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성모병원 연구팀
초기 알츠하이머환자
하루 30분 뇌신경 자극
인지·언어기능 향상
신경퇴행성 치료 새 장
이마 좌우의 패치형 전극을 통해 매일 30분씩 약한 전류를 흘려줘 뇌 신경을 자극하면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인지·언어기능을 개선하거나 유지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은 정용안(핵의학과)·송인욱(신경과) 교수팀이 2017년 7~9월 60~85세의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18명의 인지기능과 관련된 뇌 부위(배외측 전전두피질)를 6개월 동안 매일 30분간 자극한 군과 ‘가짜 자극군’으로 나눠 전후 인지기능을 평가하고 뇌 활성화 정도를 보여주는 포도당대사율을 비교분석한 결과다.
두 군은 국내 기업 Y브레인의 뇌 직류자극장치(YDS-301 N)를 매일 30분간 썼고 알츠하이머 치매 악화를 늦추는 약물(도네페질 하루 5㎎)을 복용하게 했다. 11명이 쓴 장치는 이마 좌우 전극을 통해 30초에 걸쳐 전류를 2mA(밀리암페아)로 끌어올려 29분간 유지한 뒤 30초에 걸쳐 0mA로 낮춰지도록, 가짜 자극군이 쓴 장치는 30초 동안 전류를 2mA로 올린 뒤 곧바로 30초에 걸쳐 0mA로 낮춰지도록 프로그래밍 됐다.
전반적 인지기능은 간이정신상태검사(MMSE)와 임상치매척도(CDR)를, 언어기능은 보스턴 이름대기 검사(BNT)를, 왼쪽 측두부 중간·아래쪽 부분의 포도당대사율은 양전자단층촬영(PET-CT) 검사 등을 통해 평가했다. 이 부위는 기억력 및 언어 결핍의 심각성과 관련이 있다.
직류자극군은 평균 MMSE 점수가 치료 전 20.1점에서 치료 후 21.2점으로, BNT는 28.3점에서 32.0점으로 개선됐다. 반면 가짜 자극군은 점수가 1.5점 낮아졌다. PET-CT 검사에서는 인지기능 및 기억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측두엽 부위의 포도당 대사가 활발해져 뇌 기능이 활발해졌음을 보여줬다.
정 교수(뇌과학중개연구소장)는 “경두개(經頭蓋) 직류자극 치료가 (효과가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단계에서 유용한 치료방법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 추가적인 다기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이번 연구가 치매는 물론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의 새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가 발간한 2018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는 75만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약 75%가 알츠하이머 치매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언어기능·판단력 등 여러 인지기능에 이상을 보이다가 결국 일상생활 기능을 잃는다.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는 두정엽·측두엽 포도당 대사가 줄고 이런 현상이 점차 뇌 전체로 확산된다. 에너지원인 포도당 대사가 줄어든다는 것은 해당 부위의 뇌 활동이 감소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브레인 스티뮬레이션(Brain Stimulation)’에 발표됐다.
<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