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후 한달여만 공개 지원유세…1시간40분 내내 후보지원보다 '셀프홍보'
대선조작 주장하면서 투표독려 '이율배반'…"오히려 공화 투표율 떨어뜨릴수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현장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3일 대선 이후 한달여 만이다.
그동안 주말에 골프장을 찾는 것 외에는 백악관에서 거의 두문불출하며 트위터로 '선거 조작' 주장만 중계방송하다시피 해왔던 그였다.
그런 그가 부인 멜라니아까지 대동한 채 내려간 곳은 내년 1월5일 상원선거 결선을 앞둔 조지아주 유세 현장이었다.
지난 대선과 함께 치러진 미 상원선거에서 현재까지 공화당이 50석, 민주당이 48석을 확보하면서 조지아주가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될지를 좌우할 최종 승부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만약 조지아에서 공화당 후보가 이긴다면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게 되지만 민주당이 이기면 공화 50석, 민주 50석으로 동률이 된다. 이 경우 상원의장인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된다.
조지아주 발도스타 공항에서 열린 이날 유세 현장 분위기는 대선 전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빽빽하게 모인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사랑해요", "4년 더"를 외치며 열렬히 환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빨간색 넥타이를 하고 연단에 올라 '선거 사기' 주장을 이어갔다.
특히 이날 유세는 상원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두 후보, 데이비드 퍼듀와 켈리 뢰플러 의원을 지원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 40분 연설 내내 자신에게만 초점을 맞췄다고 언론은 지적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운 역할, 즉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선거 캠페인을 하는 '최고 선거 캠페인 사령관'으로서의 역할을 시도했지만 다른 게 하나도 없어 보였다"고 꼬집었다.
폴리티코는 이날 유세가 애초 두 상원의원을 지원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점을 들어 "그 자신에게 포커스가 맞춰지지 않은 트럼프의 첫 정치행사였고, 실제 투표를 촉구하는 데 놀랍도록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결국에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거의 대부분 그 자신을 홍보했다"고 보도했다.
지지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퍼듀와 뢰플러 두 의원을 연단에 소개하는 순간 지지자들은 "도둑질을 멈춰라", "트럼프를 위해 투쟁"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트럼프 대통령은 환호하는 청중에게, 상원의원들을 위해 조지아에 왔다는 점을 상기시키고는 이내 증거도 없이 대선 사기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유세 분위기는 열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지원 유세가 실제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결과로 나타날지 미지수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선거 승리를 위해 투표를 독려하면서도 조지아주의 선거 시스템이 '사기'라는 주장을 거듭하는 등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화당의 전통적인 텃밭이었던 조지아주는 이번 대선에서 수작업 재검표까지 거친 끝에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최종 인증해 주목받았던 곳이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주 상원선거 투표를 독려하고 있지만, 선거조작 주장이 오히려 공화당의 투표율을 떨어뜨려 민주당 후보들에게 득이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주 선거 시스템을 비난하면서 동시에 지지자들에게 투표를 호소하고, 우편투표를 '사기', '가짜'라고 비난하면서 동시에 부재자 투표를 신청하라고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선거 조작'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끈질긴 불평은 공화당원들을 진퇴양난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조지아주 공화당의 내부 갈등이 공개 표출된 상황 등도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세 직전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 결과를 뒤집어달라고 요청했지만 켐프 주지사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켐프 주지사 측을 비난하는 트윗을 연이어 올리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