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하며 통증 약해져
관절염·허리디스크 오진 많아
10~40대 남성에 가장 많아
정확 진단에 평균 40개월 소요
바른 자세·규칙적 스트레칭을
발병 초기에 흔히 엉덩관절(고관절)염, 허리디스크나 자세불량으로 인한 허리통증, 만성 근육통 등으로 잘못 진단되는 질환이 있다. 건강보험 진료인원이 지난 2010년 3만1,800여명에서 지난해 약 4만3,700명으로 37% 증가한 강직척추염이다. 10~40대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지난해 이 연령대 진료인원이 전체의 63%(2만7,500명)를 차지했다. 전체 진료인원 중 남자가 72%로 여자의 2.6배였다.
강직척추염은 척추에만 문제가 생기는 질환은 아니다. 염증이 척추·관절 등을 침범해 관절염·관절통이 생기고 뻣뻣함을 느끼며 심해지면 척추의 여러 마디가 하나로 뭉쳐 굳어져(강직) 척추를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류머티즘 질환 중 하나로 척추 외에도 엉덩이·무릎·발목·손목·팔꿈치 같은 팔다리 관절에 관절염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진단·치료가 늦어질수록 척추가 굳어 움직이는 데 문제가 생기고 척추 외 다른 신체 부위까지 염증이 확산할 위험이 커진다.
◇지난해 4만3,700명 진료…남자가 72%= 대다수 환자는 엉치와 엉덩관절에 염증이 생기면서 병이 시작되며 주로 허리 아래 부분과 엉덩이 부위에 통증을 느낀다. 심하면 20~30대 젊은 나이에 엉덩관절염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기도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척추염 증상보다 팔다리 관절통이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소아 환자에서 흔한데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잘못 진단되기도 한다. 이명수 원광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대한류마티스학회 홍보이사)는 “강직척추염으로 인한 관절염은 주로 엉덩이·무릎·발목 등 큰 관절을 침범하고 좌우관절 중 한쪽에만 생기는 경우가 흔한 반면 류머티즘 관절염은 양쪽에 대칭적으로 나타나고 손가락 관절처럼 작은 관절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직척추염 초기에는 자고 일어난 뒤 허리가 뻣뻣한 양상의 통증이 발생한다. 견딜 만한 수준이어서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적잖은데 심해지면 잠을 자다 허리가 아파 깨게 된다. 하지만 류머티즘 관절염과 마찬가지로 일어나 활동을 하면 자기도 모르게 통증이 없어지거나 약해진다. 퇴행성관절염(골관절염)·허리디스크 등과 달리 휴식 후에도 목·허리 등 척추 부위의 통증이 사라지지 않거나 더 심해지는 것도 차별화된 특징이다.
척추 증상 없이 인대가 뼈에 붙는 부분인 골부착부에 먼저 염증(골부착부염)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발뒤꿈치와 발바닥 통증, 엉덩이 주위의 뼈 통증, 갈비뼈 연골 부위에 발생한 염증으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경우다.
이 같은 관절 증상 외에도 △눈이 충혈되고 통증이 있거나 눈물이 나며 물체가 2개로 보이는 포도막염 △혈뇨 △복통·설사와 소장·대장점막 염증 △갈비뼈의 강직으로 인한 호흡곤란·기침 △심장이상으로 인한 가슴통증·숨참 등 다양한 관절 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강직척추염은 증상이 매우 다양해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 실제로 대한류마티스학회가 전국 26개 대학병원에서 진료 중인 10~70대 강직척추염 환자 1,012명(남자 767명, 여자 235명, 무응답 10명)을 조사해보니 정확한 진단에 평균 39.8개월이 걸렸다. 4명 중 1명은 염증이 눈까지 침범한 포도막염이 동반돼 더 큰 혼선이 빚어져 진단에 평균 52.9개월이나 걸렸다. 그전까지 엉덩관절 등 관절염(15%), 허리디스크(15%), 만성 근육통(6.5%), 자세불량으로 인한 요통(6%), 통풍(0.9%), 족저근막염(0.8%) 등으로 진단돼 부적절하거나 불충분한 진료를 받았다.
◇한쪽 엉덩이·무릎·발목관절염 동반 흔해= 가장 통증을 느끼는 부위는 허리(34%), 엉덩이·꼬리뼈(29%), 목(23%) 순이었다. 남성과 40대 이상 연령층은 허리와 목, 여성과 40대 미만 연령층은 엉덩이·꼬리뼈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통증이나 뻣뻣한 증상의 1회 지속시간은 1시간 이상(30.6%)이 가장 많았다.
환자들은 척추의 통증 및 뻣뻣함 외에 전신피로(60%), 근육통(39%), 관절통(37%), 무력감·우울증(25%), 포도막염(25%) 등 다양한 증상을 느끼고 있었다. 김현숙 순천향대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전신피로·포도막염 등은 다른 근골격계 질환과 강직척추염을 구분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며 “조기 진단·치료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통증과 척추강직을 막으면 얼마든지 평범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치료는 소염진통제나 항류머티즘 약물로 치료해보고 효과가 없으면 염증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양괴사인자(TNF)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를 쓴다. 필요할 경우 척추·엉덩관절 등 수술을 한다. 박경수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세포들을 효과적으로 없애 척추 및 척추 외 증상에 좋은 효과를 보이지만 (염증세포가 외부 세균 등으로부터 우리 몸을 방어하는 역할도 하므로) 잠복결핵이 활성화되거나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환자의 동반 질환을 고려해 가장 안전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약제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직척추염의 진행을 늦추려면 자세를 바르게 하고 규칙적인 스트레칭과 운동·금연도 중요하다. 목·어깨·허리를 최대한 뒤로 젖히거나 몸통을 좌우로 번갈아 가며 돌리면서 관절을 원활하게 해주면 통증도 줄고 척추강직을 예방할 수 있다. 운동은 자전거 타기, 배드민턴·테니스 등을 하루 20~30분가량 꾸준히 하거나 주 4회 이상 40~50분가량씩 수영(자유형)을 하는 게 좋다. 신체접촉이나 척추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큰 유도·검도·조깅·축구·농구, 목·등을 구부려야 하는 볼링·골프·당구는 피하는 게 좋다.
<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