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선에서도 공화ㆍ민주 양당 후보는 전통적인 ‘텃밭’에서 거의 예외 없이 승리를 거뒀다. 올해는 특히 도시와 농촌의 후보별 지지율 차이가 4년 전보다 더 벌어지며 지역 특성이 도드라졌다. ‘공화=농촌, 민주=대도시’란 이분법 공식이 굳어지면서 사회통합은 더 요원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일 선거일이 지난 다음날 예상과 다른 선거 결과에 충격을 받은 노스캐롤라이나와 미시간주 주민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신문은 “막판까지 이어진 치열한 표 대결은 주민들을 불안하게 했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올해 대선은 진보성향 도시와 보수 농촌 사이의 뿌리 깊은 격차를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과거처럼 특정 후보가 도시ㆍ농촌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기 어려워진 현실 자체가 두 지역의 화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짐 도일 전 위스콘신 주지사는 “도시ㆍ농촌 유권자들은 상대를 인종차별주의자 혹은 비열한 이들로 여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올해 대선에서 여론조사 예측과 같은 ‘뒤집기’는 없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뽑은 지역들의 표심을 얻기보다는 대도시 승률을 강화하는 패턴을 반복했다”고 풀이했다.
막판까지 경합주로 분류되다 지난 대선 격차(9%포인트)와 비등한 8.2%포인트 차이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를 가져다 준 아이오와가 대표적이다. 겉으론 ‘붉은 물결’ 일색인 듯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도시와 농촌이 각각 민주, 공화당에 한층 확연한 쏠림세를 보였다.
가령 트럼프 대통령은 농촌지역인 델라웨어 카운티와 뷰캐넌 카운티에서 2016년 대선 때보다 62→67%, 54→59%로 지지율이 더 높아졌다. 바이든 후보 역시 아이오와 도심지역인 린 카운티와 존슨 카운티에서만큼은 5%포인트 이상 지지를 더 얻어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비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농촌전문 매체 데일리 욘더는 “2016년 대선 대비 바이든 후보가 대도시 교통요충지에서 5만2,000만표를 추가로 획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농촌에서 5만3,000만표를 얻어 불리함을 상쇄시켰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런 도농간 정치성향 차이가 생활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치권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물에 가깝다는 점이다. ABC방송은 “후보가 농촌 유권자와 도시 유권자가 다르다고 말하면 유권자도 정치견해와 거주 지역을 연관짓게 된다”고 해석했다.
NYT 역시 “지역 균열의 폭은 융통성 없는 양당 체제와 결합해 더욱 깊어진다”며 “극단적으로 이분화한 지역 표심 탓에 도시 정당은 동성결혼과 총기 규제를 무조건 옹호하고, 농촌 정당은 이민ㆍ낙태 제한을 주장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