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조윤성의 하프타임] 윤석열과 바이든 그리고 노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3-07-05 14:37:31

조윤성의 하프타임, LA미주본사 논설위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조윤성(LA미주본사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몇 차례 만남을 통해 꽤 친밀해진 것 같다 이들은 서로를 “친구”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바이든 입장에서는 중국견제를 바탕으로 한 자신의 국제관계 구상에 와락 안겨오는 오는 윤 대통령이 살갑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자신을 미국으로 초청해 최고의 예우로 환대해주는 바이든에 호감을 갖는 것 또한 자연스럽다. 윤 대통령에게서는 한미관계, 좁게는 바이든과의 개인적 친분관계를 저조한 국내정치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데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이고 실제로 약간의 재미를 보기도 했다.

이처럼 일치된 외교적 이해관계를 ‘친구’와 ‘동맹’이라는 수사로 포장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정치인으로서의 기본적인 가치관에서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

이런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것은 노조에 대한 두 사람의 인식과 태도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 1년 내내 노조에 대한 적대적인 인식을 드러내 왔다. 노조를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는데 앞장섰다. 여기에 보수언론들까지 합세해 허위보도까지 일삼으며 노조를 ‘악마화’하는데 동참했다. 그리고 이런 프레임 전략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연대의 힘이 필요한 노동자들과 서민들이 이런 프레임에 가장 쉽게 걸려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폭력 시위 진압 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하는 등 노조탄압이 심해지자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현 정부의 유일한 노동계 대화 창구였던 한국노총까지 등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노조에 대한 대통령의 적대적 인식은 조금도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광주 글로벌모터스를 방문한 후 페이스북에 “감동 받았다. 노조가 없다. 평균 임금은 4,000만원이 안 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비판 받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에서 그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바이든은 정반대이다. 그에게는 “트루먼 이후 가장 노조 친화적인 대통령”이라는 평가가 따른다.

중도성향이 강한 정치인임에도 노조에 대한 절대적 지지는 그의 정치생활을 관통해 온 가장 핵심적인 가치이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노조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백악관 태스크포스를 만든 것이었고 아마존의 노조 설립에 대해서도 공개적인 지지를 보냈다.

바이든의 이런 ‘노조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 다음 대선이 17개월이나 남은 지난 달 미국의 대형 노조들이 줄줄이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미 최대 규모 노조인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가 총회를 통해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을 지지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미국교사연맹(ATF)과 전미지방공무원노조연맹(AFSCME) 역시 바이든을 차기 대통령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형 노조들의 이런 지지선언은 대선 사상 가장 빠른 시기에 나온 것으로 바이든은 “거대한 차이를 만들 것”이라며 한껏 고무된 표정이다.

1950년대 미국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률은 35%였다. 그러나 1980년대 ‘신자유주의’가 휩쓸면서 노조는 설 자리를 잃고 갈수록 무력화됐다. 이후 오바마 시대를 거치면서 노조 가입률이 약간 회복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1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신자유주의’를 지배한 경제논리는 부자들에게 더 많은 돈을 안겨주면 그것이 밑으로 내려와 노동자들의 경제적 삶을 윤택하게 해 줄 것이라는 ‘낙수효과’론이었다. 하지만 이 주장은 허구임이 증명됐다.

‘낙수효과’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부자와 기업주들이 묵종하는 노동자들에게 경제적 실과를 자발적으로 나눠주는 경우란 거의 없다. 이것이 대다수 인간의 본성인 것이다.

노동자 하나하나는 힘없고 보잘 것 없는 존재들이다. 사회경제적으로 약한 위치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연대와 집단적 행동뿐이다. 노조가입 노동자들과 비노조 노동자들의 소득을 비교해 보면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된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비노조 노동자들의 중간소득은 노조 가입자들의 81% 정도에 불과하다.

일부 강성노조에 불법과 비리가 있다면 바로 잡아야겠지만 과도한 매도는 옳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자칫 목욕물을 버리려다가 목욕통 속의 아기까지 던져 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윤석열과 바이든이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국제사회에서 일시적으로 피상적인 친구 관계는 맺었을지 몰라도 같은 나라에서 정치 생활을 하는 상황이었다면 결코 같은 편에는 설 수 없는 가치관을 갖고 있다.

내년 4월과 11월 한국과 미국에서는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선거가 치러진다. 그리고 이 선거의 결과는 정치권력과의 관계에서 정반대의 위치에 놓여 있는 두 나라의 노동자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조윤성의 하프타임] 윤석열과 바이든 그리고 노조
조윤성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신앙칼럼] 새소망, 새해(New Hope, New Year, 시편Psalm 102:25-27)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로고스 하나님은 태초에 천지를 말씀으로 창조하셨습니다(창 1:1). 다사다난했던 2024년도 현하,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희망찬

[삶과 생각]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삶과 생각]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그냥 저냥 또 한해가 지나간다.  못다한 꿈들 또 다시 새해로 미룬다.  알 길 없는 새해  알 길 없는 미래를 향해 간다.  88년간

[시와 수필]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눈은 내리지 않았다강가에는  또다시 죽은 아기가 버려졌다 차마  떨어지지 못하여 밤하늘엔  별들은 떠 있었고 사람들은  아무도 서로의 발을 씻어

[내 마음의 시] 애틀랜타 코페 영웅들
[내 마음의 시] 애틀랜타 코페 영웅들

권  요  한(애틀란타 문학회 회장) 올해 의욕있게 출범한떠오르는 도시 애틀랜타 코리안 페스티발재단 이민 보따리 메고태평양 건너온 용기있는청년들이 의기투합 뭉쳤다 5개월 준비끝 슈

[애틀랜타 칼럼] 목자들의 성탄 준비

이용희 목사 목자라는 말에서 여러분들은 어떤 느낌을 받습니까? “양치는 목동들” 하면 평안한 안식과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예수님 당시 팔레스틴의

[벌레박사 칼럼] 엄청 큰 주머니 쥐(possum)가 나타났어요

벌레박사 썬박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변에 가끔씩 보이는 동물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파섬이라고 불리는 큰 주머니 쥐 종류의 동물이다. 파섬은 일반적으로 덩치도 크고, 공격적인 성향이

[법률칼럼] 추방재판후 입국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법 INA §212(a)(6)(B)에 따르면, 추방재판 출두 통보서를 받은 외국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민법정에 출두하지 않고 출국했을 경우, 해당 외

[행복한 아침] 송구영신 길목에서

김정자(시인·수필가)          송구영신 길목이다. 한 해를 바르게 살아왔는지 가슴에 손을 대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답변이나 해명을 제시해야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어디에도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접촉점을 찾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그가 일본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오늘과 내일] 스트레스를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

정신과의사 엘리자벳 퀴블러-로스 박사의 책 <인생수업>에는 열여덟 살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매일 저녁 집에 돌아오면 아들이 여자 친구에게서 받은 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