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 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 버린 것 잊어버린 고향 하늘과
아른 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고향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 질 볼이 고운 사람아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가슴 밝은 보고 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릴 볼이 고운 사람아
달 가고, 밤가고, 눈물도 가고 튀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와 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아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
아우성 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들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도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 (박두진)
우리 조국에 박두진 시인님이 계셨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춥던 겨울 가고 봄이 문턱에 왔는데도 왠지 봄이 온 것 같지가 않다. 겨울 철새도 다시 돌아 오고, 버드나무 눈부신 새 잎새를 띄어도 사람의 가슴은 봄을 잃었다. 어른들이 사는 세상은 이토록 사악해 지는데… 우린 과연 무엇을 배워야 하나… 우리 아이들앞에 어떻게 살아가라…
어른들을 본받아 내 조국을 사랑하라…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라… 오늘, 과연 무슨 말을 해야하나 …
가슴 시리다.
우린 이 사악한 세상이 가르쳐 준 것처럼 거짓말투성이, 국민을 위한 정부를 믿고 윗사람이 과연 누구며, 누구를 믿고 진정한 인간이 되어야 합니까 …
우리 새싹같은 아이들이 묻는다면… 우리 새싹같은 아이들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지도자…
어른들의 지도자들의 처참함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모른다…
국민의 가슴에 총을 겨누고도 내가 살아남기 위해 모든 거짓을 꾸며 대는 그 부끄러운 대통령 처참한 모습, 그 대통령의 명령에 복종하느라 수많은 군별들이 지금 감옥에 갇혀 있는데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치 달밤에 호수에 떠 있는 달 그림자를 쫓는듯 하다”는 말을 듣고 내 조국이 갈길을 잃었구나, 희망이 없어 보인다.
무식하면 가만히나 있지… ‘호수에 떠 있는 달 그림자’는 달은 그냥 홀로 떠있는 것이 아니다. 호수 깊숙이 바닥 끝까지 달 그림자를 밝게 비추어 준다.
달이 볼 수 있는 심안으로 그 깊고도 오묘한 심안 ‘진공 묘안’을 더러운 사람 눈으로 볼 수도 없다.
조국의 거리를 뒤덮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리의 데모대들, 우린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을 그대로 보고 살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고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하는가… 모두 깊이 생각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