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경동나비
첫광고

[나의 의견] 인공지능과 '개소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9-05 17:56:34

나의 의견, 한소원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철학책은 왠지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어 잘 읽게 되지 않는다. 그런데 철학자가 쓴 책 중에 짧고 명쾌해서 속이 다 후련한 책이 있었다. 철학자 해리 프랭크퍼트의 저서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는 대화라는 맥락에서 터무니없는 말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정의하고 분석해 이론으로 만들었다. 2005년에 발간돼 예상치 않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까지 올랐던 책이다.

프랭크퍼트는 ‘개소리’를 듣는 이를 현혹시키는 말이면서 도덕적으로 상관하지 않는, 속임수 전문가의 정석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런 ‘개소리’들은 거짓말보다 나쁘다. 그 이유는 거짓이든 진실이든 상관하지 않고 독자를 설득하는 것만 중요시해서다.

우리가 감탄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에서 만들어내는 문장은 거대한 양의 텍스트에서 패턴을 찾아 그다음 단어를 추측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가장 그럴싸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그 문장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상관이 없다. 이런 언어 모델은 모방에 능하고 사실에 약하다.

지난해 11월에 출시된 챗GPT는 출시 두 달 만에 사용자가 1억 명이 넘을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비즈니스 분야에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데 이미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챗GPT를 써보면 그 생산성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한계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이 챗봇에서 나오는 반응은 유창한 문장이라도 사실이 아닌 것이 많다. 가짜 이름과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만들어낸다. 모든 주제에서 유연하고 순조로운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그 내용의 참과 거짓을 혼동시키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참과 거짓이 섞여 있는 문장이 우리 마음속에서 진실로 기억될 수 있는 것이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LLM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용한 한 가지 방법은 인간 피드백 강화 학습이다. 흔히 상상하듯이 엄청난 파워를 가진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학습을 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일일이 적절하지 못한 요소를 제거한 것이다. 문제는 어떤 대답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는 점이다.

LLM의 위험을 경고하면서 언어학자 에밀리 벤더는 이렇게 역설했다. “기계는 마음이 없이도 텍스트를 생성해낸다. 문제는 우리가 그 텍스트 뒤에 마음이 있다고 상상하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기술에 반응하는 인간인 것이다.

<한소원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신앙칼럼] 새소망, 새해(New Hope, New Year, 시편Psalm 102:25-27)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로고스 하나님은 태초에 천지를 말씀으로 창조하셨습니다(창 1:1). 다사다난했던 2024년도 현하,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희망찬

[삶과 생각]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삶과 생각]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그냥 저냥 또 한해가 지나간다.  못다한 꿈들 또 다시 새해로 미룬다.  알 길 없는 새해  알 길 없는 미래를 향해 간다.  88년간

[시와 수필]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눈은 내리지 않았다강가에는  또다시 죽은 아기가 버려졌다 차마  떨어지지 못하여 밤하늘엔  별들은 떠 있었고 사람들은  아무도 서로의 발을 씻어

[내 마음의 시] 애틀랜타 코페 영웅들
[내 마음의 시] 애틀랜타 코페 영웅들

권  요  한(애틀란타 문학회 회장) 올해 의욕있게 출범한떠오르는 도시 애틀랜타 코리안 페스티발재단 이민 보따리 메고태평양 건너온 용기있는청년들이 의기투합 뭉쳤다 5개월 준비끝 슈

[애틀랜타 칼럼] 목자들의 성탄 준비

이용희 목사 목자라는 말에서 여러분들은 어떤 느낌을 받습니까? “양치는 목동들” 하면 평안한 안식과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예수님 당시 팔레스틴의

[벌레박사 칼럼] 엄청 큰 주머니 쥐(possum)가 나타났어요

벌레박사 썬박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변에 가끔씩 보이는 동물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파섬이라고 불리는 큰 주머니 쥐 종류의 동물이다. 파섬은 일반적으로 덩치도 크고, 공격적인 성향이

[법률칼럼] 추방재판후 입국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법 INA §212(a)(6)(B)에 따르면, 추방재판 출두 통보서를 받은 외국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민법정에 출두하지 않고 출국했을 경우, 해당 외

[행복한 아침] 송구영신 길목에서

김정자(시인·수필가)          송구영신 길목이다. 한 해를 바르게 살아왔는지 가슴에 손을 대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답변이나 해명을 제시해야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어디에도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접촉점을 찾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그가 일본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오늘과 내일] 스트레스를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

정신과의사 엘리자벳 퀴블러-로스 박사의 책 <인생수업>에는 열여덟 살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매일 저녁 집에 돌아오면 아들이 여자 친구에게서 받은 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