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고학력 인력에 기업들 이주 이어져
내리막길 걷는 인근 앨라배마 버밍햄과 대조
40년 전 내슈빌과 앨라배마 버밍햄은 비슷한 도시였다. 서로 200마일 덜어져 있는 이 두 도시는 100만에 약간 못 미치는 도심 인구에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주는 비슷한 숫자의 일자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내슈빌 인구는 거의 두 배가량 늘었고 ‘뮤직시티’라는 별명이 붙은 이 도시의 고임금 일자리를 찾아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 달 내슈빌은 아마존의 두 번째 본사 유치에는 실패했지만 대신 아마존의 운영센터를 유치했다. 궁극적으로 평균 15만달러 수준의 연봉으로 5,000명가량을 고용하게 될 것이다.
반명 버밍햄은 지속적으로 인구를 상실해왔다. 교외지역이 팽창하면서 버밍햄의 성장은 내슈빌에 크게 뒤져왔다. 교육과 소득 격차는 더욱 넓어졌으며 사우스트러스트와 삭스 같은 기업들은 본사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버밍햄도 아마존 본사 유치를 신청했다. 하지만 고작 웨어하우스와 유통센터를 유치했을 분이다. 이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평균 시급 15달러 정도를 받게 된다.
아마존의 발표는 뉴욕과 워싱턴 같은 해안지역의 ‘수퍼스타 도시들’의 부익부 빈익빈 사례로 언급됐다. 하지만 아마존의 결정은 또 다른 트렌드를 보여준다. 중형도시들 간의 커지는 격차이다. 내슈빌을 비롯해 오하이오의 콜럼버스, 그리고 인디애나폴리스 같은 도시들은 행운과 현명한 정치적 선택, 그리고 시의적절한 투자 등에 힘입어 번창하고 있다. 그러나 버밍햄과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 로체스터 같은 도시들은 뒤처지고 있다.
지난주 애플은 텍사스 오스틴에 1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다고 발표했다. 고용은 현재의 6,000명에서 궁극적으로 1만5,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슈빌처럼 어스틴도 좋은 대학과 생동감 넘치는 음악적 분위기로 호황을 누리는 주도이다.
내슈빌은 유리한 조건에서 시작한 도시다. 하지만 지역 지도자들은 1960년대에 시와 카운티를 병합함으로써 내슈빌과 교외지역의 상생을 가능케 하는 등 현명한 결정들을 내렸다. 그리고 많은 도시들의 도심들이 어려움을 겪던 1990년대에 내슈빌은 다운타운에 컨벤션센터와 하키 경기장, 컨트리뮤직 명예의 전당을 건설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버밍햄은 경제적 불운과 잘못된 선택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 때 철강 산업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1980년대 외국과의 경쟁, 그리고 기업도산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역 지도자들은 은행과 보험회사 유치로 활로를 모색했지만 금융위기로 주저앉았으며 아직까지도 완전한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내슈빌 상공회의소 랠프 슐츠 회장에게 내슈빌의 성공이유를 묻는다면 그는 남북전쟁 이야기부터 시작할 것이다. 내슈빌은 일찍 항복함으로써 다른 남부도시들과 달리 파괴를 면할 수 있었다. 북군은 이 도시를 병참기지로 활용했으며 이것이 전후 경제의 기초를 닦아주었다. 내슈빌은 다른 도시들과 다른 점이 많다. 무엇보다도 제조업 의존도가 낮다. 테네시의 주도인 까닭에 불황에 덜 취약한 공공투자가 많다. 또 밴더빌트를 위시한 많은 좋은 대학들 때문에 ‘남부의 아테네’라는 별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19세기 출판업에서 발전해 나온 음악 비즈니스는 이 도시에 국제적 명성을 안겨줬다. 또 20세기 병원산업의 성장과 함께 이 도시 또한 의료 허브도시로서 위상을 얻었다. 결과적으로 내슈빌의 산업은 다변화 돼있으며 21세기에 걸 맞는 고등교육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내슈빌의 정치, 경제, 그리고 비영리 단체 지도자들은 도시를 홍보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주와 시 정부 지도자들은 지역적인 특성을 앞세운 경제발전 접근법으로 브리지스톤과 닛산, UBS 등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테네시 주정부는 커뮤니티 칼리지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해 새로운 일자리에 맞는 인력을 배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나중에 주지사가 된 필 브레데슨 시장 아래서 내슈빌은 다운타운 부활에 결정적 역할을 한 대형 프로젝트들에 투자했다. 이런 조치의 효과에 대해 경제학자들의 의견은 다소 갈리지만 내슈빌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변화된 산업 덕분에 내슈빌의 금융위기 여파는 미약했으며 브레데슨 시장의 도심 부활계획은 붐으로 이어졌다. 전에 철도 야적장이자 공업지역이었던 걸치(Gulch)는 힙합 바들과 고급 콘도미니엄, 그리고 부티크 호텔들이 들어선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ABC 방송의 컨트리뮤직 드라마인 ‘내슈빌’ 덕에 관광객들도 크게 늘었다.
지난 10년 사이에 젊은 대졸자 수는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이주해 왔다. 샌프란시스코의 테크 기업인 이벤트브라이트와 회계기업인 EY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달 이전을 발표한 EY는 600명 직원을 위한 사무실을 다운타운에 열 계획이다.
투자회사인 얼라이언스번스타인도 지난 5월 본사를 뉴욕에서 내슈빌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든 이유는 문화적 시설들과 낮은 주거비였다. 이 회사에는 내슈빌 이주에 관심이 있는 금융업계 종사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수퍼스타 도시들과 내슈빌 같은 준 스타도시들의 성공은 버밍햄을 비롯한 다른 군소도시들의 희생 위에 이뤄진 것이다. 버밍햄의 최고 호황기는 내슈빌보다 먼저였다. 이 도시는 철광석과 다른 광물들을 바탕으로 미국 최대 철강생산 도시로 군림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철강업이 쇠퇴하면서 버밍햄은 대체산업 찾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금융과 보험업에 모드 것을 걸었지만 결과적으로 재앙이 됐다. 금융위기로 이 지역에서 잃은 일자리만 4만5,000개에 달한다.. 이 도시 곳곳에는 아직도 수백만 평방피트의 사무실 공간이 빈 채로 남아있다.
하지만 버밍햄은 아직도 약간의 소중한 자산을 갖고 있다. 연구대학인 버밍햄 앨라배마 대학이 있다. 이 대학은 최상급 의대와 병원을 가지고 있다. 이 대학에서 수행하는 연구들을 통해 스타트업들이 태생하고 있다 신생업체만 해도 100여개에 달한다. 지난해 선출된 젊은 시장 랜들 우드핀은 경제발전을 핵심 어젠다로 설정해 놓고 있다. 주택들을 수리하고 낡은 건물들은 철거하기 위한 네이버후드 재생기금을 만드는 한편 세제혜택을 통해 임금인상을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앨라배마주 버밍햄(왼쪽)과 테네시주 내슈빌. 내슈빌은 정치적 리더십과 현명한 투자에 힘입어 경제적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40년 전 내슈빌과 비슷했던 버밍햄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뉴욕타임스>