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엘리트 학원
경동나비

[아침을 열며] 숫자 너머의 전략, 정치 여론조사의 역할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9-25 12:48:13

아침을 열며, 이성현, 하버드대 아시아연구 연구원,정치 여론조사의 역할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클린턴은 저쪽 끝에 앉아 있었고, 힐러리는 이쪽 구석에 있었죠. 우리는 치열하게 선거 전략을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정치인의 ‘수석 여론조사 담당관’으로 일했던 한 인사의 말이다. 미국 대선이 진행 중인 지금, 이러한 강연이 자주 열린다.

9월 10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간의 첫 대선 토론이 끝난 후,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 후보가 트럼프 후보를 앞선다는 소식이 뉴스에 보도됐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수치를 단순한 뉴스로 소비하며, 여론조사를 그저 누가 앞서고 뒤처지는지를 보여주는 도구로만 인식한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그저 시작일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치 뒤에 숨겨진 유권자들의 생각을 읽고, 이를 바탕으로 ‘메시지 개발’을 통해 후보의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것이다.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의 선거 캠페인은 이를 잘 보여준다. 휘트머의 여론조사팀은 미시간 주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가 열악한 도로 상태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한 유권자는 암 투병 중인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가는 길에 도로가 너무 안 좋아서 타이어가 펑크 나 제때 병원에 도착하지 못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 일로 차체도 휘어져 수리비가 수천 달러에 달했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휘트머는 도로 상태가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체감하게 됐다.

휘트머는 여기서 중요한 선거 전략을 구상했다. 캠페인 슬로건을 “Fix the Damn Roads”(제기랄, 도로나 고치자)로 정했다. 이 강렬하고 직설적인 메시지는 유권자들이 겪는 일상적인 불만을 정확히 짚어내며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휘트머는 주지사로 당선됐다. 바로 이런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여론조사 담당관’이다.

휘트머의 여론조사팀은 유권자들의 의견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포커스 그룹’을 운영했다. 그 과정에서 유권자들이 도로를 고칠 때 ‘제대로 된 재료’를 사용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부실 공사에 대한 불만이 컸던 것이다. 이를 반영해 휘트머는 TV 광고에서 “제기랄, 도로나 고치자”에 이어 “제대로 된 재료를 사용하자”라는 문구도 추가했다. 유권자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파악하는 것이 정치인의 핵심 과제이며, 이를 돕는 참모들의 역할이 캠페인의 성공을 좌우한다.

미국의 선거 문화는 한국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 한국에서는 선거 관련 영화들이 주로 부패한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미국에서 선거는 사회 전반에 걸쳐 자리 잡은 제도다. 필자가 참석한 강연에서 전문가들은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뉴스만 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실제 선거 캠페인에 참여해 실전 경험을 쌓을 것을 권장했다. 이는 올바른 선거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를 직접 경험하고 자신의 사회적 비전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한다.

여론조사의 진정한 힘은 단순한 숫자에 있지 않다. 그 숫자를 어떻게 해석하고, 이를 통해 어떤 전략을 세워나가느냐가 중요하다. 미국 사례는 한국 정치와 선거 문화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선거와 정치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를 직접 경험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이성현 하버드대 아시아연구 연구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신앙칼럼] 라함의 축복(Blessing of Raham, 마Matt. 5:7)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마 5:7). “긍휼(Mercy)”을 의미하는 히브리어는 ‘엘레

[삶과 생각]  지난 11월5일 선거 결과
[삶과 생각] 지난 11월5일 선거 결과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선거는 끝났다. 1년 이상 치열하게 선거전을 펼치며 당선을 위해 올인했던 대통령 후보와 지방자치 선출직 후보들이 더이상 열전을 할 일이

[시와 수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그별 하나를 쳐다 본다 밤이 깊을 수록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나는

[한자와 명언] 修 練 (수련)

*닦을 수(人-10, 5급) *익힐 련(糸-15, 6급) 학교 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가정 교육’인데, 이를 문제시 삼지 아니하는 사회적 풍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병들

[내 마음의 시] 통나무집 소년
[내 마음의 시] 통나무집 소년

월우 장붕익(애틀랜타문학회 회원) 계절이 지나가는 숲에는햇빛을 받아금빛 바다를 이루고외로운 섬  통나무집에는소년의 작별인사가 메아리쳐 온다 총잡이 세인이소년의 집에서 악당들을  통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신청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신청

최선호 보험전문인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겠지만, 특히 미국에서는 65세 전후가 상당히 중요한 나이가 된다. 은퇴할 나이가 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은퇴하는 경우에도 그렇지만, 자영업

[애틀랜타 칼럼] 가정 생활의 스트레스

이용희 목사 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한 가지 잘 한 것이 있었는데 책을 잘 읽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이 대표로 책을 읽으라고 많이 권유를 했습니다. 제가 목사가 된 후에 가장

[벌레박사 칼럼] 집 매매시 터마이트 레터 준비하기

벌레박사 썬박이곳 조지아는 집 매매시 터마이트 클로징 레터(Termite clearance letter) 가 반드시 필요한 필수 서류는 아니지만, 집 매매시 대부분의 바이어가 요구

[법률칼럼] 시민권자 초청 영주권

케빈 김 법무사  시민권자 배우자를 통한 영주권 신청은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정보로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민권자 배우자 초청을 통한

[행복한 아침] 아 가을인가

김정자(시인·수필가) ‘아 가을인가’ 이 가곡은 가을이 돌아오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다. 후반부 소절엔 멜로디도 가사도 기억이 흐려지려 했는데 이번 주 합창단에서 악보를 받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