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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마이다스의 황금손과 불교의 공(空)사상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11-13 11:35:31

독자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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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원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자기의 의지와 무관하게 빠져들게 하는 감정을 모두 신의 장난으로 돌렸다.

기원 전 8 세기경 프리기아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마이다스는 그 나라의 욕심쟁이 왕이었다.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가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내가 만지는 모든 것들이 금이 되게 해 달라고 했더니 자신이 먹는 밥 조차도 금으로 변해서 결국 굶어 죽을 상황에 처한 마이다스는 금으로 빛나는 양손을 들고 이 황금의 멸망으로부터 나를 구원해 주십사라고 절실히 기도했더니 자비심 많은 디오니소스는 마이다스의 소원을 한번 더 들어줘서 다시 평범한 인간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11월 11일 지난 1년간 수사를 해온  맨해탄의 연방 검찰은 31세의 전 FTX 회장이던 샘 뱅크맨 후리드를 가상화폐(cryptocurrency)를 통한 사기에 연루된 7가지 형사범죄 죄목으로 배심원의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 담당 판사의 형량 판결은 내년 3월 28일로 예정되었는데 아마도 115년 형을 언도받을 것이라는 법조계의 예측이 나왔다.

폰지 스캠으로 150년 형을 받고 복역중에 미 연방교도소에서 2021년 82세의 나이로 사망한 버니 메도프 이후 두 번째로 장기형이 될 것이라고 한다.  31세의 샘 뱅크맨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너무도 지나친 배금주의로 타락한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것 같다. 허나 우리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 조셉 뱅크맨과 어머니가 모두 스탠포드 법과대학의 교수였다고 하는데 아버지는 놀랍게도 법학 심리와 윤리 과목도 가르쳤다고 알려져 있다.

검사들의 기소장에 의하면 샘은 부모에게 1천만불의 현금을 주기도 했으며 또 파산신고를 하기 바로 직전에 캐리비언의 바하마스에 1천6백만불에 상당하는 호화판 빌라를 선물로 사주었다고 한다. 샘이 바하마스에 있는 FTX본사에서 FBI요원들에 의해서 미국으로 송환되어 기소되었을 때에도 부모는 2천5백만불이라는 천문학적인 보석금을 담보로 제공하고 석방되어서(실제는 10% 정도만 냈다) 당일 날 샌프란시스코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몇 일 전 샘의 부모들도 아들과의 사기 공모혐의로 채권자들로부터 집단 소송을 당한 처지이다. 남의 돈을 사취해서 일확천금한 돈으로 파티를 하고 너무도 잘나가던 집안이 하루아침에 모두 풍비박산 날 모양새인 것이다.  

명문 MIT 공대를 졸업하고 불과 27세에 가상화폐 회사를 창설해서 기묘한 사기수법으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고객 돈을 횡령한 샘은 마치 마이다스와 같이 욕망의 노예가 되어서 호화판 생활을 하다 남은 인생을 죽을 때까지 형무소에서 지내게 될 비참한 운명에 처하게 될 것 같다. 샘이 잠깐 누렸던 행복이라는 가치관은 남의 돈을 훔쳐서 찾은 가치가 전도된 행복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잠시 자본주의의 생태와 인간이 추구하는 끝없는 욕망 그리고 행복이라는 삼각관계를 한 번 짚어보고자 한다.  불교에서는 인간을 눈멀게 하는 세가지 독(toxic)이 있는데 탐진치 즉 욕심과 어리석음, 그리고 화내는 것이라고 한다.

31세의 샘 뱅크맨도 이 욕망을 억제하지 못해서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 진 것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의식구조를 기본으로 탄생한 것이다. 자본주의의 초석을 놓은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을 쓰기 17년 전인 1759년 도덕감정론(A theory of moral sentiments)를 써서 국부론이 가져올 사회 경제적인 함정을 이미 내다보았다고 할 수 있다. 그가 평생을 연구한 것이 도덕 감정론이라고 한다. 인간은 이성과 감정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경제적인 현실에 부딪치게 되면 대부분 감정의 명령에 따르게 되고 마이다스와 같이 이성은 숨죽이고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담 스미스는 인간의 감정을 도덕의 차원으로 승화시키고자 한 것이다.

1962년 양자 전기역학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쥬리안 스윙거와 신이치로 토모나가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리처드 파인만은  “과학의 세계를 알고 나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라는 말을 남겼다. 천문학자들에 의하면 우리가 사는 지구는 9개의 행성을 거느린 태양계의 일부인데 태양이 속해 있는 은하계는 약1천억 개의 별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1천억 개의 항성계가 모여서 은하계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1천억 개의 은하계가 전부가 아니다. 대우주에는 이런 은하계가 약 1천억 개 정도 있다고 한다. 이런 은하의 모임을 은하단이라고 한다. 이런 은하단이 전 우주에는 1천억개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이 있고 우리가 사는 조지아 주가 있으며 내가 사는 애틀랜타가 있는 것이다. 그런 우주적인 시가에서 보면 나란 존재는 그야말로  먼지 정도밖에 안되는 지극히 보잘것없는 미물에 불과 한 것이다. 그런데 서로 내가 잘났다 네가 잘났다고 떠들며 싸우고 전쟁을 하는 모습이 우리 호모사피엔스의 자화상인 것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만물은 내 것이라고 할 만한 본성이 없으며 모든 만물은 연기(緣起)의 법칙에 의해서 변해가는 불생불멸(不生不滅)의 존재라고 한다. 공의 원리를 잘 설명한 반야심경에 의하면 모든 것은 성주괴공(成住壞空)의 원리에 의해서 생겨났다 성장해서 때가 되면 무너지고 결국 공으로 돌아간다는 아주 간단명료한 윈리이다.  

아주 먼 훗날이지만 태양도 수소와 헬륨이 모두 타버리는 50억년이 지나면 공(空)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면 지구도 화성도 달도 우리들의 고향에 있는 사랑하는 증조할아버지의 묘도 모두 없어지게 된다는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작고하기 전 이런 불교의 심오한 사상에 매혹되어서 8년간 불교이론과 주역을 공부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숨을 거두기 전에 만일 미래에 인류를 구원할 종교가 있다면 불교가 될 것이라는 의미 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욕망을 자제하고 저 푸르른 창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기러기와 같이 호연기지의 삶을 살아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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