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가 상품·서비스 불만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 품질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만의 강도가 커지자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기업에 대한 불만 표출 방식도 공격적인 보복성 불만 제기로 이어지면서 불만과 보복이라는 악순환이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계속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릿저널(WSJ)은 미국 소비자들의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족이 극에 달하자 보복성 불만 표출로 이어지는 사례들도 정비례하면서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WP 케어리 경영대학원이 발표한 지난해 ‘전국 소비자 분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1,000명 중 74%의 소비자들은 구입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74%의 불만율은 1976년부터 조사 실시해 온 이래 최고치에 해당된다. 미국 소비자들의 불만율은 매년 상승해 1976년 32%를 시작으로 2017년에는 56%, 지난해엔 66%를 기록했다. 1970년대와 비교해 미국 소비자들의 불만은 2배나 급증한 상태다.
미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곳곳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포레스터가 221개 정부 기관을 대상으로 9만6,211명의 이용자의 지난해 만족도는 71.3으로 2021년 72.0에서 하락했다. 미국 소비자만족지수협회(ACSI)의 만족도 지수 역시 지난해 73.1로 2018년 77에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28년 조사 기간 중 가장 큰 하락폭이다. ACSI는 매년 미국 시장에서 활약하는 47개 산업 분야의 400여개 업체들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 품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측정해 오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불만족 강도가 점차 커지자 불만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태도가 공격성을 띠면서 보복성 강도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전국 소비자 분노 조사에 따르면 불만을 가진 소비자 중 79%가 상품이나 서비스에 가장 심각한 하자가 있다고 엄중하게 항의에 나섰다. 이는 2020년 72%에 비해 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불만을 항의하는 과정에서 공격적 불만 표출도 늘어 43%의 소비자들은 콜센터 직원에게 언성을 높인 적이 있다고 답했다. 2017년 35%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고조되고 있는 소비자 불만을 더욱 공격적으로 만들고 있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 소위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소비자 불만 처리 시스템이다. 콜센터 직원 연결 전에 온라인 웹챗(web chat)이나 자동 응답 전화로 소비자의 기본적인 불만 사항을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긴 자동 응답 메시지와 기계적인 답변에 불만 해소는 커녕 오히려 화를 돋우는 역효과를 낳고 있는 게 현실이다.
소비자 불만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이 미흡한 것도 소비자 불만을 키우는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