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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칼럼] 누가 물가를 진정시켰나?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7-26 13:41:56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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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실업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경제 지표가 잇따르자 일부 경제 분석가들은 경기침체 전망치를 하향 수정했다.    

좌파 진영은 예상 밖의 경기 호조를 그들의 공으로 돌리고 싶어한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진보주의자들은 이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정부가 한 일 대신 하지 않은 일에 초점을 맞춘다.   

사실 미국 경제가 우리 모두의 희망대로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그건 정부가 앞장서 좌파 포퓰리스트들이 선호하는 기이하고 실험적이거나 비정통적인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 아니라 공급충격 완화, 재정지원 중단과 금리인상 등 경제 교과서에 나오는 지루하고 표준적인 인플레 교정 수단을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2022년 3월 이후 10차례에 걸쳐 단행된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의 금리인상은 전통적인 경제이론대로 소비자 수요를 둔화시켜 억제된 공급과 보조를 맞췄다.  

백악관은 인플레가 냉각된 것은 ‘바이드노믹스’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바이드노믹스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행정부 관리들은 “중간접근방식을 도입한 상향식 경제 구축”과 (최근 의회를 통과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지만 아직 집행 초기 단계라 실질적으로 경제에 미친 영향이 미미한) 일련의 산업정책이 바이드노믹스에 해당한다는 밋밋하고 어설픈 설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바이드노믹스를 “연준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설사 연준의 결정이 달갑지 않다하더라도 행정부가 개입을 자제하는 것”으로 규정한다면 예상외의 호조를 보이는 경제는 분명 바이드노믹스 덕택이고, 최소한 바이든은 그의 공로를 인정받아 마땅하다.      

다른 전임자들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연준의 결정에 개입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자 한바탕 소동을 부렸다. 그는 자신이 임명한 제롬 H. 파월 연준의장을 ‘적’으로 규정했고, 수차례에 걸쳐 그를 “파면하겠다”고 협박했다. 독립성을 보장받는 중앙은행의 수장을 파면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한지 의심스럽긴 해도, 트럼프의 으름장은 시장을 격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발언을 실천에 옮겼다면 인플레이션에 대항하는데 필요한 연준의 장기적인 능력은 크게 훼손됐을 것이다. 연준의 독립성은 물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결정적 요소다. 경기가 과열되면 금리를 인상하는 등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연준은 언제라도 인기 없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자기실현적인(self-fulfilling) 고물가 전망이 뿌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연준의 가장 효과적이고도 저렴한 인플레 대응 도구는 금리인상 자체가 아니라 어렵게 쌓아올린 연준의 신뢰성이다. 여기서 말하는 신뢰성이란 정치적인 편의성이나 정치인들의 노골적인 반발에 상관없이 필요할 경우 연준은 반드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일반 대중의 믿음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이건 단순한 가정이 아니다. 트럼프 시절의 공화당뿐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의 민주당 인사들조차 지난해 연준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연준이 연거푸 금리를 올리자 진보성향의 민주당 의원들과 정치평론가들은 중앙은행 관리들을 상대로 가차 없는 인신공격을 가했다. 이들은 파월이 의도적으로 취약한 근로자들의 실직을 유도했고, ‘계급 전쟁’을 일으켰으며 고통스런 경기침체를 촉발시켰다고 비난했다. 사실 경기 침체가 코앞에 다가왔다며 대중을 겁먹게 만든 주체는 우파였지만, 침체를 가장 큰 목소리로 경고한 주인공은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매서추세츠)을 비롯한 민주당 포퓰리스트들이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경기침체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럴 수 있다. 실제로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를 잡으려는 이전의 시도는 대부분 목표점을 지나치면서 경기침체를 불러왔다. 

그러나 진보진영의 주된 주장은 금리인상 폭이 잘못 결정됐다는 것이 아니다. 표준적인 인플레이션 대응도구인 이자율 인상이 해악만 가져오기 때문에 이를 아예 기피해야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금리 인상은 수요를 냉각하게끔 고안되었다. 진보적인 인사들은 과열된 수요가 이번 인플레이션의 근본원인과 상관이 있다는 사실을 극구 부인한다. (소비자 수요가 과충전되었다고 인정할 경우 거의 전 국민에게 경기부양수표를 발송한 민주당의 재정정책이 물가상승을 거들었다고 시인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대신 진보주의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처음에는 공급망 교란에서 비롯됐지만 지금은 주로 ‘기업의 탐욕’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진단은 경제 교과서가 추천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처방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상당수의 진보주의 인사들은 “비양심적으로 과도한” 소비자 가격 인상을 금지하자는 워렌의 가격 통제안을 지지한다. 

여기에 보태 민주당은 ‘횡재세’(windfall profits taxes), 혹은 시추인가 취소 등과 같은 징벌적 조치를 밀어붙인다. 이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경제학을 거부하는 정책을 종종 혁신적인 조치로 묘사한다. 이런 조치들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이미 여러 차례 시도된 바 있으나 결과는 늘 신통치 않았다. 이들이 추진한 비전통적 조치는 강력한 수요와 제한된 공급 사이의 간격을 벌리는 역효과를 내는데 그쳤다.       

다행히도 기업의 부당이익과 폭리가 인플레의 주된 원인이라는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의 주장은 통하지 않았고, 민주당이 최근에 제안한 반-탐욕 조치는 끝내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행스런 일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비전통적 정책의 옹호론자들은 예상 밖 경기호조가 자신들의 공인양 의기양양해 한다. 칭찬과 상은 실제로 공을 세운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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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캐서린 램펠 칼럼] 누가 물가를 진정시켰나?
캐서린 램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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