에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이제 남은 시간이 살아온 시간보다 짧겠지만 서글퍼 하지 않기로 했다. 해 오던 것들 마저도 힘에 부대낄 것이고 하루가 벌써 가버렸다 해도 마음을 다치지 않기로 했다.

인생은 어쩔 수 없이 타의일 수도 있고 자의 일 수도 있는 길을 걸어가면서 스스로 선택한 삶으로 받아들이며 그 길에 길들여지면서 살아가게 된다. 내일이 오늘 같고 또 다른 내일이 오늘 복사본 같이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더라도, 한치의 성장일지라도 실하게 꿈꾸며 살아가노라면 분명 보람을 수확하는 하루들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마냥 달리던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면 전복 위험이 있기에 욕심 없는 남은 날들을 정갈하게 보내기로 마음을 앉힌다. 오늘 하루를 감사할 수 있다면 내일 하루도 감사로 채워질 것이다. 오늘 하루가 소중하면 내일 하루도 소중한 하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휘몰아치던 허리케인 핼린이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질 것으로 믿고 싶은 것은 우리네 하루들이 늘 그랬던 것이라서. 헬린 방문으로 긴장했던 하루 하루들에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고인다. 하늘 우러러 오늘 하루도 감사했습니다. 맑게 개일 9월의 하늘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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