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어느 날 정오 즈음이었다. 한 남자가 공원에서 슬금슬금 나오더니 목표물을 정조준했다. 목표물은 인근 교차로에 멈춰 서있던 자율주행 밴.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자율주행 부문인 웨이모의 자동차이다.
남자는 확인되지 않은 날카로운 물체를 움켜쥐고 공격에 나섰다. 자동차 타이어 한 개를 날쌔게 찢어버린 것이다. 20대 백인남성으로 확인된 용의자는 유유히 동네 길로 들어가 자취를 감췄다.
웨이모가 애리조나, 피닉스 인근의 챈들러에서 무인자동차를 시험운행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타이어 찢기 같은 공격 사건은 지난 2년 사이 20여 번 일어났다. 인공지능(AI) 부상에 대한 대중적 불안들이 크고 작은 형태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안전문제며 일자리 잠식 가능성 등 온갖 불만들을 시 당국에 쏟아내고 있다.
시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웨이모 밴에 돌들을 던진 사람들이 있는 가하면, 다른 사람들은 이들 차량을 길에서 몰아내기 위해 가능한 노력들을 계속했다. 한 여성은 교외지역인 그 동네에서 당장 나가라고 소리를 쳤고, 어느 남성은 자기 차를 웨이모 차량에 바짝 붙여 대고는 PVC 파이프로 차량 안에 타고 있던 웨이모 직원을 위협하기도 했다.
그보다 심한 사건들을 보면 한 남성은 웨이모 자동차와 운전석에 앉아있던 비상대기 운전자에게 22구경 연발권총을 휘둘렀다. 남성은 지난 3월 인근 지역인 템프에서 자율주행 우버 차량이 길 가던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을 거론하며 무인자동차를 “경멸한다”고 경찰에 말했다.
지난 11월 경찰로부터 경고장을 받은 에릭 오폴카라는 37세 남성은 “여기 말고 다른 데 가서 시험하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지프 랭글러로 웨이보 밴을 여러번 위협하다가 결국 경고를 받았다. 한번은 자율주행 자동차 정면으로 차를 몰아 차가 급정거를 하게 만들었다.
그의 아내인 엘리자베스(35)는 남편이 자율주행 밴 앞에서 급브레이크 밟는 것을 재미있어 한다고 인정했다. 엘리자베스 역시 속으로는 그들 차량을 세우고 ‘이 동네에서 당장 나가라’고 소리를 치고 싶다고 했다. 10살 먹은 부부의 아들이 인근 막다른 골목에서 놀다가 자율주행 차에 거의 치일 뻔한 것이 발단이었다.
자율주행 차량회사는 차량들을 실제 세상에서 시험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들이 실제 세상에서 시험하다 실수가 발생하면 그 피해를 자신들이 입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시험에 동참하고 싶은지 그들이 우리에게 물은 적이 없지요.”
챈들러에서 웨이모 밴에 대한 공격은 최소한 21건 발생했다. 무인 자동차가 장차 미국사회에서 엄청난 변화들을 불러올 가능성에 대한 토론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기 시작하면 그 같은 과격한 행동들을 더 늘어날 것으로 일부 분석가들을 보고 있다. 운전기사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데서부터 이동성에 대한 컨트롤을 자율주행 차량에 넘기게 되는 문제까지 많은 두려움들을 건드리게 되기 때문이다.
뉴욕 시티 대학의 미디어 이론가인 더글라스 러쉬코프는 “사람들이 불만을 정당하게 터트리고 있다”고 말한다. ‘구글 버스에 돌 던지기’라는 책을 쓴 그는 무인 자동차를 로봇 형태의 파업 배반자에 비유한다. 동료들이 파업할 때 가담하지 않거나 파업 동료의 빈자리를 차지하는 배반자와 같다는 것이다.
“무인주행 테크놀로지들을 추구하는 거대 기업들이 우리의 이익을 생각해서 그러는 건 아니라 고 점점 느끼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들 안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세요. 그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자기를 대체할 AI를 훈련시키고 있는 겁니다.”
한편 공격을 당했던 웨이보 밴에 타고 있던 비상대기 운전자들은 회사 측이 공격한 사람들을 기소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경찰에 전했다. 웨이모는 공격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경찰에 제공하기를 꺼려한다고 몇몇 경찰 보고서에 적혀 있다.
한번은 크라이슬러 PT 크루저를 운전하던 운전자가 차선들 사이를 요리조리 끼어들면서 웨이모 밴에 경멸적 언사를 토해냈다. 웨이모의 매니저는 관련 동영상을 경찰관에게 보여주기는 했지만 경찰이 동영상을 가져가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웨이모은 이같은 사건을 파고들다가 문제가 커지면 챈들러에서 시험운전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사건 당시 차량 안에는 비상대기 운전자가 있었다. 그는 모니터를 하게 되어 있었지만 상대 차량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자동 모드를 수동 모드로 바꾸고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웨이모 대변인인 알렉시스 조지슨은 성명을 통해 회사 밴들이 매일 애리조나에서 주행하는 거리가 2만5,000 마일이나 된다며 공격사건은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라고 밝혔다.
“안전이 모든 것의 핵심입니다. 우리 운전자들, 탑승객들, 그리고 공공의 안전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챈들러 시당국 등 애리조나는 공식적으로 웨이모 등 무인자동차 회사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자동차에 돌을 던지고 타이어를 찢는 개인 범죄자들 때문에 미래의 교통수단 운전이 방해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같은 공식적 환영이 무인자동차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어느날 저녁 찰스 핑크햄이라는 37세 남성은 술에 잔뜩 취해 웨이모 차량 바로 앞에 서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경찰 보고서에 의하면 핑크햄은 “웨이모 차량들이 동네를 운전하고 다니는 게 지긋지긋하다, 그걸 막는 최선의 아이디어는 그 차량 앞에 서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결국 핑크햄은 경고장을 받았고, 웨이모 밴은 더 이상 그 지역을 돌아다니지 않기로 했다.
애리조나, 챈들러에서 시험운행 중인 웨이모 자율주행 밴. 차량 안에는 비상사태를 대비한 운전자가 타고 있다. 운전자는 차량을 자동 모드에 놓고 모니터하다가 비상시 수동모드로 바꿔 직접 운전한다.
<Jason Henry - 뉴욕타임스>
지난 3월, 길을 건너던 사람이 우버 자율주행 자동차에 치여 숨진 교차로. 안전문제, 일자리 잠식 문제 등을 들며 무인자동차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자율주행 차량에 돌을 던지고 칼로 타이어를 찢는 등 공격행위를 하고 있다.
<Caitlin O‘Hara -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