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을 푹 자면 정서가 안정되지만, 밤을 꼬박 새우면 다음 날 불안 수위가 최고 30%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면과 불안한 감정 사이의 과학적 인과관계가 확인된 건 처음이다.
UC 버클리 연구진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네이처 인간 행동’에 4일 발표했다.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걱정하는 뇌를 안정시키는 최적의 수면은, 깊은 잠이 드는 NREM(비급속안구운동) 서파 수면(slow-wave sleep)이라는 사실도 입증됐다. 뇌의 주파수가 떨어지는 서파 수면 단계에선 뇌 활동이 줄어들면서 심장 박동과 호흡수가 감소하고, 혈압·대사·근육 긴장도 저하된다.
논문의 수석 저자인 매튜 워커 신경학·심리학 교수는 “깊은 수면이 밤새 뇌의 신경 연결을 재조직해 불안을 완화한다는 걸 발견했다”라면서 “매일 밤의 깊은 잠은 천연의 불안 억제제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만 불안증 진단을 받은 성인이 약 4,000만 명에 달하고, 10대와 어린이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이번 연구 결과는, 약에 의존하지 않는 천연의 불안 장애 치료법으로 양질의 수면을 지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워커 교수는 “잠을 못 자면, 뇌가 잘 듣는 브레이크도 없이 감정의 가속 페달을 너무 강하게 밟는 것 같은 일이 벌어진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충분하지 못한 수면은 불안 수위를 급격히 올릴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이번 실험엔 젊은 성인 지원자 18명이 참여했다.
푹 자고 난 다음 날과 밤을 꼬박 새운 다음 날 각각, 감정의 격동을 유발하는 영상을 보게 한 뒤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법과 수면다원검사법으로 뇌파의 변화 등을 관찰했다.
전혀 잠을 못 잔 다음 날의 뇌 스캔 결과에서 내측 전전두피질이 비활성 상태인 게 관찰됐다. 이 부위는 뇌 심층부의 ‘감정 센터’가 과도히 흥분했을 때 불안한 감정의 억제를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숙면을 한 피험자의 뇌파를 보면, 불안 수위가 크게 떨어진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NREM 서파 수면을 많이 할수록 불안 억제 효과가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