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갓 핀 청 매
성근 가지
일렁이는
향기에도
자칫 혈압이
오른다.
어디서
찾아 든
볼이 하이얀
멧새
그 목청
진정
서럽도록
고아라
봄 오자
산자락
흔들리는
아지랑이
아지랭이 속에
청매에
멧새 오가듯
살고 싶어라. ( 청매 , 시인 신석정 )
메마른 가지에 눈꽃이 피고 어떻게 살아 남았는가…
내 마당에 핀 매화가 영혼을 흔든다.
유난히도 추운 이 겨울 마음 둘곳이 없더니 눈보라 속에서도 맑은 영혼으로 피워낸 매화야!
내 어머니 정을 지닌 변치 않는 그 맑은 영혼으로 피워낸 그 투명한 꽃향기에 이 봄 내 마음 적신다.
세상이 뒤집힐 가슴시린 내 조국의 아픔으로 맑은 혼으로 살아 남기는 힘들고도 서러웠다 .
꽃 한 송이도 인고의 겨울을 딛고 맑은 영혼으로 봄을 기다리는 데 왜 사람만은 맑은 혼을 잃고 길을 잃었는가…
고전에도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죽이지 않으면 죽을 수 없다’고한다.
스스로 덕을 닦으면 그 덕이 자신을 구한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죄가 먼저 소리친다.
한 나라를 지키려면 덕, 지혜, 용기를 지닌 자 만이 국민을 사랑하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지혜와 용기, 덕을 지켜야 나라가 산다.
나를 망하게 하는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사람이 스스로 망하지 않는 다면 누가 감히 나를 망하게 하겠는가…
국민의 마음이 이렇게 아픈데…
어진 나라의 왕이라면 삼베 옷을 입고 머리를 깎고 국민앞에 무릎 꿇고 자신을 뉘우쳐야 참된 왕이 아니겠는가…
나 하나 살아남는 길은 없나 … 찾아 헤매는 모습이 얼마나 처참한지… 모른다.
‘하늘 무서운 줄 알라’는 말은 온 우주가 가르친 우주의 질서이다.
‘폴 엘뤼아르’ 학자는 ‘새벽이 오면 전라의 가슴 열고 준비하라, 그때 하늘이 열리고 빛은 가슴을 두드려 오고 온 우주가 홀연히 솟아오르는 감격을 맛본다. 우린 그렇게 삶을 불태워 간 사람이다.’
이봄 ‘청매’의 맑은 향기가 나의 뜰에 가득하다.
그 아픔의 겨울 뜨락에서 어떻게 그 맑은 영혼의 꽃을 피웠는가 ?
작은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흙 속에 마음을 묻고 아프게 봄을 키워왔는데…
사람인 우린 내가 살아남기 위해 국민의 가슴에 총을 겨누어야 하는가…
‘청매’ 가지에 이름 모를 철새가 오가고 봄은 사람의 가슴보다 먼저 와 있는데…
지구 별엔 인간만이 맑은 혼을 잃고 길없는 길을 헤맨다.
사람아…
사람아…
하늘이 부르신 소리
우주가 열리는
맑은 영혼의 소리를 듣는가
갓핀
청매 가지
어디서 찾아 왔나
진정 서럽도록
철새 한 마리 울다 간다.
아픈 겨울 맑은 영혼을 키우며
이봄 나의 영혼에 맑은 혼을 키운
매화야…
흔들리는 봄 아지랑이 속에
'청매'에 멧새 오가듯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