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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브람스(Brahms)를 좋아하세요”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4-01 10:42:01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소설(영화)은 프랑스 여류 작가 프랑수와즈 사강의 24세 때 두 번째 작품이다.

첫 작품인 '슬픔이여 안녕'도 19세의 젊은 나이에 발표해 유럽 문단에 신선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며 영화화되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작품은 나이든 여인 폴이 연인 로제와 권태로운 관계에서 만났던 순수한 청년 시몽과의 사랑의 관계가 순간적이고 덧없는 것을 깨닫고 로제를 그리워한다는 내용이다.

브람스의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랑의 모습에서 작품을 구상하게 된 동기인 듯싶다. 

브람스 삶의 성실성은 인간에 대한 한결같은 마음과 진정성에서 발견하게 된다. 

브람스는 낭만파 음악가로서 고전주의 정신의 전통을 계승한 작곡가이다. 

그의 음악에서 장중함과 진지함, 삶의 깊이가 묻어나는 인격의 승화를 느낄 수 있다.

그가 지향했던 정신세계의 그윽한 결정체인 교향곡 제3번 3악장의 우아한 선율이 영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전편에 흐른다.

브람스는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면서 스승(슈만)의 부인 미망인 '클라라'와 자녀들을 헌신적으로 돌본다. 그는 자신의 순수한 사랑의 고통을 내면으로 아름답게 승화시켰다.

브람스의 고결한 영혼과 사랑의 아픔이 깃들어 있는 음악 <현악 6중주 1번> 제2악장의 애절한 선율이 심금을 울린다. 클라라를 향한 가슴에 켜켜이 쌓인 그리움의 절규가 처연하다.

클라라의 사후, 브람스도 충격에 이내 그의 뒤를 따라 삶을 마감하게 된다.

브람스와 클라라는 연인의 단계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평생을 우정의 관계를 넘어서지 않았다.

브람스의 순애보에는 많은 사연이 그의 생애 음악사의 한 부분으로 중요한 자료로서 살아있다.

브람스는 낭만파 음악가이지만 고전주의 음악의 전통과 절제와 균형의 조화를 추구하며 절대음악의 순수성을 지켰다. 그의 맑은 영혼에서 격조가 있는 예술성의 음악이 탄생했다.

19세기 음악 사조의 경향을 살펴보는 의의가 브람스의 음악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첩경이 된다. 그 시대의 같은 독일인 바그너와 달리 브람스는 오페라 작곡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웠다. 

동시대의 유럽 음악계는 고전교향곡의 형식과 품격을 중요시하는 순수한 브람스파, 환상적인 주제의 종합 예술인 악극을 지향하는 격정적인 바그너파로 양분되어 있었다.

브람스를 지지하는 슈만 클라라 부부와 바이올리니스트 요하임과 아내(리스트의 딸, 코지마)를 바그너에게 빼앗긴 지휘자 한스 폰 빌로이었다. 

바그너를 지지한 사람들은 친구인 음악가 리스트와 철학자 니체, 쇼펜하우어 등이었다.

두 파가 예술의 순수성과 진선미를 추구하는 음악을 이해하는 방법을 달리해 품위를 잃은 것은 안타깝고 불행한 사실이었다. 

훗날 나치즘의 창궐로 제 3제국은 바그너의 음악을 정치적인 색채를 곁들여 국민을 선동하는 우민 정책도 서슴지 않았다. 독일 민족의 정통성과 우월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절대성을 강요함이었다. 나치의 만행은 유대계 독일인 멘델스존의 고전주의 순수 음악 공연(주)도 금지하는 박해로 이어져 예술인들이 수난을 당해 망명길에 올랐다.

정치인들이 맹목적인 편 가르기 행위를 마다하지 않고 민족적 편견의 이념을 선동했던 불행한 결과이었다. 정치적 이념에 굴종했던 국민의 마비된 의식의 추락은 냉엄한 현실이 되었다. 

바그너는 “멘델스존의 고전주의 형식의 음악을 소리의 풍경화다”라고 격찬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바그너의 악극은 종합 예술의 실현으로서 화려한 화성과 감정의 표현, 회화적인 묘사가 혁신적이고 진취적인 것은 사실이다.

이스라엘은 건국 후 바그너의 음악을 공연 목록에 올리지 않았다. 국경을 초월한 전후 세대인 오케스트라 단원과 유대계 바렌보임 지휘자에 의해 바그너 작품의 연주가 2000년도 초에 이르러 이스라엘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용서와 화해의 정신을 실현한 예술의 우월성이 꽃피운 인류애의 개가이다. 브람스 음악을 감상하는 뜻은 일생을 고전음악의 정신을 추구했던 그의 순수한 예술혼과 헌신적인 사랑, 고귀한 삶의 여정에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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