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단상] 샌프란시스코 이야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1-13 14:02:44

단상, 나효신, 작곡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서양에 있지만 동양보다 더 동양적인 면을 갖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 샌프란시스코를 나는 내 집으로 삼기로 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성장했고, 한국과 미국에서 서양음악을 전공한 나는 이곳에서 작곡가로 활동하며 살아보고 싶었다.

태어나보니 이미 내 집이 서울에 있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나의 ‘선택’이었다. 집은 house이며 home인데, house는 나를 신체적으로 안전하게 지켜주는 곳이고 home은 나를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지켜 주는 곳이다.

서울에서 나는 부모님 소유의 house에서 부모님이 가꾸는 home의 식구가 되어 마음 편히 살았다. 내 생애의 첫 기억은 입원해있는 어머니를 매일 방문하던 일인데, 아직 어려서 아프다는 것의 의미조차 몰랐기 때문에 슬펐던 기억은 없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내가 나의 집을 스스로 만들어왔다. 어렸을 적에 풀던 문제집 맨 뒷장에 정답이 적혀있었던 것처럼 인생의 정답을 적은 페이지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매일 아침 줄이 그어진 오선지 앞에 앉아 나는 정답을 찾는다. 만약에 오선공책 맨 뒷장에 정답이 이미 적혀져있고 내가 하는 일이 겨우 정답을 맞혀야하는 것이라면 나는 아마 오래 전에 작품쓰기를 그만두었을 것 같다. ‘스스로’ ‘계속’ ‘매일’ 정답을 만들어야하는 일상은 고달프다. 소동파(蘇東坡)가 한 폭의 산수화를 보고 ‘가녀린 대나무는 은둔자 같고. 소박한 꽃은 소녀 같네. 참새는 나뭇가지 위에 비스듬히 앉아있고. 한바탕 쏟아지는 빗방울은 꽃잎에 흩뿌려지고. 날아가려는 새가 날개를 펴니 나뭇잎이 흔들리네. 꿀을 모으는 벌들은 꿀에 빠져 황홀해.’(번역 나효신)라는 시를 썼는데, ‘꿀을 모으는 벌들이 꿀에 빠져 황홀’한 것처럼 작품을 쓰는 즐거움이 고달픈 일상을 넉넉히 덮어주기 때문에 작곡을 계속 할 수 있는 듯하다.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정답을 모아 서랍에 넣어두고 이따금씩 열어서 볼 수 있는 것이 인생이라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나만의 정답을 찾으며 완성시켜가는 나의 삶! 밖에 나가서 친절한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집’ 즉 내 ‘가정’에서 내 식구(들)에게 친절하면 좋겠다. 그런 삶이면 좋겠다. 식구가 많으면 많은 대로, 혼자 산다면 내가 나 스스로에게 친절한 일상…. 그래서 집으로 오는 맘과 발걸음은 늘 편하고 가벼우면 좋겠다. 나는 이곳에 살며 나의 샌프란시스코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그리고 매일 오늘 하루 동안 할 일에 대한 꿈을 꾼다. 일찍이 박경리 선생님도 ‘꿈꾸는 자가 창조한다!’고 했다. 

<나효신/작곡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내 마음의 시] 애틀랜타 코페 영웅들
[내 마음의 시] 애틀랜타 코페 영웅들

권  요  한(애틀란타 문학회 회장) 올해 의욕있게 출범한떠오르는 도시 애틀랜타 코리안 페스티발재단 이민 보따리 메고태평양 건너온 용기있는청년들이 의기투합 뭉쳤다 5개월 준비끝 슈

[애틀랜타 칼럼] 목자들의 성탄 준비

이용희 목사 목자라는 말에서 여러분들은 어떤 느낌을 받습니까? “양치는 목동들” 하면 평안한 안식과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예수님 당시 팔레스틴의

[벌레박사 칼럼] 엄청 큰 주머니 쥐(possum)가 나타났어요

벌레박사 썬박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변에 가끔씩 보이는 동물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파섬이라고 불리는 큰 주머니 쥐 종류의 동물이다. 파섬은 일반적으로 덩치도 크고, 공격적인 성향이

[법률칼럼] 추방재판후 입국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법 INA §212(a)(6)(B)에 따르면, 추방재판 출두 통보서를 받은 외국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민법정에 출두하지 않고 출국했을 경우, 해당 외

[행복한 아침] 송구영신 길목에서

김정자(시인·수필가)          송구영신 길목이다. 한 해를 바르게 살아왔는지 가슴에 손을 대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답변이나 해명을 제시해야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어디에도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접촉점을 찾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그가 일본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오늘과 내일] 스트레스를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

정신과의사 엘리자벳 퀴블러-로스 박사의 책 <인생수업>에는 열여덟 살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매일 저녁 집에 돌아오면 아들이 여자 친구에게서 받은 보

[뉴스칼럼] 연말의 숙제, 선물 샤핑

연중 최대 샤핑시즌이다. 온라인 샤핑이 대세라고는 해도 이것저것 살피고 만져보고 비교해보며 샤핑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은 실물 샤핑 센터. 샤핑몰 주차장마다 밀려드는 차들

[뉴스칼럼] 계엄… 알고리즘과 닭 싸움

유튜브가 영 재미없다는 사람이 있다. 유튜브를 켜면 농기구만 뜬다고 한다. 그는 농사와 정원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유튜브에서 농기구를 검색하곤 했다. 영특한 유 선생이 이걸

탄핵 정국 속 전세계가 주목한 ‘K-민주주의’
탄핵 정국 속 전세계가 주목한 ‘K-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비서방 국가로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이룬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정국, 한국전쟁, 독재 정권을 거치는 동안 좀처럼 경제적 빈곤과 정치적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