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엘리트 학원
경동나비

[내 마음의 시] 거룩한 일과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9-29 08:40:04

내 마음의 시, 임기정(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임기정(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마트 진열대 냉면을 보면 오장동이 생각난다.

냉면 사발 육수까지 바닥 날 무렵,

옆 자리 수육에 쏠린 내 눈을 핀잔하던 젊었던 아내.

쉽게 끊기지 않는 면의 질김으로 우리가 위기를 넘기고

지금껏 이어진 걸까?

 

얼린 칼국수를 보면 명동교자가 생각난다.

마늘향 작열하는 겉저리를 먹으며

식사 후 구경 갈 공연장 옆사람의 후각을 염려하던 기억.

칼국수의 덤덤함을 화들짝 하게 만들어 준 마늘 즙이

지금껏 내 혈관 속에 스파이처럼 숨어 있어

타이레놀 만으로 족한 건강을 간직할 수 있었을까?

 

족발집을 지나노라면 장충동이 생각난다.

원조 아닌 집이 원조일지 모른다는 수상한 생각을 하게 하는,

할머니는 좀 처럼 찾기 어려웠던 할머니 족발집들.

식후 들른 태극당에서

누구의 소개로 만나 헤어진,

이름도 아스라한 누군가와의 추억.

족발집 할머니의 부재처럼

그녀와의 추억도 빈집처럼 남았다.

 

 

호두과자를 보면 기차 여행을 마친 

사람들의 고단함이 봉지에 매달려 있고,

구겨진 옷과 헝클어진 뒤통수 쯤은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들 생각으로 빈 사이다 병처럼 

쉬 잊혀졌던 추억.

 

트로트 메들리를 들으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향해 돌진하는 무리들 사이로

호떡이나 핫바를 들고 명랑을 질질 흘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 명랑으로 다시 사람과 빌딩과 대결을 준비하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거리의 성찬이다.

 

먹어야 하는 필연이 번거로운,

그 번거로움으로 연명하는 오늘도 

거룩 거룩 거룩하다.

 

임기정
임기정

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글쓰기 노동

김정자(시인·수필가) 나에게 글 쓰기는 못 본 척 덮어둘 수도 없고 아예 버릴 수도 없는 끈적한 역량의 임무인 것처럼 때론 포대기로 업고 다니는 내 새끼 같아서 보듬고 쓰다듬으며

[전문가 칼럼] “트러스트 설립과 관련해서 제일 먼저 듣는 질문들”
[전문가 칼럼] “트러스트 설립과 관련해서 제일 먼저 듣는 질문들”

김인구 변호사 질문 1. 트러스트가 뭔가요? 종이위에 써진 문서 아닌가요? 회사처럼 여러 경제활동을 할수 있는 법적인 존재 아닌가요?기본 성격: 종이 위에 작성된 문서가 맞음. 그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소멸의 미학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소멸의 미학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한국의 50년이 넘은 지인 장 0 0로부터 받은 해 저물녘의 아름다운 영상에 환호하고 있다. 석양에 붉게 타오르는 노을의 장관은 참으로 경이롭다.

[신앙칼럼] 라함의 축복(Blessing of Raham, 마Matt. 5:7)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마 5:7). “긍휼(Mercy)”을 의미하는 히브리어는 ‘엘레

[삶과 생각]  지난 11월5일 선거 결과
[삶과 생각] 지난 11월5일 선거 결과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선거는 끝났다. 1년 이상 치열하게 선거전을 펼치며 당선을 위해 올인했던 대통령 후보와 지방자치 선출직 후보들이 더이상 열전을 할 일이

[시와 수필]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그별 하나를 쳐다 본다 밤이 깊을 수록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나는

[한자와 명언] 修 練 (수련)

*닦을 수(人-10, 5급) *익힐 련(糸-15, 6급) 학교 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가정 교육’인데, 이를 문제시 삼지 아니하는 사회적 풍조 때문에, 우리 사회가 병들

[내 마음의 시] 통나무집 소년
[내 마음의 시] 통나무집 소년

월우 장붕익(애틀랜타문학회 회원) 계절이 지나가는 숲에는햇빛을 받아금빛 바다를 이루고외로운 섬  통나무집에는소년의 작별인사가 메아리쳐 온다 총잡이 세인이소년의 집에서 악당들을  통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신청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신청

최선호 보험전문인 다른 나라에서도 그렇겠지만, 특히 미국에서는 65세 전후가 상당히 중요한 나이가 된다. 은퇴할 나이가 되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은퇴하는 경우에도 그렇지만, 자영업

[애틀랜타 칼럼] 가정 생활의 스트레스

이용희 목사 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한 가지 잘 한 것이 있었는데 책을 잘 읽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선생님이 대표로 책을 읽으라고 많이 권유를 했습니다. 제가 목사가 된 후에 가장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