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경동나비

[삶과 생각] 여장(旅裝)을 위하여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10-30 17:41:45

삶과 생각,신석환,수필가,여장을 위하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유명한 법칙 하나가 있다. “모든 것의 90%는 쓰레기다.” 너무 극단적인 진단으로 보이지만 움직일 수 없는 진리다. 지금 당장은 고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라는 세월 속에서 어느 날 넝마가 될 운명은 확실하다.

조금 오래된 이야기지만 한국 신세계백화점에서 자선 경매가 있었다. 당시 잘 나가는 스타들, 말하자면 유명 배우, 탤런트, 가수들이 쓰던 옷가지들을 받아서 바자회처럼 내놓았다.

그때 불티나게 팔려나간 인기 품목이 그들이 입고 사용했던 잠옷, 수건, 속옷, 양말 같은 것들이었다는 후일담이다. 그 옷들의 운명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아니 아무리 인기인이지만 그들이 입던 것을 사서 자기가 다시 입었을 것인가. 아니면 보석함에 보관했을까.

아마 모르면 몰라도 며칠 있다가 걸레가 되어 방구석을 돌아다니다가 벌써 쓰레기더미와 함께 묻혀 사라졌을 것이다. 그렇다. 시간차로 모든 것은 쓰레기가 된다. 우리 인생도 이 생에 여행을 온 셈인데 그렇다면 너 나 할 것 없이 집으로 돌아갈 운명이다. 그러함에도 여기서 영원히 살 것처럼 온갖 잡동사니를 껴안고 살아가니 딱한 일이다.

한비야라는 여행가가 말한 여행의 원칙이 있다. “즐거운 여행을 가려면 첫째도 둘째도, 짐을 줄여라. 줄이고 줄인 후 여행을 떠나기 직전 다시 그 가방을 열고 덜 중요하다고 생각 되는 것을 또 꺼내라. 그대의 짐이 가벼울수록 행복한 여행이 될 것이다.” 

우리 인생을 뭐라고 하는가.

순간처럼 짧게 관광을 왔다가 다시 어딘가로 가는 과객(過客)이라 말하지 않는가. 그런 여행객이 짐을 바리바리 싣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방랑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분명히 돌아갈 텐데 자기는 안 돌아갈 사람인 것처럼. 가을이 되니 겨울을 생각하며 옷 정리도 하고 차제에 책 정리도 하게 된다. 몇 년 전 은퇴를 하며 일차로 총 정리를 했는데도 아직 버려야할 것들이 나왔다. 그 까닭은 미련(未練)이다. 끊고 버리고 정리를 한다하면서도 한 줌의 미련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돌아갈 곳으로 가는 순간 다 쓸데없는 것들이다. 몸 하나 정갈하게 간수하다가 여행을 끝내면 될 터인데 90%의 쓰레기에 연연하고 있는 자아가 처연하다.

인생이라는 여행 중에 과다히 의지하는 존재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은 명예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고 자식일 수도 있다. 다 믿을 것이 못되는 대상이다. 다른 조건들은 모두 여기서 파생하는 부연(敷衍)이다.

살다보면 인생과 삶의 관록이 축적 되면서 쌓아둔 불필요한 옷들을 버리지 못한다. 읽지도 않는 두꺼운 책, 장식용으로 전락한 원서, 색이 바랜 상장 졸업장, 의지했던 닳아빠진 지팡이. 그리고 이것저것 집어넣었던 명예와 자랑의 주머니들. 여행의 종착역이 불시에 닥칠 때 방해가 될 것들을 지금 버리자. 홀가분한 차림으로 귀가(歸家)하기 위해.

<신석환 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벌레박사 칼럼] 엄청 큰 주머니 쥐(possum)가 나타났어요

벌레박사 썬박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변에 가끔씩 보이는 동물들이 있다. 미국에서는 파섬이라고 불리는 큰 주머니 쥐 종류의 동물이다. 파섬은 일반적으로 덩치도 크고, 공격적인 성향이

[법률칼럼] 추방재판후 입국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법 INA §212(a)(6)(B)에 따르면, 추방재판 출두 통보서를 받은 외국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민법정에 출두하지 않고 출국했을 경우, 해당 외

[행복한 아침] 송구영신 길목에서

김정자(시인·수필가)          송구영신 길목이다. 한 해를 바르게 살아왔는지 가슴에 손을 대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답변이나 해명을 제시해야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어디에도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만파식적] 아베 아키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접촉점을 찾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그가 일본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오늘과 내일] 스트레스를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

정신과의사 엘리자벳 퀴블러-로스 박사의 책 <인생수업>에는 열여덟 살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매일 저녁 집에 돌아오면 아들이 여자 친구에게서 받은 보

[뉴스칼럼] 연말의 숙제, 선물 샤핑

연중 최대 샤핑시즌이다. 온라인 샤핑이 대세라고는 해도 이것저것 살피고 만져보고 비교해보며 샤핑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은 실물 샤핑 센터. 샤핑몰 주차장마다 밀려드는 차들

[뉴스칼럼] 계엄… 알고리즘과 닭 싸움

유튜브가 영 재미없다는 사람이 있다. 유튜브를 켜면 농기구만 뜬다고 한다. 그는 농사와 정원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유튜브에서 농기구를 검색하곤 했다. 영특한 유 선생이 이걸

탄핵 정국 속 전세계가 주목한 ‘K-민주주의’
탄핵 정국 속 전세계가 주목한 ‘K-민주주의’

대한민국은 비서방 국가로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이룬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정국, 한국전쟁, 독재 정권을 거치는 동안 좀처럼 경제적 빈곤과 정치적

[삶과 생각]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길을 잘못 든 모양이다. 불빛이 보이지 않아 사방이 어둡다. 산길을 벗어나 옥수수밭 사이로 난 길을 30여 분 달렸다. 도무지 우리가 예약한 호텔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들판이 이어

[신앙칼럼] 출입문의 모략(Conspiracy Of Entrance, 신명기Deuteronomy 18:15)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 가운데 네 형제 중에서 너를 위하여 나와 같은 선지자 하나를 일으키시리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을지니라.” 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