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사립 노스웨스턴대 치어리더, "학교가 묵인했다" 소송
"기부자 비위 맞추도록 요구받아…매춘부처럼 행동해야 했다"
시카고 인근에 소재한 명문 사립 노스웨스턴대학의 치어리더가 대학가에 자리 잡고 있는 구조적인 성차별·성폭력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나섰다.
9일 시카고 언론과 여성잡지 엘르 등에 따르면 노스웨스턴대학 4학년생 헤이든 리처드슨(22)은 "대학이 돈 많은 졸업생들로부터 더 많은 기부금을 끌어내기 위해 치어리더들을 이용했다"며 최근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시카고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치어리더로 활동하는 동안 '성적 대상물' 취급을 감수해야 했고, 부유층 기부자들을 유혹하는 매춘부처럼 행동해야 했다. 나뿐만 아니라 동료 치어리더 모두가 겪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2018년과 2019년 치어리더팀에 있었던 리처드슨은 당시 코치 팸 보네비어가 스포츠 경기 전 교내 주차장에서 열리는 테일게이팅(Tailgating) 파티와 학교 기금모금 행사 등에 나가 주요 기부자 또는 잠재적 고액 기부자들인 졸업생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비위를 맞추도록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억지로 웃으며 함께 사진을 찍고 잡담을 나눠야 했다. 그들은 술에 취해 내 가슴과 엉덩이를 만졌고, 성적인 발언을 건네기도 했다"며 "때로는 미성년자인 내게 술 마실 것을 권하고, 경기가 끝난 후 만나자는 제안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치어리더가 된 걸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치어리딩 활동을 무척 좋아했지만, 나와 동료가 성인 남성들의 성희롱·성추행 대상이 되는 것을 학교가 묵인한 순간, 내 자존감은 땅에 떨어졌다"면서 "코치와 학교 당국에 불만을 제기했으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리처드슨은 "대학가에 성폭력 문제가 만연해 있다. 특히 치어리더들을 대상으로 빈발한다"며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보는 대학 당국이 아무런 보호 조처도 취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잠재적인 피해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리처드슨은 "대학 또는 특정인을 비난하지는 않는다"면서 "구조적인 문제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정치학과 법률연구를 복수 전공하며, 법학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스웨스턴대학 측은 "소송 문건을 검토 중이다. 대학이 관련 법(연방 교육법 제9조·1972)을 위반한 정황은 없다"고 항변했다.
또 "전·현직 치어리더들에게 지원 시스템을 제공하겠다"며 "학내에서 그 어떤 차별이나 괴롭힘·추행도 용납되지 않는다. 모든 문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리처드슨은 소장에 노스웨스턴대학 외에도 보네비어 전 코치와 대학 당국자 3명 등을 피고로 명시했다. 보네비어 전 코치는 작년 10월 이후 노스웨스턴대학에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