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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봄흙처럼 눈을 떠야하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2-05 08:45:42

수필,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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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봄에는 흙도 달더라 얼마나 뜨거운 가슴이기에

그토록 고운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가

 

영혼 깊숙이 

겨울을 울어, 울어

아픈 가슴 사랑의 불 지피더니

죽었던 겨울 나무 가지마다

생명의 함성

일어나라

일어나라

잠자는 내영혼 흔들어 깨우네.

 

한줌의 흙

수 많은 생명의 넋이 숨어 살고

너와 나의 또하나의 목숨이더니

죽어도 다시 사는 영혼의 화신     

목숨 또한 사랑이더라

 

흙내

내어머니의 젖무덤

그 사랑의 젖줄 물고

이 봄  다시 태어나리

 

꽃으로…

바람으로…

사랑으로…                  ( 흙내, 시 박경자)

 

흙처럼 눈을 떠야 하리, 이 봄엔 전쟁의 총소리, 지구 별에 모진 병,  겨울의 칼 바람이 스치고 간 지구 별에도 봄은 오는가. 겨울이 스쳐간 황량한 흙덩어리가 움틀거린다. 어린 수선화가 고개를 내밀고 환하게 웃고 있다. 죽은 듯 겨울 가지에 매화가 화사한 얼굴을  내밀고  '그렇게 웃어야 해요' 연분홍 꽃송이가 내게 속삭인다. 그토록 모진 얼음 속에서 남몰래 그 예쁜 꽃망울이가 내게 봄을 선물한다. 겨울을 이겨낸 화사한 매화 얼굴엔 그 아픈 겨울을 살아온 흔적도 없다. 희망으로 눈을 뜨고  꿈을 키우며 그 속마음은 생명이 하늘에 닿아 있었나 보다. 눈을 뜨고 살아 있는자, 매화야… 환한  웃음으로 꽃을 피워낸 것이다.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고, 생명은 하늘이 주신거라고  매화는 가만히 소리친다.

죽은 듯 언 땅에서  두눈을 뜨고 생명이 맑은 웃음이 속삭인다.  겨울이 매서울수록  흙은 봄을 눈 뜬다. 생명은 하늘에 속한 거라고, 겨울의 매서운 들판에 홀로 외로워도 속마음은 꿈을 깨우고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싹아, 싹아  흙 속에 넌 웃어야한다. 내생명은 하늘에 속한거라고 소리쳐다오. 흙내를 맞으면 난 조금 정직하고 선해지고 싶다. 묵은 밭에 발을 묻고 봄나물들도 심고 하늘을 더 자주 보고싶다. 매년 홀로 핀 미나리, 신선초, 갓들은 월동을 하며 늘 푸르르다. 먹을 사람이 없어 그냥 즐기며 함께 겨울을 보낸다. 분꽃씨는 40년 집터를 지키며  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워 낸 우리집 터줏대감이다. '분꽃 향기 속 문학 향기 솔솔' 문학회  식구들이 찾아오던 날, 중앙일보 기자가 분꽃 향기를 글에  실었다

 꽃들은 땅속에 생명의 학교가 살아 있어, 마음이 깨어 있는 자, 희망이 살아 있는 자에게  꽁꽁 언 대지를 뚫고 지구 별에 희망의 맑은 웃음꽃을 피운다. 겨울을 난 솔들은  잎새가 더욱 푸르르다. 난 가끔 써야 할 글이 떠오르지 않으면  거친 솔에 등을 기댄다. '솔아, 내 대신 글을 써다오.' 옛 선비님 기상을 지닌 솔은 내게 가만히 속삭인다.  '모르면 모른다 하고 너의 마음을  그대로 쓰라'고 속삭인다. 그솔들의 침묵, 우뢰같은 침묵이  나를 키웠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솔의 침묵, 그 청푸른 그 우뢰같은 침묵이 좋았다. 밤이면  솔가지에 달을 매달고, 별들의 속삭임으로  잎새들이 반짝인다. 처음엔 이런 솔밭에서 어찌 살까 망설였다. 그러나 솔들이 나를 키웠다. 그 선비의 향 , 세상에  찢겨 서성이는 나에게 선비의 맑은 지혜로 나를 키웠다. 다독 다독…

솔들이 좋아하는 바위를 솔밭 사이에 옮겨 왔다. 금상첨화다.  솔들이 좋아하는 건 침묵의 바위들이다. 사람은 얼마나 소음인가? 소나무들 그 숭고하고 예술가의  장엄하고, 웅장한, 괴기한 고색한 창연한 은자의 품격이다.솔과 매화는 한데 어울리면 한쌍의 원앙처럼 마음이 하나되어 서로가 사랑의  눈을 뜬다.  솔과 매화, 바위가 어울린  정원은 선비들의 한적한 마음의 평화, 자연의속의 한적함, 옛 선비나 학자들의 속세와 마음을 끊는  '강호 객인'의 꿈이 아니었던가. 예술가의 혼을 지닌 솔에게  '마치 헐렁한 옷을 입고 지팡이를 끌며 산길을 거닐은 늙은 '도인' 같다고 말한다.

솔 사이 매화가 핀 계절 온 집안에 축제인듯 낭만이 서성인다. 솔과 매화는 그 냄새가 맑고 향기로워 그 고고한 품격이 이 봄 최고의 청청한 겨울을 이겨낸  내 정원에 찿아온 청고함이다. 돌을 좋아하는 못난이의 꿈이지만 돌을 만지면 '노자의 도덕경'을 읽고 있는 듯 나홀로 무위의 경지에 이르러 속세와 끊는 듯 나홀로 도에 취한다.

시우의 명상 터… 이대로 모자람도 행복이다. 마음 다독이며… 이 봄엔 묵혔던 흙을 일구어 흙내를 맡고싶다. 추운 겨울이  흙속에  꽃씨들에게  죽음이 아니라고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내가 죽어야 새 생명이 탄생한다고… 속삭인다. 사랑이 땅에서 맺히면 그 사랑이 하늘 까지  이어 준다고 흙속의 그 생명의 그함성 작은 봄 꽃씨가 사랑이 하늘까지 이른다 하는데… 사람도 소리쳐야한다. 우리의 사랑도 하늘까지 이어준다고… 지구 별에 아무리 냉혹하게 싸움터가 되어  피를 흘려도 흙속에 작은 꽃씨들은 사랑으로 봄을 서두른다.

싹아, 싹아  흙 속에  사랑을 품고 살아온  싹아… 

일어나라, 일어나라

꿈도 희망도 얼어붙은 이 지구 별

눈을 뜬자는 희망의 꽃씨를 품고 

하늘을 본다. 

우리 사랑은 

하늘에 이어 진다고…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웃음으로 웃음으로

생명의 새싹들아 꽃을 지구 별에 

파릇 파릇 생기 가득한 희망으로 

눈먼 세상을 눈뜨게 해다오

총과 칼이 지구 별을 죽음 처럼 전쟁터로 물들어도

하늘이 살아있다.

사랑이  사람과 하늘에 닿아 있으면 

죽음이 끝이 아니다, 아름다운 생명이요, 희망이다.

사랑이 하늘과 땅이 닿게 해야한다. 

흙속에 생명이 살아 봄을 기다린다.

추운 지구 별에 생명을 품고 

언 땅을 뚫고 맑은 웃음 꽃 대지의 웃음이 되어다오.

대지에 꽃으로 함께 울고, 웃어다오. 

 

흙내 

내 어머니의 젖무덤

그 사랑의 젖줄 물꼬

이 봄 나 다시 태어나리

꽃으로…

바람으로…

사랑으로…  (시, 박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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