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뉴스칼럼] 은퇴없는 노년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4-02 11:59:21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남가주의 내과의사 C씨는 은퇴 계획이 없다. 70대 초반인 그가 은퇴 생각을 전혀 안 했던 것은 아니다. 60대 중반부터 은퇴를 고려했었다. 하루 종일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힘에 부치는 걸 느끼곤 했기 때문이었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병원을 접고 세계 각 곳으로 여행 다니며 노년을 보내고 싶었다.

“그런데 팬데믹이 생각을 바꿔 주었어요.”

팬데믹으로 병원을 정상 운영하지 못하고 예약 환자들을 대상으로 오전 진료만 하게 되면서 그는 일종의 ‘아하!’ 순간을 맞았다. 진료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병원을 운영하는 방법이 있었던 것이었다. 이후 그는 은퇴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다. 완전 은퇴하는 대신 일을 줄이면서 즉, 오전진료만 하면서 일정을 조절해 틈틈이 여행을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그는 일과 레저를 병행하는 지금의 생활을 유지할 계획이다.

60대 70대 베이비부머들이 점점 오래 일을 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65세 이상 노년층 중  일을 하는 사람은 19%에 달했다. 이는 1980년대 후반에 비하면 두 배로 늘어난 수치이다.

고령이 되도록 일을 하는 게 요즘 미국의 한 추세이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들의 평균 은퇴 연령은 62세. 2000년대 초반에는 59세였다. 노년층이 은퇴 시기만 늦추는 게 아니다. 일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이들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1987년에 비해 거의 30% 늘었다.

노년층이 왜 이렇게 늙도록, 그것도 장시간 일을 하는 걸까. 저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크게 나누면 이유는 두 가지. 첫째 일이 좋아서, 둘째는 필요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노년에 일을 계속하면 무료하지 않고, 일에서 보람을 느끼고, 수입이 늘어 재정적 여유도 생기니 일석 삼조라고 여기는 게 전자. 앞의 내과의사나 그외 자기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은퇴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근무시간을 편하게 조정하면 될 일이다. 1930년 생인 워렌 버핏(93)은 여전히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CEO로 일하고 있다.

고령에도 일하는 게 가능한 것은 근본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이다. 건강과 체력 면에서 지금의 6070 세대는 과거의 4050 세대와 비슷하다고 한다. 나이 들었다고 두 손 놓고 놀 이유가 없다.

문제는 후자. 돈을 벌지 않으면 먹고 살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노인들이다. 노구를 이끌고 고된 일을 하는 빈곤층 노인들 이야기는 심심찮게 보도된다. 어느 82세 노인은 월마트에서 캐시어로 일하고, 또 다른 노인은 89세에 피자를 배달하며 살아간다는 이야기 등이다. 노인들의 곤궁한 처지를 보다 못한 ‘선한 사마리아인들’이 모금 캠페인을 벌여 각각 10만 달러, 2만 달러를 모아 전달한 덕분에 이들은 다행히도 은퇴를 했다.

2022년 소비자 재정 설문조사(SCF)에 따르면 55~64세 연령층 중 은퇴 구좌가 없는 케이스는 43%에 달한다. 빠듯한 수입으로 렌트비 내고 자녀들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키느라 헉헉 대다 보면 자신의 노후를 챙길 여유는 없다. 소셜 시큐리티가 유일한 노후대책인데 지난해 12월 기준, 소셜연금 평균 지급액은 1,905달러. 절대로 넉넉한 액수가 아니다. 참고로 65~74세 중 81%는 자기 집을 가지고 있지만 이중 30%는 여전히 모기지를 갚아나가야 한다. 19%는 렌트.

그러니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혹은 일이 좋아서 … 이래저래 70 넘어서까지 일을 하는 게 미국 노년층의 모습이다. 노년의 삶에서 은퇴가 사라지고 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신앙칼럼] 라함의 축복(Blessing of Raham, 마Matt. 5:7)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마 5:7). “긍휼(Mercy)”을 의미하는 히브리어는 ‘엘레

[삶과 생각]  지난 11월5일 선거 결과
[삶과 생각] 지난 11월5일 선거 결과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선거는 끝났다. 1년 이상 치열하게 선거전을 펼치며 당선을 위해 올인했던 대통령 후보와 지방자치 선출직 후보들이 더이상 열전을 할 일이

[시와 수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그별 하나를 쳐다 본다 밤이 깊을 수록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나는

[한자와 명언] 修 練 (수련)

*닦을 수(人-10, 5급) *익힐 련(糸-15, 6급) 학교 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가정 교육’인데, 이를 문제시 삼지 아니하는 사회적 풍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병들

[내 마음의 시] 통나무집 소년
[내 마음의 시] 통나무집 소년

월우 장붕익(애틀랜타문학회 회원) 계절이 지나가는 숲에는햇빛을 받아금빛 바다를 이루고외로운 섬  통나무집에는소년의 작별인사가 메아리쳐 온다 총잡이 세인이소년의 집에서 악당들을  통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신청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신청

최선호 보험전문인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겠지만, 특히 미국에서는 65세 전후가 상당히 중요한 나이가 된다. 은퇴할 나이가 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은퇴하는 경우에도 그렇지만, 자영업

[애틀랜타 칼럼] 가정 생활의 스트레스

이용희 목사 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한 가지 잘 한 것이 있었는데 책을 잘 읽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이 대표로 책을 읽으라고 많이 권유를 했습니다. 제가 목사가 된 후에 가장

[벌레박사 칼럼] 집 매매시 터마이트 레터 준비하기

벌레박사 썬박이곳 조지아는 집 매매시 터마이트 클로징 레터(Termite clearance letter) 가 반드시 필요한 필수 서류는 아니지만, 집 매매시 대부분의 바이어가 요구

[법률칼럼] 시민권자 초청 영주권

케빈 김 법무사  시민권자 배우자를 통한 영주권 신청은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정보로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민권자 배우자 초청을 통한

[행복한 아침] 아 가을인가

김정자(시인·수필가) ‘아 가을인가’ 이 가곡은 가을이 돌아오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다. 후반부 소절엔 멜로디도 가사도 기억이 흐려지려 했는데 이번 주 합창단에서 악보를 받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