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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수필] 하늘 아래 사람임이 부끄러운 시대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1-06 09:52:24

시와 수필,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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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서시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까만 밤  밝은 새해 같지가  않아 칠흑같은 밤 솔들 사이 바위돌들을 매만지며 솔 사이 거닐었습니다.

솔잎 사이로 별들을 바라보며 솔을 껴안 보고 거칠은 몸통 사이에 흐르는 그 맑은 영혼의 모음을 들어 보았습니다. 가슴 뜨거운 솔의 숨결을 들으며 하늘을  봅니다.

‘하늘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이 살기를’ … 내 조국의 아픔을 보면서 저 일들이 과연 내 조국의 일일까… 요즘 사람들이 사람일까 … 가슴이 아프고 저며와 밤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산골 오두막에 원주민이 버린 집에서 사람냄새 나지 않은 곳에  머문 법정스님 ‘버리고 떠나기’ 를 잠들기 전에 머리맡에 두고  읽고 또 읽다 잠이 들곤 합니다 .

시대를 잘못 만난 탓일까요… 가슴이 저며 와 멍우리가  지고  하늘 아래 지구별 한국인 님이 가슴 저밉니다. 저 혼자 만의 마음은 아니리라… 지구별에 공산 치하에 두동강이가 난 그 작은 땅 왜 우린 이 가슴앓이를 해야하나… 정치도 없고, 종교도 없는  지구별  이름도 없는 어느 사막에 가난해도 못 배워도  마음씨 좋은 청결한 사람들이 사는 그곳이 내 조국이었으면  얼마나 좋을 까…

어쩌다  손바닥만한 땅에  허리가 잘린  내 조국, 이 아픔을 견디며 살아야하나… 아무리 눈도, 감고, 귀도 막고, 잊고 살려해도 왜 나는 내사랑 조국의 그 아픔을 견지 못하는가… 반세기 조국 떠나 잊혀진 긴 세월 속에도 내사랑, 내 조국은 피는 물보다 진해  바람처럼, 구름 처럼 흘러 보내려해도 나는 아직 온 몸을 휩쓰는 내 조국의 아픔을 견디지 못합니다.

이 세대를 보고 자란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부끄러운 그 정치 지도자들을 보고 자란 우리 아이들 그 가슴에 아픔을 왜 어른들은 보지 못하는가… 아… 숨막히는 내 조국의 아픈 이 세대여… 어른들의 이 나라 꼴을 보는 자녀가 아이를 낳고 싶겠는가…

테러가 끊이지 않는 지구별에  이젠 사람이 설 곳은 없습니다. 사람으로 사는 마지막 세대를 우린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 가슴에 한마디 글을 쓸 용기가 없을 때 뒷뜰을 서성이며 백년솔  ‘천인 무성’그 우뢰같은 그 침묵 하늘 서성이고… 옛 선비의 새해 축복의 침묵의 언어를 듣고 싶어서  홀로 서성여봅니다.

하늘 우러러 사람으로 살아가는 길,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일은 사람에게 이미 잊혀진 일입니다.

차라리  들녘에 핀 잡초로 태어났으면… 그냥 아픔없이 피었다 지는 사람의 눈을 피해 어느 산골에 하늘의 섭리대로 자연을 벗삼아 피었다 지는 들꽃들이  부러운 이 인간 부재의 시대여…

하나님은 과연 살아 계시는지요. 사람은 하늘 찌르는 바벨탑을  짓고 그 속에 자신의 성전을 짓고 피투성이 전쟁을 일삼고 인간의 온갖 꾀를 부리며 명예, 재물을 더 갖는 자가 지상에 하나님이라 자청합니다…

저는 요즘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아졌습니다. 지구별, 총소리를 떠나 멀리 철새등에 엎혀서 내 청춘 시절 살았던 남태평양 이름 없는 섬 나라를 찾아갑니다. 전쟁의 화염 총소리도  들리지 않는 태고의 바람 소리 , 푸른 대양위에 걸린 사마귀 만한  섬나라 원주민마을을 찾아 길 떠납니다 . 코코넛 잎새로  엮은 원주민 페리에 나를 불러다오 나 이름 없는 섬 원주민으로 살고 싶다. 파도에 실려 억겁의 세월을 바람되어 달려 갑니다. 세월을 달려온 푸른 파도 위에 작은 한 모금 바람되어 사마귀 만한  작은 섬 마을에  물새처럼 거기 살다가  잠들고 싶다. 꿈이 아닌  내 생시의 소원입니다. 지구별에 문명의 손이 할퀴지 않는  천혜의 항구 그곳 섬마을에 전쟁의  총소리도 없는  지구별 낙원으로  꿈길 떠납니다.

 

새해 아침 정월에  

우리 서로 복된 한해 인사도 없이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오늘 처럼 

부끄러운 이런 시대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하늘 아래 

그윽한  뜻앞에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부끄러운 시대여 ,

 

겨울을 이기고 매화 한송이가 나의 뜰에 피었다.

맑고 향기로운  매화꽃 송이를 보면서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왜 이리 부끄럼일까

 

아  -이그윽한 매화 향기 

모진 겨울을 몸에 안고

사람의 뜰에 찾아 온  

내 마음에 핀 적요의 불꽃 

 매화야 -- 

난 오늘 사람임이 

부끄러운  고독한  날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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