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시리즈 (하)
기독교 비영리재단인 ‘재미한인기독교선교재단’(KCMUSA)이 집계한 미국 내 한인교회 수는 2021년 말 현재 2,798곳에 이른다. 지난 2019년의 3,456곳과 비교하면 19.3%가 감소한 수치다.
이는 남침례회(SBC)를 비롯해 미국장로교(PCUSA),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 미연합감리회(UMC), 해외한인장로회(KPCA) 등 미국과 한국 교단에 소속된 모든 한인교회를 합한 숫자다.
재단 이사장인 박희민 목사는 교회주소록 발간사에서 “지난 2020~2021년 코비드19 팬데믹으로 비즈니스, 학교, 영화관, 체육관 등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에는 폐쇄 명령이 내려졌다. 교회들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문닫는 교회가 늘어난다는 것은 한인 목회자나 목회 지망자들의 설 자리가 그 만큼 좁아진다는 현실을 의미한다. 폴 성 목사는 “같은 목회자로서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PCUSA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던 20여년 전만 해도 미국 교단과 한국 교단을 막론하고 풀타임 사역자 자리는 넘쳐 났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인 목회자 숫자가 풀타임 교역자 자리보다 훨씬 많아졌다.
미국 교단의 경우 목사고시와 인터뷰 등을 통과해 정식으로 목사 안수를 받은 목회자들은 교단 소속 교회의 담임 목사로 발령 받는다. 반면 한국 교단 소속 교회에서 교역자로 일하기 위해선 부목사부터 시작하게 된다.
미국 교단 소속 목회자들은 평균 5만 달러 정도의 사례비에 연금, 가족 건강보험료 등을 합쳐 10만 달러 정도의 베네핏을 지급받는다. 이에 비해 한국 교단에선 연금이나 건강보험료 같은 혜택이 거의 없고, 목사의 급여도 일부 대형 교회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열악한 게 현실이다.
지난 2016년 자신이 개척한 AMC 온누리교회를 떠나 부산의 호산나교회로 옮긴 유진소 목사는 부목사를 포함한 교역자들이 교회에서 가져가는 월급은 사례비 2,300달러와 주택보조비 1,400달러라고 밝혔다. 자신은 담임목사라 활동비 1,000달러가 추가돼 월 4,700달러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대형 한인교회에서 사역하는 부목사들의 보수를 추산하면 월 3,000~4,000달러 선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생활을 꾸려나가기엔 터무니 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LA 한 대형 한인교회에서 사역하는 A 부목사는 “적은 사례비를 감수하는 우리들은 기획행정부터 교구목양, 교육, 예배찬양 등 1인 다역을 감수해야 한다. 빡빡한 목회 일정을 비롯해 처리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매우 피곤하다”고 전했다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워 교회와 담임목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불안한 현실, 더욱이 한국에서 온 목회자들의 경우 영주권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불안정한 체류 신분 등 감내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이민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은 자존심은 강하고, 자존감은 낮은 편이라 담임 목사를 대신해 교인들을 다독거려야 하는 것도 부목사들의 몫이다.
오렌지카운티 지역 중형 교회의 B 부목사는 “나이가 50세를 넘으면 ‘원로 부목사’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이 붙어 한참 나이 차가 나는 동료 교역자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스트레스”라고 하소연했다.
또 미국 종교기관에는 ‘사역적 예외’(Ministerial Exception) 규정이 적용돼 교단 혹은 교회에서 일하는 한인 목회자들은 상당 부분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해원 변호사는 “일부 한인 교회에서 이를 악용한 노동법 위반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면서 “아무리 교회 일을 한다고 해도 교역자들이 처한 열악한 근무현실을 외면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명의 전화 박다윗 목사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교역자들의 고민에 대한 교단과 교인들의 아낌없는 응원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이처럼 목회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함께 한인 교회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영성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교회 본연의 역할을 되찾고 다시 교인들을 교회로 되돌아오게 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