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하 70%가 진단됐지만
앉으면 아치 생기는 ‘유연성 평발’
대부분이 교정치료 필요 없어
장시간 운동땐 특수깔창으로 조절
앉아도 아치 없는 ‘강직성 평발’은
저절로 좋아지기 않아 피로감·통증
심하면 수술로 치료해야 할 수도
지난해 약 2만7,000명이 후천성·선천성 평발(편평족)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았다. 지난 2014년보다 60% 이상 증가했고 10명 중 7명 이상이 19세 이하 아동·청소년이다.
평발은 발의 유연성·균형감을 높이고 발이 받는 하중과 지면 충격을 분산·흡수하는 발바닥 안쪽의 아치가 낮아지거나 사라진 상태. 족부 전문의인 이호진 연세건우병원 원장은 “평발의 정도가 심할수록 발목이 안쪽으로 젖혀지고(X자형 발목) 발의 앞부분이 바깥쪽으로 벌어져 팔자걸음을 걷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체중을 견디는 능력이 떨어져 오래 서 있거나 걷거나 뛸 때 피로감, 발바닥·발목·종아리에 모호하고 둔한 통증·불편감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통증 때문에 병원에 갈 정도면 족저근막염·지간신경종·무지외반증 등을 동반한 경우가 많다.
발바닥의 아치는 만 5~6세에 나타나기 시작해 초등학교 3~5학년 무렵 완성되므로 유년기까지는 평발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성장기 아이들의 평발은 대부분 정상범위에 속하는데다 관절·인대가 유연한 시기여서 증상이 있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대부분 성장하면서 아치가 생기고 평발이라도 100명 중 95명가량은 군 생활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
◇평발 진료인원 지난해 27만명…4년 전보다 52% 증가=유소년기 이후의 평발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은 엄지발가락을 위로 들어 올리거나 앉아 있을 때는 발바닥에 아치가 생기고 발에 체중이 실리면 발바닥이 편평해지는 ‘유연성 평발’. 증상이 없는 유연성 평발은 정상 발의 일종으로 보면 된다. 대부분의 유연성 평발은 치료할 필요가 없다.
다른 하나는 앉아 있거나 엄지발가락을 들어 올려도 발바닥에 아치가 생기지 않는 ‘강직성 평발’.
인대·근육·뼈 등에 이상이 있어 저절로 좋아지기 어렵고 체중 부하와 관계없이 편평함이 지속돼 피로감·통증이 동반된다. 발목이 안쪽으로 젖혀지고 발목 이하 뒤꿈치 부분이 바깥으로 휘어(외반변형) 걷는 모습이 비틀어질 수 있다. 신발 오래 신으면 발뒤꿈치 바깥쪽 부분이 먼저 닳는 게 정상인데 심한 평발은 발바닥 안쪽 아치가 무너져 체중이 다리 안쪽으로 실리기 때문에 신발의 뒤꿈치 안쪽이 먼저 닳는다.
이런 경우라면 늦기 전에 족부 전문의에게 진찰·진단을 받는 게 좋다. 강직성 평발을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발을 땅에 디딘 상태에서 발의 측면 및 전후면을 X선 촬영해 확인한다. 일부 평발은 잘못된 보행습관, 과체중·비만, 뇌성마비와 같은 신경근육성 질환, 외상 등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에서 평발이 아이들의 성장에 악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 근거가 없다. 유연성 평발은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덜하며 운동능력에 별문제가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출신 박지성 선수도 유연성 평발이었지만 ‘두 개의 심장’으로 불리며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했다.
◇통증 있으면 격한 운동·굽 높은 신발 피해야=안정태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키가 크거나 작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발바닥의 아치도 높거나 낮을 수 있고 부모의 발 모양이 유전될 수도 있다”며 “최근 평발로 진료를 받거나 보조기구를 쓰는 소아·청소년이 늘고 있는데 족부 전문의의 진단 없이 특수깔창 등 보조기구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환자와 가족에게 경제적·정신적 손해를 초래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연성 평발이라도 장시간 걷거나 운동할 때 통증을 느낀다면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고 축구·오래달리기 같은 격한 운동, 굽이 너무 높거나 낮은 신발은 피한다. 신발은 쿠션이 충분한 것을 신고 통증이 있으면 얼음이나 차가운 물·물수건으로 냉찜질을 하는 게 좋다.
정상범위에 속하는 유연성 평발도 체중이 늘어나면, 특히 비만이면 발이 지탱해야 할 무게가 커져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식이조절 등을 통해 체중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강직성 평발이나 자연교정되지 않은 유연성 평발은 증상을 조절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약물·물리치료와 보조기구 등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치료는 환자의 나이·증상에 따라 결정한다. 보조기구·특수신발·깔창 등은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교정을 유도하거나 성인이 됐을 때 문제 발생을 줄인다는 의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
발뒤꿈치 쪽이 바깥으로 휜 외반변형이 심하면 수술을 고려할 수도 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아킬레스건을 연장하거나 뼈 절골술 등을 진행할 수 있는데 아이의 경우 성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꼭 생각해야 한다.
박의현 연세건우병원장은 “강직성 평발의 경우 발 중간·뒤꿈치 부분(중족부·후족부)의 심한 외반변형과 발의 앞부분이 바깥쪽으로 벌어진 변형(전족부 외전)이 자주 동반되기 때문에 관절 고정술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며 “족관절의 만성적 외반부하로 인해 족관절염 소견을 보이는 경우 골관절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