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때문에 워싱턴 DC에 살던 젊은 회사원 르콩트 리는 최근 오클라호마주 북동부 도시 털사의 이주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통해 1만 달러를 지원받고 털사로 집을 옮겼다. 흙먼지 날리는 허허벌판인 줄 알았던 털사는 공원과 녹지가 풍부하고 소도시만의 공동체 의식이 살아 있는 곳이었고, 워싱턴의 3분의 1인 20만 달러만 주면 집을 살 수 있었다. 리는 BBC방송에 “집이 가격은 훨씬 싼데 정원과 손님용 공간 같은 생활 편의 공간이 더 넓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과 2000년대 초반 사이에 태어난 미국의 Z세대들 사이에서 ‘줌타운’이 각광을 받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재택근무에 필요한 화상 대화 소프트웨어 ‘줌(Zoom)’과 ‘타운(town)’을 합친 말인 줌타운은 재택근무자의 거주지를 뜻하는 신조어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의 조사 결과를 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18~29세 청년의 약 11%가 이주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 평균 이주율(약 5%)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이들이 등진 곳은 주로 LA나 뉴욕 같은 대도시였고 콜로라도주 덴버, 워싱턴주 시애틀, 애리조나주 피닉스 등 상대적으로 작은 도시가 이들이 새 거처로 선호한 곳이었다.
배경은 코로나19가 불러온 재택근무 확대다. 집에서 일하는 경우가 늘다 보니 넓고 쾌적한 생활 공간 수요가 커졌는데, 아무래도 주택 가격이 비싼 대도시는 이를 충족하기가 어렵다. 이런 변화가 청년들로 하여금 거주비 부담이 덜하고 생활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진 지방 소도시들로 눈을 돌리게 한 것이다.
지방 도시에는 기회다. 기다릴 수만은 없다. 향후 몇 년 이내에 미국인의 4분의 1 정도가 완전한 재택근무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청년 주민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는 도시들도 등장하는 건 자연스럽다.
현재 미국에서는 약 40곳의 지방 도시가 이주 지원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데, 일부 도시의 경우 최대 1만5,000달러를 이주 독려금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이주 인센티브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캔자스주 주도 토피카의 행정 담당자는 BBC에 “더 많은 청년의 이주를 유치 하기 위해 양질의 삶 보장과 생활 인프라 개선 등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