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 1년 가까이 감염병 공포에 떨면서 범죄 양상도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강력한 봉쇄 조치 덕에 절도, 마약 등 강력 사건은 줄어든 반면, 가정폭력과 사이버범죄는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최대 발병국 미국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수사 인력 부족이 맞물리면서 이례적으로 대도시 살인 사건이 폭증하기도 했다.
미국 대도시들에서는 올해 살인 사건이 깜짝 증가했다.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4일까지 LA, 뉴욕, 필라델피아 등 전국에서 가장 큰 10개 경찰국 관할 도시의 살인사건(3,067건)이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 시카고의 경우 지난해보다 무려 55%나 살인 사건이 급증했다.
이유는 다양하다.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커진 시민들의 경제ㆍ심리적 어려움이 강력 범죄를 자극했다고 본다. 일부 도시들이 교도소 내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해 재소자를 조기 석방한 점도 살인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덩달아 범인 검거율은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범죄 해결 비율은 지난해 66%에서 올해 59%로 7%포인트 낮아졌다. 코로나19 방역 강화가 큰 원인이다. 필라델피아 경찰 관계자는 “의심을 사지 않고 마스크를 쓰게 되자 일부 범죄자들이 더 대담해졌다”면서 “마스크에 후드 모자까지 쓰면 범인을 식별하기가 훨씬 어렵다”고 토로했다. WSJ는 “많은 수사관들이 코로나19로 철수한 것도 혼란을 부채질했다”고 전했다.
반대로 나라 전역을 틀어막는 초강력 봉쇄가 지속되면서 마약 산업은 전례 없는 ‘불황‘을 맞았다. 국가간 이동 제한으로 마약 원재료 공급망이 끊긴데다, 밀매업자들도 완제품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 탓이다. 가디언은 “마약시장이 붕괴되면서 관련 범죄 단체들이 개인보호장비(PPE)나 의약품, 가짜 백신 거래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