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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대통령도 모르는 한류 비자의 눈물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3-07 12:00:10

발언대, 전종준 변호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ROTC 임관식에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이 학군장교(ROTC) 임관식을 찾은 것은 16년 만이라고 한다. 38선을 사이에 두고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ROTC 지원율의 급감으로 초급 장교 확보에 비상이 걸려 윤 대통령이 직접 임관식을 찾아 관심과 지원 의지를 나타난 것이라 한다. 

이날 윤 대통령은 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입대한 청년도 소개하며 “대를 이은 대한민국 수호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외국에서 거주국의 ROTC를 지원한 해외동포 2세들에 대한 문제점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미주 동포 2세들 중 가정 형편 상 대학교 등록금이 면제되는 이유로 혹은 군 장교 경력을 통해 연방정부에서 일하고자 ROTC를 지원하기도 한다. 대학 시절에 공부와 군 훈련을 동시에 받고 졸업 후 초급 장교로 나갈 수 있는 ROTC 지원자 중 대부분의 한인 2세들은 미국 태생이다. 한국에 출생 신고도 되어있지 않은 ROTC 지원자들은 신원조회 시 복수국적이 있냐는 질문에 대부분 “NO”라고 표시한다. 그 이유는 미국 출생 시 부모 중 한사람이 한국 국적이면 그 자녀도 자동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ROTC를 지원한 자녀를 둔 부모의 걱정은 사관학교를 지원한 부모의 걱정과 거의 동일하다. 이제 자녀가 복수국적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곧 장교로 임관하고 또 보직을 받을 때 신원조회 시 복수국적이 없다고 표시해야할지 고민인 것이다. 이제 자녀가 복수국적자인 것을 부모가 알게 되었고 자녀에게 말하였지만 부모는 자녀가 신원조회 시 복수국적에 대해 어떻게 진술했는지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이다.

미 공군의 경우 주한 미군으로 발령나면 한인 2세 장교에게 출생 시 부모의 신분 증명을 요청하여 출생 시 부모 중에 한 사람이라도 영주권자였으면 한국 발령을 취소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미군이나 연방정부에서도 한국의 국적법을 알기 시작하여 한인 2세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인데 아직도 한국 정부나 국회는 아무 관심이 없다.

재외동포 2세에게는 한국의 국적법이 모국 방문을 막는 38선과도 같다. 재외동포 2세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은 거주국의 공직이나 정계 진출에 발목이 잡힌 것뿐만 아니라 모국을 체험하고 배우고자 하여도 방문이나 연수까지 막혀 국제 고아가 되었다. 최근 법무부가 올해 1월부터 시범 운영하는 워케이숀 비자(F-1-D)도 재외동포 2세들은 받을 수가 없다. 워케이숀 비자는 고소득 외국인이 국내에서 관광과 함께 원격 근무를 병행하며 한국에서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비자이다. 그러나 재외동포 2세는 복수국적자이기에 외국인으로 간주되지 않아 받을 수 없다.

또한 K 컬처 연수비자(한류 비자)도 한인 2세는 받을 수 없다. 한류 비자란 K 팝 등 한류 문화를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1-2년짜리 단기 체류비자를 받고 한국 체류가 가능하다. 이는 외국인 문화 인재 유치가 명목이나 여기에도 재외동포 2세는 참여할 수 없다. 모 미주 한인 2세 단체는 회원들에게 한국의 한류 비자를 홍보해주었지만 정작 2세들은 복수국적이라 갈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어 큰 실망과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재외동포 2세 선천적 복수국적 남성과 여성 모두는 한류 문화에 동참할 기회조차 없고 단지 외국인에게만 적용되는, 즉 한국계가 빠진 기형적인 한류 비자로 전락되고 있다.

최근 CNN 뉴스에서는 한류 비자를 소개하면서 한류 비자의 뒷면에는 한국 방문 및 교류의 장려를 통해 한국의 저출산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한국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였다. 그러나 CNN의 보도는 한국 국적법의 어처구니없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모국을 배우고 체험하고 싶어도 못가는 2세들의 현실을 모르고 한 말이다. 거창하게 재외동포청을 신설하고 기대를 걸게 했지만 역시였다. 

한국 정부는 언제까지 재외동포 2세들을 방관하고 버려둘 것인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자꾸 생각나는 것은 나만의 염려일까?

<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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